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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라이프러리 Mar 31. 2020

접시 돌리기

삼성전자우 005935

온전히 집중을 못했다. 코로나로 초등학교 개학이 미뤄지면서 한 달 때 아빠랑 동고동락하고 있는 아이와 집 앞에서 배드민턴을 치면서, TV에서 초중교 개학을 연기한다는 유은혜 장관의 날벼락 발표를 들으면서, 니케이 지수가 1만9천선이 깨지는걸 보면서, 휴대폰으로는 한국장과 일본장을 동시에 보고 있었다. 당초 목표는 라쿠텐이었다. 일본 증시에서 라쿠텐을 사볼까 벼르고 있었다. 솔직히 아직 일본 주식을 사본적은 없어서 라쿠텐 주식이 최저점일 때는 놓치고 말았다. 원래가 준비된 자만 기회를 포착하는 법이다. 그래도 주당 800선 근방이라면 합리적인 매수타이밍이라고 판단했다. 물론 미국 주식이 아니라 100주 단위로 사야만 한다. 그게 좀 부담이지만 그래도 2주나 별러온 만큼 오늘은 질러 볼까도 싶었다. 

그때였다. 우연히 삼성전자 우선주가 3만원대로 떨어질 기미를 보이고 있다는걸 발견했다. 왜 떨어지지? 서버 수요가 늘고 있고 D램 수요도 늘고 있고 미국 증시도 일단은 한숨 돌린 모양세다. 아직도 외국인 매도세가 계속되는 모양이었다. 그렇다면? 욕심이 생겼다. 안 그래도 삼성전자 우선주의 가격 앞자리가 3자로 바뀌면 그때는 꼭 사겠다고 별려왔었다. 고백하자면 삼성전자 일반주만 쳐다보느라 삼성전자 우선주를 미쳐 신경쓰지 못했었다. 스스로의 투자성향을 고려해보면 삼성전자 일반주보다 삼성전자 우선주가 더 맞는데도 말이다. 

배드민턴을 치면서 정부 발표를 들으면서 니케이 지수를 살피면서 라쿠텐 주가를 모니터링하면서 삼성전자 우선주 가격이 4만원대가 깨지는걸 동시에 보는건, 접시돌리기 묘기를 부리는 것과 비슷했다. 그래서 가장 중요한 일에 집중하기로 했다. 배드민턴. 킥보드를 타며 동네를 순찰 중이시던 아이들까지 몰려와서 배드민턴 대회가 열릴 줄은 꿈에도 몰랐다. 급기야 따님께선 이렇게 말하고야 말았다. “새로운 꿈이 생겼어. 테니스 선수.” 배드민턴을 치다가 테니스 선수를 꿈꾼다는건 정말 꿈에도 생각지도 못한 꿈이다. 

결국 삼성전자 우선주를 포기했다. 삼성전자 우선주의 가격은 정말 지루하게 50원씩 내려가고 있었다. 이렇게 가격 단계별로 매도매수 거래물량을 다 소진하면서 조금씩 조금씩 내려가리란건 미루어 짐작할 수 있었다. 아마 어디 기관에서 대량 매물을 내놓은거겠지. 그런데 40050원에서 40000원으로 넘어가는 고비가 참 오래걸렸다. 그냥 39950원에 매수주문을 걸어놓을까 생각했다. 아니면 가격단계별로 매수주문을 걸어놓을까도 싶었다. 예전에 삼성전자 일반주를 살 때 그렇게 했었다. 그때 배드민턴 셔틀콕이 톡 날라왔다. “빠더. 빨리 하자.” 이 녀석은 영어도 못하는 주제에 아빠를 대신 빠더라고 부르는걸 좋아한다. 그래서 자포자기했다. 삼성전자 우선주를 4만원에 10주 샀다. “I am your father.”

웬걸, 미래 한국 테니스계를 짊어질 테니스 유망주와 배드민턴 한 판을 치고 나니 삼성전자 우선주 주가는 3만850원까지 내려가 있었다. 그러니까 테니스 경기 한 판에 지불한 가격이 1500원 정도인 셈이었다. 속이 쓰렸다. 주가는 떨어질수도 올라갈 수도 있다. 단타매매를 할 게 아니라면 어느 정도의 등락이야 무관이다. 그래도 사자마자 떨어지는건 역시나 기분이 별로다. 

문득 시계를 봤다. 아차. 라쿠텐을 까맣게 잊고 있었다. 다행히도 주당 810엔 정도에서 횡보 중이었다. 니케이 지수가 하락하는 상황인데도 800엔대가 안 깨지고 있었다. 니케이 하락의 원인은 아마도 일본에서 코로나 확진자수가 급증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도쿄올림픽을 강행하려고 수사방관해오다 오히려 뒤늦게 확진자수가 폭증하게 생겼다. 언제나 그렇다. 자신의 정치적 목적을 국민의 안전보다 우선시하는 리더는 끝내 방역을 망치고 결국 경제까지 망친다. 라쿠텐을 주당 800엔 아래에서 사는건 포기했다. 그냥 매수하기로 결심했다. 

살 수가 없었다. 해외 증시는 20분이 지연돼서 가격이 표시된다. 그래서 야후 파이낸스 같은 증시 사이트와 같이 보면서 실시간으로 가격을 체크해야만 한다. 알고보니 주식 매수매도 주문도 마찬가지였다. 국내 주식을 사고 팔때보다 20분 정도 시차를 고려해서 미리 주문을 넣어야만 했다. 이미 오후 3시를 막 넘긴 시각이었다. 지각 주문을 하는 바람에 라쿠텐을 살 수가 없었다. 야후 파이낸스와 인베스트닷컴으로 확인한 라쿠텐 주가는 장 막판에 올랐다. 2020년 3월 30일 종가는 820엔이었다. 

역시나, 코로나로 초등학교 개학이 미뤄지면서 한 달 때 아빠랑 동고동락하고 있는 아이와 집 앞에서 배드민턴을 치면서, TV에서 초중교 개학을 연기한다는 유은혜 장관의 날벼락 발표를 들으면서, 니케이 지수가 1만9천선이 깨지는걸 보면서, 휴대폰으로는 한국장과 일본장을 동시에 보는, 그런 접시 돌리기는 하면 안 되는 일이었다. 삼성전자 우선주는 샀다. 그나마 삼성전자 우선주 주가는 장막판에 반등했다. 2020년 3월 30일 종가는 4만100원. 그렇지만 라쿠텐은 못 샀다. 대신 테니스 유망주의 아빠가 됐다. 개학은 또 한 달이나 미뤄졌다. 이것이 코로나가 바꾼 일상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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