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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수정 Apr 13. 2019

내가 바다인가, 바다가 나인가...

내가 사랑하는 그림 <바닷가의 수도승>

<바닷가의 수도승> caspar david friedrich, 1808 - 1810,  Altes nationalgalerie


개인적으로 정말 좋아하는 그림인 <바닷가의 수도승>은 내게 소리로 다가온다.  바람소리인지 파도소리인지 모를 그 거대한 소리는 단순히 단순히 공기를 가로지르는 파동으로서가 아니라 시간과 공간을 가로질러 우주를 공명하는 느낌으로...


걷잡을 수 없을 만큼 큰 소리이기도 하고, 영원한 無의 나락으로 떨어지는 거대한 침묵이기도 한 그 소리는 그림 속 수도승의 눈과 귀를 통해 세상을 바라보는 현실의 나를 혼동하게 한다.


장자가 이 그림을 보았다면 자신이 나비인지 장자인지 혼동하기 전에 자신이 바다인지 장자인지 혼동했으리라.


독일의 낭만주의 화가 카스파 다비드 프리드리히, 1774년 독일 그라이프스발트에서 태어난 그는 7살 때 어머니를 여의고, 13살에 동생이, 17살에 누이의 죽음을 목격한다. 그런 탓인지 그의 그림은 대부분 어딘지 모를 외로움과 불안감, 나아가 숭고함을 느끼게 하는 풍경들이다.


그가 그린 풍경화는 자연을 종교화의 수준으로 까지 끌어올려 당시 독일 사람들에게 인기를 끌었다. 인간사 새옹지마라고 대중의 인기를 끌었던 프리드리히의 그림은 히틀러의 눈에 까지 들어 '순수한 게르만 민족의 정신'을 표현한 작품으로 히틀러에게 칭송받으며 나치의 프로파간다로 활용된다. 때문에 전쟁이 끝난 후 가장 먼저 묻히게 되고 대중에게 잊혔던 프리드리히는 1970년대 후반에 이르러서야 독일 낭만주의 회화의 대표이자 세계적인 화가로 인정받게 된다.




<바닷가의 수도승> 부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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