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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수정 Feb 20. 2019

고수는 연장 탓을 안 할까?

유화 물감이 캔버스를 만나다


르네상스의 3대 거장을 꼽으라면 미켈란젤로 부오나로티, 레오나르도 다빈치, 라파엘로 산지오이고 거기에 한 명을 추가해 4대 거장을 꼽으라면 바첼리오 티치아노를 넣는다. 그러나 위대한 화가를 그런 식으로 꼽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으랴. 그들은 모두 나름대로의 위대함으로 미술사에 이름을 남겼고, 그것에 순위를 매기거나 위대함을 저울질할 수 없기 때문이다.


오늘은 지난 글에서 마네의 <풀밭 위의 점심식사>의 모티브가 되었다고 소개했던 <전원 음악회>를 그린 화가가 티치아노에 대해 이야기해보자.


그는 베네치아 르네상스를 견인한 '회화의 군주'라 불리는데 동시대 사람들에게는 '별 가운데 빛나는 태양'이란 호칭을 얻었다고 한다. 미켈란젤로나 라파엘로가 선의 아름다움을 강조하는 형태미에 뛰어났다면 티치아노는 색과 빛의 조화를 중시했다. 그의 뛰어난 색채 구사는 훗날 모든 색채 화가들의 모범이 되었다. 유럽 화단에서는 “형태는 미켈란젤로에게서, 색채는 티치아노에게서 배워라”라는 격언이 수백 년 동안 전해져 온 것만 봐도 티치아노는 미켈란젤로와 같은 위대한 화가다.


티치아노가 베네치아 르네상스를 대표하는 작품을 남길 수 있었던 것은 그의 타고난 색채 감각이 베네치아라는 지리적 상황과의 화학작용으로 인한것라 할 수 있다 .


베네치아라는 특수성? 설마 풍수지리?


15세기에 들어서며 중세 유럽 회화를 지배했던 ‘템페라*(tempera) 기법’이 한계를 드러냈다. 안료에 계란 노른자와 아교를 섞어 쓰는 템페라는 너무 빨리 굳어버리고, 부드러운 색의 흐름을 내기가 어려웠다. 마르면 무광택이기 때문에 광택을 내기 위해선 광택제를 덧발라야 했다. 화가들은 훨씬 더 다채로운 발색과 용이한 수정을 특징으로 하는 ‘유화(oil painting)’를 선호하기 시작했다. 몇 번이고 덧 바를 수 있고 굳는데 시간이 걸려서 수정하는데 훨씬 용이한 유화물감, 그 유화 물감이 캔버스라는 새로운 재료를 만나 그 이전에 주로 사용되던 패널(나무판) 보다 훨씬 풍부한 색감을 표현할 수 있었다. (누군가 표현하기를 패널에 그림을 그리는 것은 벽에 그림을 그리는 것과 같고, 캔버스에 그림을 그리는 것은 배(복부) 위에 그림을 그리는 것과 같다고 했는데, 탄력 있는 근육으로 만들어진 배라는 전제가 있어야 비유가 그럴 듯 해진다.)


그러니까 왜 베네치아냐고?


씨실과 날실을 한 올씩 교차해서 짜는 캔버스는 튼튼한 직물이 필요한 돛이나 천막 등에 사용되었다. 이탈리아 반도의 동북쪽에 위치한 베네치아는 수상 도시로서 일찍부터 해상 무역이 발달했기 때문에 배의 돛으로 사용하는 캔버스의 사용이 빈번했다. 고온다습한 지중해성 기후는 화가들이 주로 사용하던 나무 패널을 쉽게 곰팡이 피게 만들었고 게다가 운반도 어렵고 가격이 비쌌다.


새로운 방법을 모색하던 화가들은 형태 보존성이 뛰어나고 운반이 용이하며, 가격까지 저렴한 캔버스를 화포 삼아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결과적으로 이는 베네치아의 회화들이 동시대의 타 지역 회화들과는 확연히 다른 색감과 질감 등을 갖게 되는 결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하게 되었다.



https://brunch.co.kr/@insightraveler/13 템페라* 기법이 무엇인지 궁금하다면



우리는 흔히 서양미술사에 남아있는 걸작들은 대부분 이 캔버스 위에 유화물감으로 그려졌을 거라 추측하는데 티치아노와 동시대 화가인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모나리자>만 봐도 캔버스가 아닌 패널 위에 유화로 그려졌다. 다빈치의 많은 작품들이 패널(포플러 나무)에 그려진 유화다.


<Nobody>, 김주형, 캔버스에 유채, 91x117cm, 2002 캔버스 위에 캔버스의 뒷면을 그린 작품


      

참고로 캔버스의 크기는 '호'로 불린다. 미술에 문외한이라도 OOO화가의 작품 OO호로 불리는 것을 들어봤을 것이다. 호수는 아래와 같다. 또 캔버스는 F형, P형, M형이 있는데 각각의 호수의 크기는 아래와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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