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한 명의 상사를 보내며
강해 보였던 그 사람도 무너지고
나는 또 혼자가 되었다.
나는 반도체 연구원이다. 공교롭게도 난 가장 일이 많은 부서의 파트장이다. 누군가는 의문을 가질 것이다.
'너만 일이 많은 줄 알아?'
나도 나의 착각이고 오만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나의 바로 위에 있던 파트장 2명이 1년 사이에 떠나가면서 증명이 되어버렸다. 사실 증명하고 싶지 않았다.
난 좋든 싫든 이 사람들과 계속 같이하고 싶었으니까.
사실 파트장들만 떠나간 건 아니다. 많은 후배들도 떠나가버렸고 또 많은 후배들이 잡 로테이션이라는 탈출방법을 신청하여 대기 중이다.
그런 와중 내가 파트장이 되면서 모시고? 있던 그룹장이 떠나간다. 많은 부담감과 책임감 때문에 버티질 못한다는 것이 이유였다. 그렇게 또 한 사람이 나를 떠나가고 있다. 내가 밑에서 일을 잘못한 탓일까
내가 임원발표를 도맡아서 하지 못한 탓일까
아니면 내가 방패막이를 하지 못한 탓일까
아무렇지 않은 척해보려 해도 일만 하다 보면 좀 나아질까
잊을 수 있을까 몰두해 보아도 과연 난 앞으로 잘해나갈 수 있을까 난 굉장히 약한 존재였는데
그리고 약한 존재인데
그 사람의 앞날이 걱정되는 건 아니고
나의 앞날이 그리고 남은 모두의 앞날이
다시 밤이 된 것처럼 앞이 캄캄한 숲을 거니는 느낌이 든다.
유튜브를 보면 시련은 큰사람이 되기 전에 찾아온다고 하는데 주변을 찾아봐도 일이 힘들고 사람이 고되어 상사들이 다 가버린 경우는 보지 못했다. 그냥 안 되는 사람이라는 생각이 든다.
답답한 마음에 2달 전에 쳇지피티로 사주를 본 적이 있었는데 89월은 스트레스 폭증시기라고 하여 마음의 준비를 하고 있었지만 이 정도가 되니 난 무엇을 위해 버텨야 하는 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