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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수정 Mar 05. 2019

조직의 희귀 아이템 '시너지'

루벤스의 컬래버레이션에서 배우다


[Leader's Big Picture]
리더의 미래지향적 전략으로서의 Big picture와 미술사에 남아있는 위대한 그림으로서의 Big picture.
두 개념 사이를 유영하는 캔버스 위 리더십



대부분의 조직에서 개인이 하는 일은 조직이 목표로 설정한 어떤 일들의 일부로 각 개인이 완성한 과업이 모여 조직 차원의 사업으로 표출된다.


예를 들어 A라는 사업을 완수하기 위해 10명의 구성원이 일정 기간 필요하다면 리더는 그 10 명을 9명으로 줄일 수 있을까에 대한 고민을 하게 된다.


개인의 생산성을 높임으로 원가 절감의 효과도 가져오고 남은 인력은 또 다른 사업에 자원으로 투입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당연히 시너지를 낼 수 있는 개인을 팔요로 하게 되고 조직의 성과는 시너지를 일으킬 수 있느냐 그렇지 않느냐에 달려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아미 익숙한 말인 시너지란 1+1=2가 아니라 2 이상이 되는 동반 상승의 의미로 독수리 오 형제가 각자의 스킬로 적과 싸우다 더욱 강력한 적과 만나게 될 때 불새로 합체하여 개인의 합보다 더 큰 에너지를 만들어내는 상태와 같다.


시너지를 통해 더 좋은 상품, 서비스를 만들어내고자 하는 노력은 비단 비즈니스 세계에만 국한된 것은 아니다. 지금으로부터 440여 년 전 플랑드르 지역(지금의 벨기에)의 화가 루벤스는 엄청난 양의 작품을 만들어낸 화가로 유명한데 특히 100여 명의 제자와 동료 화가들과의 협업을 통해 작품을 만들어낸 미술계 시너지의 창출의 좋은 예라고 할 수 있다.


루벤스는 미술사를 통틀어 가장 화려한 권력층으로부터 지원을 받았던 화가다. 지금의 벨기에, 당시 플랑드르 지역 출신인 루벤스는 특히 스페인의 펠리페 4세, 잉글랜드의 찰스 1세, 프랑스의 마리 드 메디시스와 같은 왕족들의 총애를 받았다. 또한 오스트리아 왕실 화가로 임명되기도 하였으며, 스페인과 잉글랜드로부터는 기사 작위를 수여받았다. 스페인과 네덜란드의 외교관으로서 두 나라의 평화를 위해 활동하기도 했다.


그가 남겨놓은 작품들의 수를 보면 화가의 역할만 했다 해도 벅찰만큼 많은데 화가 외에도 왕실 화가, 외교관 등의 많은 역할을 동시에 수행하며 어떻게 3천여 점에 가까운 작품을 남길 수 있었을까? 그것도 크기로 보는이들을 압도하는 대작들이 대부분이다. 


그는 젊은 시절 8년간의 이탈리아에서 유학하였는데 르네상스 시대 작업장인 보테가(bottega) 시스템을 눈여겨보았고 고국으로 돌아와 분업화된 작품 제작 시스템을 자신의 공방에 도입했다.


보테가는 르네상스 시대 숙련된 도제와 조수들의 긴밀한 협업으로 작품을 만들어내는 곳을 말하는데 당시 유명한 보테가로 베로키오 공방이 있었고 레오나르도 다빈치가 이 베로키오 공방에서 그림을 배우며 스승을 넘어서는 재능을 보여주었다는 일화가 유명하다.


루벤스는 이런 시스템을 자신의 작품 제작과정에 적용함으로 이미 유명해진 자신을 향해 밀려드는 주문을 감당할 수 있었다. 루벤스는 드로잉을 하고, 제자들과 조수들은 각각 맡은 분야의 작업을 한 후 마지막으로 루벤스가 마무리를 하고 사인을 했다.


물론 루벤스는 공방에서 작업한 그림들을 자신이 모두 그린냥 포장하지 않았다. 자신의 손길이 많이 간 작품과 그렇지 않은 작품의 가격에 차등을 두었고, 분명하게 루벤스 공방의 작품이라고 명시했다.


그뿐 아니라 루벤스는 당시 장르별 대가들과 컬래버레이션을 하기도 하였는데, 절친이었던 얀 브리헬, 풍경화가 파울 브릴, 프란스 스나이데르 등과 함께 였다.



당시 플랑드르에서 가장 유명한 풍경화가였던 파울 브릴이 풍경을 그리고 그 안에 루벤스가 프시케와 제우스의 모습을 그려 넣은 <제우스와 프시케가 함께 있는 풍경>은 두 전문가의 콜라보가 만들어낸 빼어난 작품이다. 루벤스의 다른 그림과 달리 사람은 작게  풍경이 주가 되는 작품으로 그가 노년에 가졌던 풍경화에 대한 관심을 잘 보여준다.

루벤스와 풍경화가 파울 브릴의 협업 작품 <제우스와 프시케가 함께 있는 풍경> 1610




또 루벤스의 절친이자 플랑드르에서 3대가 화가로 활동한 브리엘 가문의 얀 브리헬과의 협업 작품 <에덴동산과 인간의 타락>은 천국의 이미지의 원형을 제공했다. 루벤스의 인체 묘사와 얀 브리헬의 자연의 묘사가 어우러져 마치 한 편의 영화를 보는듯한 느낌을 준다.


루벤스와 얀 브뤼헬의 협업 작품 <에덴동산과 인간의 타락> 1615




루벤스 공방이 배출해 낸 가장 뛰어난 제자는 '반 다이크'와 '프란스 스나이데르'인데, 그중 프란스 스나이데르와 루벤스가 협업한 <사슬에 묶인 프로메테우스>는 거장과 거장의 수제자의 협업답게 생동감을 넘어 강렬한 이미지를 선사한다.


루벤스와 프란스 스나이데르의 협업 <사슬에 묶인 프로메테우스>



이렇게 우리는 각 분야의 전문가가 함께 함으로 두 개의 합 이상의 결과를 도출하는 시너지가 표현된 그림을 보았다.


조직이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모든 원천은 '사람'에 있다고 한 목소리로 말하고 있는 요즘 구성원 개인의 역량을 향상하기 위해 교육과 보상을 제공하고 다양한 조직 소통을 연구하고 있다. 과거에 비해 개인이 가질 수 있는 고급 정보는 비약적으로 늘어났고 개인의 역량 또한 그 어느 시대보다 강화되었다.


그런데 과연 그런 개인이 모여 시너지를 일으키고 있는 조직은 얼마나 될까?


100년 전 독일의 심리학자 링겔만의 줄다리기 실험은 재미있는 결과를 말해준다.

'참여하는 사람이 늘어날수록 개인이 발휘하는 힘도 증가할 것이다.' 즉 시너지를 일으킬 것이다 라는 가설로 시행된 실험은 보기 좋게 가설이 기각되는 상황에 처한다.


실험에 1명 참여를 했을 때 개인이 발휘하는 힘이 100%였다면  2명 참여 시 93%, 3명 참여 시 85%, 4명 참여 시 49%로 참여하는 개인의 수가 늘수록 개인의 공헌도가 떨어진 것이다. 링겔만 효과라고 부른다.


오히려 내가 보아왔던 조직은 시너지 효과보다 링겔만 효과를 증명하는 현장들이 많았다.

내가 조금 더 하는 것이 왠지 억울한 분위기, 아이디어를 낸다는 것은 그 일을 독박쓰고 해야하는 분위기가 만연하다보니 왠만한 회의는 꿀 먹은 벙어리 대회장이 되어버리는 현상이 비일비재하다. 


리더들이 간절히 원하는 시너지는 어릴 적 보았던 '독수리 오 형제'에서나 볼 수 있었던 희귀한 현상이 아닐까 하는 생각에 괜히 마음이 답답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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