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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수정 Mar 09. 2019

사랑하는데 걸린 시간, 50년

아직도 완전하지는 않지만...

눈의 결정을 연구한 과학자에 의하면 세상에 뿌려지는 눈은 그 수가 얼마큼이건 간에 같은 모양의 결정은 하나도 없다고 한다. 


구름 속의 수분이 응결되어 땅에 떨어지기까지 수없이 많은 부딪힘 속에 각기 특별한 모양을 갖게 되기 때문이라는데 사람도 이와 같지 않을까?


기본적인 유전자가 다를 뿐만 아니라 자라며 겪게 되는 수많은 상황의 영향과 선택의 다양성 때문에 같은 생각과 동일한 가치를 가지게 되는 경우는 단연코 없을 것이다.


타인도 나와 같은 생각을 할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고 다름에서 오는 다양함이야 말로 세상을 구성하는 기본 패러다임이다.


이는 곧 역지사지라는 말도 적절하지 않다는 것을 의미한다. 타인의 입장을 이해한다는 것도 결국은 나를 기준으로 하는 것이기 때문에 진심으로 다른 사람의 입장이 되어보는 일은 근본적으로 불가능하다.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란 타인의 존재를 있는 그대로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방법밖에 없다. 타인과 나를 비교할 필요도 없고, 나의 기준을 상대에게 강요할 필요도 없다. 


그러나 더 중요한 것은 내가 나를 바라보는 태도다. 타인을 있는대로 인정하듯 내 자신 또한 있는그대로 바라볼 수 있어야 하는데, 나는 어떠했나? 끊임 없이 타인에게 비교함으로써 생기는 감정으로 지금까지의 나를 이끌어 온건 아닌가? 그 어느 누구도 나와 같은 상황, 같은 삶의 모습을 가진 사람이 없었을텐데 나의 행복과 불행은 거의 대부분 타인과의 비교를 통해서 만들어졌던것 같다. 


가진 재산을 비교하고, 외모를 비교하고, 배우자를 비교하고, 학력을 비교하고, 직업을 비교하고, 연봉을 비교하고, 자식의 학교를 비교하고, '좋아요'수를 비교하며 가끔 행복하거나 자주 불행하거나.


결국은 비교하고 비교하고 비교하고 비교하며 마침내 비참해지는...


다른 누군가를 내 옆에 세워놓고 나의 못난 점을 찾아내는 일을 그만두자. 내 사정은 나만이 안다. 내가 스스로에게 핑계를 대거들랑 몬 본 척, 모르는 척 그저 받아주어라. 얼만큼 완벽해야 스스로 인정하려고 하는걸까? 이 정도만 되도 괜찮다고, 그만하면 대견하다고 말 해 주면 안될까?


여태껏 한 번도 스스로에게 사랑받지 못했던 나를 이제는 사랑할 때도 됐다. 50년을 봐왔으면 이제 이해할 때도 되지 않았는가? 


오랜 시간 내 사랑을 갈구해 온 나를 이제는 안아줄 때가 되었다. 


너무 늦지 않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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