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방향 좌석에 앉아 나는 흔들리고 있었다.
1일 1글 시즌4 [episode 36]
잡지에서 만나는 할리우드 셀러브리티들은 어떻게 한 손엔 묵직한 명품 토트백을 다른 한 손엔 스타벅스 벤티 컵을 들고 그리 우아하게 걸을 수 있는 걸까?
커피와 숄더백, 노트북 가방을 들고 뒤뚱거리며 올라탄 KTX. 내 자리를 찾아 테이블을 꺼내어 가방과 커피잔을 겨우 내려놓고 자리에 앉아 분주했던 마음까지 내려놓으며 휴~하고 한 숨 돌리고 있는데 왠 잘생긴 젊은 남자가 내게 다가와 말을 건다.
"5D는 제 자리인 것 같은데요..."
"네?(그럴 리 없다는 확신으로) 저도 5D인데...(점점 자신 없어지며) 여기 13호차....?(우격다짐... 제발 맞다고 말해줘)"
"아! 여기 14호차예요"
"아 네 홓호홓ㅎㅎㅎ 죄송해요
다시 부랴부랴 손바닥만 한 테이블에 펼쳐놓은 가방과 커피를 챙겨 들었다. 덕분에 통로 쪽에 앉아있던 사람도 어정쩡 일어나야만 했고, 조금 부끄러운 마음에 허겁지겁 출입구를 향하는데 나 때문에 덩달아 일어나야 했던 옆자리 신사가 나를 따라오며 "저기요" 하며 내가 놓고 온 정신을 건네준다.
"그쪽은 15호차예요. 저쪽으로..."
"아.. 네 감사합니다"
잠시 내 자리였다가 진짜 임자가 앉아있는 그 좌석을 지나 내 자리를 찾아 앉았다.
기차가 출발하고 다시 역에 정차하고, 새로운 승객들이 기차에 오를 때마다 나는 불안했다. 아직도 내가 자리를 잘못 알고 앉아있는 건 아닐까?
노트북을 열어 살펴봐야 할 문서들이 있었지만 영 기분이 내키지 않는다. 혹시 인생에 있어서도 나는 아직 제 자리를 찾지 못한 것은 아닐까? 이 세상에 와서 내가 있어야 할 곳, 내가 꼭 이뤄야 할 것을 찾지 못한 채 임시의 삶을 살고 있는 것은 아닐까?
역방향 좌석에 앉아 지나온 길을 바라보며 덜컹덜컹... 나는 흔들리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