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 1 글 시즌4 [episdoe 62]
어느새
여름 냄새
신호등의 그림자에 숨어 보행신호를 기다린다.
흐린 주말을 지난 도시의 한낮은
뜨겁게 흔들리며 증발하고 있다.
신호등 그림자는 도심 속 오아시스.
가느다란 그림자 밖으로
튀어나온 가방 그림자는
낙타의 혹 같아
사자도, 아이도 되지 못하는
삶의 짐, 그래도 잠시
그 그늘에 마음을 내려놓고 입술에 침을 바른다.
나.. 누구에게 그늘이 되었을까?
마스크 속의 갈라진 입술
지치다가 이젠 지치기도 지쳐 무력해진
난
이미 메마르고 좁아
한 사람이 쉴만한 그늘도 만들지 못했을 텐데...
멈춰 선 사람들은 초록불이 켜질 것을 어찌 알았는지
한 발 앞서 우르르 차도로 뛰어들고
치열한 도시의 열기 속으로 선뜻 발내딛기 두려워
한참을 우물쭈물하다 점멸하는 녹색불에
가까스로 발을 내딛는다.
세상은 뜨겁고
그늘은 좁다.
그래서 모두 그리 바쁘게 뛰어다니는구나
천천히 걷는 내 발걸음이
문득 부끄러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