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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셜리 Nov 30. 2022

11. 파랑을 조금 더 가지고 싶어요

[파랑을 조금 더 가지고 싶어요], 권윤덕, 제주 어린이 33인


가만히 보고 있으면 시가 아닌 게 없는 것 같아요. 


<파랑을 조금 더 가지고 싶어요>는 권윤덕 작가가 제주 자연 속에 자리한 두 곳의 작은 학교 어린이들과 함께 그림을 그리고 글을 쓰며 엮어낸 그림책입니다. 거문오름이 멀지 않은 곳에 있는 함덕초등학교 선인분교, 성산일출봉이 바라보이는 곳에 있는 성산초등학교 어린이 33명이 함께했다고 해요. 


<파랑을 조금 더 가지고 싶어요> 표지를 한참 바라 보니 제주의 풍경이 한눈에 들어옵니다. 책장을 열면 고운 모래와 맑은 바닷바람이 쏟아져 나올 것 같고요. 


가만히 보고 있으면 시가 아닌 게 없는 것 같아요. 우리들에게 제주는 특별할 수 있겠지만 그들은 늘 보는 풍경이겠죠. 그곳에서 어떻게 남다름을 발견할 수 있을까요? 아이들의 시선을 빌려 보면 내가 서 있는 이곳도 제주만큼 아름다울 수 있지 않을까요?


파랑은 제가 가장 좋아하는 색이에요. 좋아하지만 한 번도 가지고 싶다는 생각을 해본 적은 없어요. 그런데 "하늘이 자꾸만 내 머릿속에 떠올라요. 태양, 바다, 잔디도 생각나요. 파란색을 조금만 더 가지고 싶어요.


라는 글을 보니... 저도 파랑을 가지고 싶었던 때가 있었던 거 같아요.


[파랑을 조금 더 가지고 싶어요]

권윤덕, 김서영 외 14명의 함덕초등학교 선인분교 어린이, 강소윤 외 17명의 성산초등학교 어린이

남해의 봄날








떡볶이를 좋아하는데 먹고 나면 항상 배가 아프다.

파랑을 먹으면 속이 쑥-하고 내려갈 것만 같다.


초등학교 때 가을운동회를 했는데 여름만큼 더웠다.

마른 먼지바람이 목구멍을 타고 들어왔다.

달리기를 해서 1등 했더니 파랑을 한 움큼 움켜쥔 거 같았다.


나는 등산하는 사람들이 제일 이해가 안 간다.

발밑만 보며 몇 시간 동안 말없이 오르고 오르는 게 이해가 안 간다.

어차피 내려와야 되는데 다리 아프게 올라가는 게 이해가 안 간다.

조금만 더 조금만 더 하더니 어느덧 정상에 도착했다.

머릿속이 파랗게 물들었다.


꿈에서 엄마를 잃어버렸다.

나이가 마흔이 다 됐는데도 아이처럼 엄마를 잃어버리는 꿈을 꾼다.

소스라치게 놀라 일어나 보니

눈에서 파란 눈물이 흐르고 있었다.


밤새 눈이 소복이 내린 겨울 아침

장갑에 모자까지 완전 무장하고 외출했는데

코끝은 시리다.

아무도 밟지 않은 눈을 감히 뽀드득뽀드득 밟으며 걸어본다.

복잡했던 생각이 사라지고 푸른빛만 남았다.

다시 시작할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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