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남의 화학반응이 삶에 미치는 영향
양파를 가늘게 썰고 물에 헹구어 채에 받힌다.
통통한 가지는 꼭지만 떼어내고 길이로 납작하게 썰어 올리브유에 굽는다.
물 빠진 양파를 접시에 수북이 올리고 그 위에 구워진 가지를 길게 얹는다.
간장, 식초, 매실액, 올리고당, 참기름, 통깨, 후추를 섞은 간장 드레싱을 가지 위에 뿌리고
송송 썬 쪽파로 장식한다.
누구나 다 할 수 있을듯한 간단한 레시피다.
그런데 새콤달콤한 간장 드레싱이 뿌려진 기다란 가지구이 위에 양파를 올린 후, 돌돌 말아 입에 넣는 순간 입안에서 이상한 일이 벌어진다. 부드럽고 담백한 가지 맛을 느끼려는 찰나 알싸한 양파맛이 신호를 보내오고 그 두 가지 맛이 간장 드레싱과 어우러지며 입안에는 이름 붙일 수 없는 새로운 맛이 창조된다. 혀와 입천장은 고소하며 달콤한 풍미로 덧발라지고 뭉클뭉클 아삭아삭한 식감은 어금니를 지나 귀를 타고 머리끝까지 올라가 쿵쾅거리며 불꽃놀이를 하는듯하다. 황홀하다.
'이건... 뭐지? 그래... 마. 리. 아. 주!'
마리아주! Marriage
신의 물방울(아기 다다시, 오키모토 슈)이란 만화책을 통해 일반인들에게 보편화된 말인데, 결혼이란 말의 프랑스식 발음이다. 마리아주란 와인과 음식의 궁합이란다.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육류엔 레드와인, 생선요리엔 화이트 와인이란 말이 마리아주 개념의 기본인 것이다. 와인은 음식의 맛을, 음식은 와인의 맛을 한층 돋보이게 해주니, 훌륭한 남편은 아내를, 현명한 아내는 남편을 돋보이게 해주는 마리아주(결혼)와 같다고 붙여진 이름일지도 모르겠다. 소크라테스라면 그 이름에 반대했겠지만 말이다.
아무튼, 와인의 마리아주에 대하여 무지한 나로서는 무엇과 무엇이 만나 아름다운 맛을 창조해내는 상황을 그렇게 부르기로 했다. 가지와 양파가 간장이라는 드레싱을 만날 때, 뜨겁게 달궈진 올리브유가 다진 마늘을 만났을 때, 돼지고기가 레몬, 양파, 토마토와 함께 숙성될 때(러시아식 바비큐 '샤슬릭'), 그린커리가 코코넛 오일과 만날 때, 티라미슈 케이크가 진한 아메리카노와 만날 때... 내 입안에서, 내 귀에서, 내 머리에서 파티가 열린다. 풍각쟁이 오빠가 쿵짝쿵짝 노래 부르고, 오케스트라가 웅장한 교향곡을 연주하고, 4인조 재즈 쿼텟이 즉흥연주를 하기도 한다.
무릇 음식뿐이랴. 사람도 그렇다. 혼자가 아닌 함께 있을 때 만들어지는 화학반응. 드라마나 영화 혹은 예능을 통해 잘 어울리는 주인공을 케미 커플이라고 하는 것처럼 사람 또한 함께 있을 때 더 큰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관계가 있다. 실제로 기업 간 인수합병 시 회사의 분위기나 사풍 등이 서로 조화롭게 혼합될 때도 '케미스트리'라는 말을 사용하기도 한다.
이 세상의 어떤 무엇이 다른 무엇을 만나 전혀 새로운 것을 만들어내는 순간, 우리는 환호한다. 음식의 재료가 그렇고, 사람의 만남이 그렇고, 시대와 상품의 만남이 그렇다. 아주 사소해서 매일 지나쳐버린 수없이 많은 환호의 순간들! 이제 그런 순간들을 하나씩 찾아가 보자. 내 인생의 서프라이즈 파티는 내가 만들어 간다. 아! 매일매일이 파티라니 이 또한 설레는 일이 아닌가? 매일 데이지를 위한 파티를 준비하는 개츠비가 된 것처럼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