[연남천 풀 다발]의 첫 문장으로부터
모든 것은 가을로부터 시작되었다.
소멸의 계절 가을, 모두가 끝이라고 말할 때 나조차 포기와 체념이 익숙해졌을 때 그림책을 만났다.
나이는 먹고 무엇도 되지 못한 나. 위로를 받기에 민망하고 그렇다고 괜찮지도 않은, 자기 계발서가 시끄럽게 들리고 소설이 재밌지 않고 시가 청승맞게 들릴 때 그림책이 말했다.
인생을 숫자로 말할 수 있나요?
그럴 때가 있어
괜찮을 거야
쓰담쓰담
궁디 팡팡
너에게 달콤한 휴식이 되어줄게
내가 너를 보살펴 줄게
당신은 셀 수 없이 소중해요
말해주었다.
살아간다는 건 말이야
구부러진 길
천천히 천천히
(걷다 보면)
행복은 어디에나 있어
별을 찾아서
세상을 물들여요
라고 말했다.
한 걸음 뒤에서 건넨 다정한 말들이 마음에 쌓이고 온기가 되었다. 이제 더 이상 겨울이 춥지 않을 것만 같다.
그림책과 함께할 나의 인생 2막을 기대한다. 하얀 바탕에 아름답게 수 놓일 다채로운 그림들을.
[연남천 풀 다발]
전소영
달그림
글을 잘 쓰기 위한 100일간의 챌린지
‘그림책에서 첫 문장을 빌려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