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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수정 Jul 27. 2018

지구를 들어 올리는 두 가지 방법

아르키메데스와 피에르 만조니

어제 썼던 글은 사실 오늘 이야기에 등장하는 아르키메데스의 이야기를 적으려고 하다가 그만 과거의 기억이 용암처럼 폭발하여 본론엔 들어가지도 못하고 당황스럽게도 수포자였음을 고백하며 마무리가 되었다. 

그 울컥한 이야기는 이 링크로 https://brunch.co.kr/@insightraveler/69



아르키메데스 하면 유치원생들까지도 '유레카'라고 외칠 만큼 유명한 인물이다. 이탈리아 남부에 있는 시칠리아섬의 시라쿠사 출생으로 젊어서부터 기술에 재능이 뛰어나 매우 정밀한 기계들을 만들어냈다. 그가 이집트 유학 중 만든 나선식 펌프는 현대의 관개용 펌프의 구조 원형이라고 하니 그는 역사적으로 출중한 인물임엔 틀림없다.


유학을 마치고 고향 시라쿠사로 돌아온 그는 방대한 양의 수학서를 집필하고 많은 법칙들을 발견해냈는데, 특히 지렛대의 반비례 법칙에 관한 일화가 많이 남아있다. 그 당시 왕이었던 히에론에게 지렛대의 반비례 법칙을 설명하며 "긴 지렛대와 지렛목만 있으면 지구도 움직일 수 있다"라고 한 에피소드가 가장 유명하다.


BC 218 ~ BC 201년에 일어난 2차 포에니 전쟁에서 시라쿠사는 로마와 싸우는 카르타고의 편에 서는 바람에 로마의 침공을 받게 된다. 당시 70세가 넘은 아르키메데스는 각종 투석기, 기중기 등 지렛대를 응용한 신형무기들을 고안해내어 로마 대군을 곤란하게 만들었다. 


그러나 결국 시라쿠사는 함락되었고 많은 시민들을 목숨을 부지하기 위해 도망치느라 바빴다. 그러나 아르키메데스는 그런 상황에서도 연구에 몰입해 있었다고 한다. 자신이 연구하고 있던 기하학의 원리를 모래 위에 그려놓고 깊은 생각에 빠져있을 때 로마 군사가 아르키메데스를 둘러쌌다. 그러나 아르키메데스는 너무 집중하고 있던 나머지 그림자로 자신의 도형을 가리는 로마 군사를 향해 "내 도형 밟지 말고 물러서라!"라고 외치다가 그만 로마 군사에 의해 죽임을 당했다고 한다. 


(OO이 죽었대!  왜?  금 밟아서! 이 유머 기억하시는 분이 계실까?)


깊은 몰입을 통해 많은 문제를 해결했던 아르키메데스. 하지만 그 몰입이 자신을 죽음에까지 이르게 만들 줄이야! 그는 역사상 처음으로 기하학을 기술과 연결지은 학자로서 더 나아가 원주율이라든가, 우주의 크기를 나타내는 기수법 등을 정립하였고 수학을 널리 실제 문제 해결에 연결 지음으로써 한층 더 그리스 수학을 진전시킨 학자였다. 


   <Archimedes During The Sack Of Syracuse>  Gerard De Lairesse (1640-1711)


현재는 4년에 한 번씩 열리는 국제 수학자 대회의 수상자에게 주는 필즈 메달에 아르키메데스의 초상을 넣어 그의 업적을 기리고 있다고 한다. 


그럼 지렛대 이야기로 다시 돌아가 보자. 과연 지렛대의 원리를 이용해서 지구를 들어 올리려면 얼마만 한 길이의 지렛대와 힘이 필요할까? 그리고 그 지구를 들어 올리는 데는 얼만큼의 시간이 걸릴까? (오늘이 27일이니 27번 답변해 보시길!)


지식 iN에 검색을 해보니 친절하게 계산을 해 놓은 글이 보인다. 그것을 그대로 옮겨보면



"지구의 질량은 6,000,000,000,000,000,000,000톤이 됩니다. 

만약 60kg의 힘을 가진 사람이 필요한 지렛대의 길이는 짧은 쪽의 

100,000,000,000,000,000,000,000배나 긴 장대가 필요합니다. 

자 이 장대로 지구를 1센티미터 들어 올리려면 얼마나 움직여야 되지요? 

자그마치 1,000,000,000,000,000,000킬로미터를 움직여야 됩니다. 

1초에 1m씩 들어 올리려면 그 시간이 바로 30조 년이 걸립니다."



위의 숫자만 보아도 눈이 뱅글뱅글 돌아가는 나는 '아! 엄청난 숫자구나'로 퉁치며 계산의 단계는 무시한다. 

그저 그렇다니 믿을 뿐이다. 


그러나 "지구를 들어야 하는" 문제에 관해서라면 예술가들은 과학자들의 문제 해결법과는 전혀 다른 방법을 선택하곤 한다. 이탈리아의 현대미술가 피에르 만조니는 1933에 태어나 딱 서른 해를 살다 요절한 작가인데, 그의 작품들은 하나 같이 우리에게 아르키메데스가 던진 것과 같은 질문을 던진다. 


그러나 그의 해결방법은 논리가 아닌 직관을 활용한, 그래서 모든 사람이 "아하!"하고 무릎을 치게 되는 방법이다. 알고 나면 너무나도 단순한 그러나 어느 누구도 쉽게 찾아낼 수 없는 방법 말이다. 


그것은 마치 알렉산더 대왕이 고르디우스의 매듭을 칼로 잘라내어 버리듯, 콜럼버스가 달걀의 한쪽을 깬 후 탁자 위에 세우는 것과 같은 통쾌함을 준다. 


빠밤! 아래의 사진이 바로 피에르 만조니 버전의 "지구를 듬"이다. 뭔 소리냐고? 


불어로 쓰인 Socle du monde는 세상의 받침대라는 뜻이다. 세상의 받침대가 거꾸로 놓여있다. 자 머릿속에서 받침대를 제대로 돌려세워놓아 보자. 그 받침대 위에 지구가 올라가 있는 모습이 보이는가?


피에로 만조니 만세!


<Socle du monde 세상의 받침대>  피에르 만조니(1933~19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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