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진짜 나일까?] 다비드 칼리 글, 클라우디아 팔마루치 그림, 책빛
글을 잘 쓰기 위한 100일간의 챌린지
'그림책에서 첫 문장을 빌려오다'
오늘은 [누가 진짜 나일까?]의 한 문장으로 시작해 보겠습니다.
사람은 왜 일을 하고, 진정한 노동의 의미와 삶의 가치는 무엇일까요? 이 책은 기업의 이윤 추구만을 위한 과도한 노동으로 인해 인간적 가치를 상실하고 무력감에 빠지게 되는 주인공 자비에와 생산량을 늘리기 위해 경영자가 마치 조물주라도 되는 것처럼 만들어 낸 복제 인간을 통해 개인의 자아가 존중받지 못하는 현대 사회에서의 인간 소외를 이야기합니다.
볼로냐 라가치상을 받은 두 작가, 다비드 칼리가 글을 쓰고 클라우디아 팔마루치가 그림을 그린 [누가 진짜 나일까?]는 한 번 보면 쉽게 이해되지 않는 그림책이지만 여러 번 보면 사회 풍자적 면모에 쓴웃음을 짓기도, 여러 가지 생각할 거리를 던져주어 흥미로운 작품입니다.
두 작가가 만들어 놓은 인간 소외, 풍자의 의미를 살려 저의 기억 한 토막을 풀어내어 보았습니다.
이 이야기는 오래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그 시절, 나는 젊었고 피곤을 느껴본 적이 없을 정도로 에너지가 넘쳤다.
내가 고 3에 올라간 지 얼마 되지 않은 때였다. 그때 우리가 어떤 일을 겪었는지 정확히 설명할 수는 없지만, 우리 모두는 두려움에 떨고 있었다.
나는 학생회장을 맡고 있었고 공부도 곧잘 했다.
담임 선생님은 나에게 인생을 그렇게 살지 말라며 세상 사람들이 다 너를 좋아하는 게 아니라고 했다. 그래서 나는 내가 뭔가 크게 잘못한 줄 알았다.
아무리 생각해도 나는 내가 뭘 잘못했는지 알지 못했다. 이따금 나 말고도 다른 친구들이 선생님의 제물이 되곤 했다. 나중엔 나만 남게 됐지만.
어쨌든, 나는 고3이라서 열심히 공부했다.
처음에는, 조금 피곤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자,
조금씩 조금씩, 더 피곤해졌다.
우리는 쉬는 시간에도 공부를 해야 했다.
짝꿍과 이야기를 하면 선생님한테 혼났다.
부모님의 확인을 요하는 가정통신문을 배부하면 다음날 모든 학생들이 가져와야 했다.
꾸미기를 좋아하는 친구가 선생님 몰래 목걸이를 하고 있었는데,
그래서 친구들이 다 보는 앞에서 선생님한테 맞았다.
그리고 다른 친구 몇 명도 맞았는데 이유가 기억나지 않는다.
어쨌든 우리는 친구들이 맞는 걸 보고도 공부를 해야 했다.
“멈추지 말자!
시간을 낭비하지 말자!
공부하고, 공부하고, 또 공부하자!”
선생님은 조회, 종례시간에 대체로 이런 얘길 했고 그게 아니면 내 욕을 했다.
저녁이 되면, 피곤이 몰려왔다. 종종 학교에서 잠들기도 했고, 나중에는 집까지 거의 기어가다시피 했다. 그러고는 밥을 먹자마자 쓰러져 자곤 했다.
그러던 어느 날, 집에 와 보니 머리에서 열이 났다.
아주 오래전부터 내 마음을 돌보지 않았던 것이다. 너무 피곤해서 그만 마음을 완전히 잊고 있었다. 그제야 비로소 나는 이건 너무 심하다는 생각을 했다.
나에겐 친구를 만날 시간도, 내 마음을 돌볼 시간도 없었다.
당장 학교를 그만두고 싶었지만, 엄마에게 어떻게 말을 꺼내야 할지 몰라 망설였다. 엄마는 나를 아주 좋아했다. 내가 학교를 그만 두면 엄마가 힘들어하리라는 것을 나는 알고 있었다.
그래서 그냥 참았고 결국 수능 전에 많이 아파서 시험을 망쳤다.
그런데 슬프지 않았다. 졸업하면 선생님을 더 이상 보지 않을 테니.
그때 선생님은 나한테 왜 그랬을까?
프린트물 안 가져온 짝꿍을 위해 프린트물을 보여준 친구를 때린 선생님한테 반항해서 그런가?
나 때문에 억지로 운영위원회 회장이 된 엄마가 제주도 여행을 보내달라는 교감선생님의 제안을 거절해서 그런가?
아니면 촌지를 바랐는데 ‘나는 절대 그런 사람이 아니’라는 선생님의 말을 곧이곧대로 믿은 내 잘못일까?
‘선생님, 그때 저한테 왜 그러셨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