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을 먹지 않아도 감상적인 느낌에 빠지는 순간이 있다. 기억을 더듬어보면 12시까지 야근 후에 버스정류장에서 버스를 기다리면서 가로등에 비치는 흩날리는 눈발을 볼 때가 있었다. 오늘은 눈이 오는 추운 겨울날이 아닌데도 눈이 올 때와 같이 감상적인 느낌이 불현듯 찾아왔다. 매일 보던 쇼츠의 홍수 속에서 그 틈을 비집고 들어온 무직비디오 하나였다.
노래자체는 내가 직장생활 초년차에 들었던 노래였지만 뮤직비디오로 들리는 나지막한 대화소리와 중간중간 삽입된 적절한 공백들, 그리고 화면으로 느껴지는 그 시절의 내가 그려지면서 여름날에도 깊은 감성을 느끼기에 충분했다.
사람이란 참 신기한 존재인 것 같다. 노력해서 영감을 구할 땐 그렇게 구해지지 않다가 일상생활에서 문득문득 나도 모르게 영감이 나오라고 감성이 나오니까 말이다. 그리고 그러한 감성은 내가 삶에 대해 최선을 다 하고 난 후 긴장의 해소에서 더 자주 오는 것 같다. 그리고 이러한 감성은 나를 좀 더 힘든 세상에서 조금은 더 버틸 수 있게 해 주는 힘이 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