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획에 없던 멈춤
모리타노스(Moratinos).
계획에 없던, 아주 작은 마을에서 하루 밤을 보냈습니다.
발가락 사이, 발바닥에서 슬슬 신호가 올라왔습니다.
곧 물집이 잡힐 것 같았고, 허리도 불안해서 더 나아가기는 어렵겠다 싶어 걸음을 멈췄습니다.
한적한 시골마을 이어서 주변에 아무것도 없을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괜찮은 닭다리 스테이크 식당이 있었고,
숙소 앞, 별 기대 없이 올라간 언덕에서는
메세타에서 상상하던 노을과 은하수를 세트로 볼 수 있었습니다.
광활한 평원을 걷다 보니,
어느 순간부터는 그냥 앞사람만 보고 따라 걸었던 것 같습니다.
그게 습관인지, 타성인지도 모르고요.
어쩌면 신이 앞만 보고 가던 저에게
그러지 말고, 주변을 살펴보라고,
새로운 풍경이 너에게 말을 걸 거라고
일부러 잠깐 멈추게 하신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잠깐의 쉼이 준 선물 같은 하루였습니다.
노을에서 별까지,
언덕 평평한 곳에 돗자리 펴 놓고
와인을 병채 나발로 마셨습니다.
말은 줄고, 몸이 먼저 쉬었습니다.
그날 밤 별은 유난히 빛났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