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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다원 Mar 16. 2020

#2 설렁탕 한그릇먹고 되돌아보는 서빙노하우

백종원 선생님 깜짝 방문을 추천드립니다.


요즘 우리동네 후암동이 이태원클라쓰에 자주 나온다.


20200306


싱크대 건조대에 기대 있는 채칼이

자꾸 쓰러지는 통에 신경에 

거슬리기 시작했다. 

그만 쓰러져!라는 짜증 섞인

나의 마음을 전달하기 위해

조금 힘주어 세우는 순간

새끼손가락이 뜨거워졌다.


얼굴이 하얗게 질려 택시를 타고

근처 병원으로 급히 이동했다.

다섯 바늘... 꿰맨 뒤 마취가 풀리자

서러움과 아픔이 동시에 폭발했다.


보관하는 방법이 문제였다면,

언젠가는 문제가 생길 거였더라면,

그게 나여서, 직원이 아니라 그냥

다행이라는 생각도 든다.

(이 글을 어머니가 싫어하시겠지)



20200307


새로운 직원을 뽑아야 한다.

알바몬에게 부탁했다.


원래는 업무능력과 인간미

둘 중에 일은 내가 알려주면

되니까라는 생각에 인간미에

많이 편향된 편이었다.


우리 가게는 오피스 상권이라

점심에 많이 바쁘다.

시간 들여, 공들여, 기본부터

가르칠 여유가 없다.

적응기간 동안 꾹 참고 몇 개월

내내 가르치니 퇴사를 희망한다.

허탈했다. 담백하게 업무적 능력과

인간미를 7:3의 비율로...

근데 내 맘대로 될 가능성이 전혀 없다.






20200308


인생 설렁탕이 우리에게 한 실수

그리고 알려주고 싶은 몇 가지


1. 국밥의 경우 메뉴가 단조롭기 때문에

입장과 동시에 서버가 붙어 주문을

받는 게 좋다. 뒤로 3팀이 입장했는데

제일 먼저 들어온 우리는 4번째로 주문을

해야 했다. 그것마저도 우리가 요청했다.


2. 설렁탕에 소면 추가를 했는데

주방에 전달되지 않았나 보다.

서빙할 때 "소면 추가했습니다."

등 요청사항이나 추가 요청에 대해

짧은 코멘트를 해주는 게 좋다.

실수했다며 밥그릇에 소면을 넣어

서빙해주었다. 뚝배기를 가져가서

넣어올 알았다.

(백종원 슨생님 보셨어야 하는데)


3. 국밥에서 이물질이 나왔다.

계산대에서 사람은 두명인데 1인분만

찍혀있으니 당황스러워했다.


"이물질 나와서 하나 빼주셨어요."

"그렇군요."


홀에 이 모든 걸 컨트롤하고 관리하는

누군가가 없다는 게 느껴졌다.

요식업에서 이물질은 참 민감한 문제다.

여러 번 체크해서 고객이 퇴장하는

순간까지 실수에 대한 미안함과 책임감

있는 모습으로 최선을 다해야 한다.

(그런 일을 해야 하는 게 홀 매니저나

점장, 사장이다.





20200310


서울대병원에 수제 샌드위치 납품으로

새벽에 일찍 일어나 출근했다.

거리가 아주 고요하다.

고요함을 뚫고 나 혼자 활발히 무언가를

이뤄내고 있다는 느낌은 은근히

기분이 좋다. 


누군가의 앞에 도착할 이 샌드위치가

온 힘 다해 이뻐 보였으면 좋겠다.

그리고 그건 내 의지에 따라 가능한

일이다. 그래서 더 보람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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