뒷모습을 기록하는 마음
산티아고 길 위에서 나는 종종 사람들의 뒷모습을 사진으로 담았습니다.
멀리서, 아주 작게.
혼자 걷는 사람도, 친구와 나란히 걷는 사람도
대개 자신의 뒷모습이 사진으로 남는 건 낯설어합니다.
그래서일까요.
그 사진을 보여주면, 의외로 아주 좋아합니다.
“이게 나야?” 하고 웃기도 하고,
가만히 바라보다 말없이 고개를 끄덕이기도 했습니다.
그럴 때면, 나는 그 사진이
스스로도 몰랐던 뒷면의 시간을 붙잡아주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사람들에게 선물처럼 사진을 건넸습니다.
처음엔 단순히 예쁜 풍경 속 한 장면이라 여겼지만,
건네는 순간, 그것이 하나의 기록이자 기억이 된다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뒷모습을 찍기 시작한 것은 특별한 이유가 있었던 건 아닙니다.
그저 걷는 사람들의 걸음 속에
저마다의 고군분투가 묻어 있는 것 같았고,
그 순간을 그냥 흘려보내고 싶지 않았습니다.
누군가는 몸이 아팠고,
누군가는 마음이 조금 지쳐 있었고,
누군가는 삶이 괴로워 잠시 피신하듯 그 길에 왔다고 했습니다.
하지만 걷고 있는 그 순간만큼은
모두가 자기만의 방식으로,
자신의 이야기를 살아내고 있었습니다.
그런 걸음을,
그저 ‘풍경’으로 남기기보다
조용히 ‘기록’해주고 싶었습니다.
돌아보면, 그 사진들은
길 위에 흩어진 누군가의 삶의 한 조각이었고,
내가 건넨 건
단지 이미지 한 장이 아닌
그 사람이 그 시공간에 존재했다는 작은 증거였습니다.
그리고 그 기록은
수많은 말보다 더 깊이 사람과 사람을 이어주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