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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수정 Mar 02. 2019

개인주의자의 배려법

상냥한 배려가 감사하긴 한데...

                                                                                                                                                                                                                                   

양수리 종합촬영소 근처에 칼국수 집이 있다.
아끼지 않고 넣은 해물과 동충하초를 갈아 넣어 만든 면의 조화는 평상시 면류를 즐기지 않는 나 마저도 감탄하게 만든다.


면을 다 건져먹은 후 남은 국물로 만들어 먹는 죽은 또 어떤가? 국수로 이미 빵빵해진 배를 부여잡고도 죽이 눌어붙은 냄비 바닥을 박박 긁어서 미션 클리어하게 만드는 마력의 힘을 가졌기에, 언제나 그 집은 사람들로 붐빈다.


우리는 양수리 근처를 지나갈 때나 혹은 일부러라도 시간을 내서 그 집엘 들리곤 했는데 그날도 남편과 함께 조금은 돌아가는 동선이었지만 일부러 그 칼국수를 먹기 위해 약간의 궤도수정을 한 후 허름한 식당 문을 밀고 들어갔다.


주문한 칼국수가 커다란 냄비에 담겨 나오고, 뚜껑을 열어보니 아직은 익지 않은 산더미 같은 해물들이 수북이 쌓여있었다. 드디어 보글보글 끓기 시작한 칼국수! 설레는 마음으로 앞접시에 담아 후후 불어 식힌 후 한 젓가락 들어 입으로 가져가는 순간


"넌 어떻게 혼자만 먹니? 남편도 좀 퍼주고 그래라..."

나를 물끄러미 쳐다보고 있던 남편, 나는 나의 앞접시에만 칼국수를 퍼담고 허겁지겁 먹으려는 중이었다.

"어머... 미안.... 내가 너무 배가 고파서..."

미안한 마음이 들었지만 한 편으론 이런 생각도 들었다.


'난 오히려 남이 퍼주는 게 싫던데... '


가끔 함께 음식을 먹으러 가면, 유독 상대를 잘 배려하는 사람들이 있다. 음식을 주문하기도 전에 테이블 위에 냅킨을 인원수대로 깔아놓고 숟가락과 젓가락을 놓아주고, 물컵에 물을 채워주고 찌개가 한 소끔 끓어 거품이 생기면 걷어내기도 하고, 모든 사람들의 앞접시에 상냥하게 나누어 주는 사람. 매의 눈으로 누군가의 접시가 비어 가면 어느새 찌개를 리필해주는 엄마 같은 사람


그런 상냥함과 타인에 대한 배려는 정말 배워야 할 태도이지만 사실 나는 불편한 마음이 드는 게 사실이다. 국물을 좋아하는 나는 사실 건더기를 많이 먹지는 않는다. 편식을 하는 편은 아니지만 좋아하지 않는 음식 재료들도 있다. 감자탕의 등뼈나 부대찌개의 라면사리, 닭볶음탕의 닭 등이다.(이게 편식인가?) 감자탕을 먹을 땐 감자와 우거지와 국물을, 부대찌개를 먹을 땐 라면 사리를 넣지 않는 편이 좋고, 닭볶음탕은 어쩔 수 없는 상황에서 함께 먹어어야 한다면 감자와 국물만을 먹는다.


그런데 누군가 내 접시에 감자탕의 커다란 등뼈 하나를 담아주거나, 부대찌개는 라면사리지 하며 맨 먼저 라면을 퍼준다면, 특히 닭을 먹지 않는 내게 닭다리라도 선뜻 담아준다면 먹을 수도 안 먹을 수도 없는 난감한 상황에 처하게 된다.


신경 써서 퍼주는 그 사람 마음을 모르는 바는 아니지만 그냥 내가 먹고 싶은 것을 골라 먹을 수 있는 나의 자유가 배려심 많은 사람 앞에선 한낱 이기적인 태도가 되어 버리는 것 같아 자괴감이 느껴지기도 한다.


그러나 누구나 자기가 좋아하는 것들을 자기가 퍼서 먹는 것이 합리적인 게 아닐까? 이런 마음도 누군가를 배려하는 태도 아닌가?


나이 먹을수록 참 사소한 것에 심각해지는 듯하다. 그냥 퍼주는 대로 먹어도 되는데, 그게 뭐 중요하다고 배려니 자유니 하는가? 그러나 한 가지 확실한 건 내가 그리 상냥하지 않은 사람이라는 것, 자칫 쌀쌀맞고 이기적인 사람처럼 보이기도 한다.


그러니 이제 앞으로 누군가와 밥을 먹을 때


"아유~ 찌개가 맛있겠다. 퍼주고 싶은데, 좋아하는 게 뭔지 몰라서... 식기 전에 어서 먹자..."


라고 말해준다면 이기적이고 쌀쌀맞게 보이는 내 이미지를 보완하는데 도움이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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