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수정 May 12. 2019

남아 있는 시간

인생의 반환점, 그 언저리에서

커다란 보름달이 수만 개의 조각으로

부서져 빛나는 이국의 밤바다

싸구려 위스키를 홀짝거리며 

미래를 이야기하던 달뜬 청춘을 기억해

무한정 남아 있을 것 같은 시간이 지루해 

얼른 세월이 흘러 어른이 되길 바랬어


내가 가진 열 개의 조약돌

하나는 나도 모르게 잃어버렸고

또 하나는 배짱부리며 던져버렸지

세 번째 조약돌은 세상이 가져갔고

네 번째 조약돌은 어디선가 잃어버렸어

다섯 번째 조약돌마저 잃어버리고 나니

나에게는 이제 다섯 개의 돌밖에 남지 않았네

커다랗고 단단하던 조약돌을 잃어버리고

이제 내게 남은 것은 부서지고 닳아버린 작은 돌멩이들


무엇과 부딪혀도 이겨낼 수 없을 것 같은

작고 가냘픈 돌멩이들

무한정 남아 있을 것 같던 시간의 끝이 보이니

너무 빨리 어른이 되어버린 그 세월이 야속하여

남은 돌 뒤춤에 숨기며 어딘가로 숨어보려 해도

시간으로 인간을 길들이는 신의 눈길 피할 수 없네













매거진의 이전글 인생의 비밀스런 목적지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