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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인석 chris May 20. 2017

<제4의 물결, 답은 역사에 있다>를 읽고

역사의 이야기를 통해서 디지털 세대에 묻는 통찰 가득한 메시지

10년 전쯤인가, 개발자 3~4년 차 정도 되었을 때 전문 기술 서적만 읽던 필자에게 흥미로운 책 한 권을 보게 될 기회가 있었다. 회사 선배가 무심코 던진 그 책의 이름은 "코드 한 줄 없는 IT  이야기"였다. 저자는 그 당시 유명한 기술 잡지의 인기 연재 칼럼니스트이자 IBM 아키텍트인 김국현 님이었다. 필자가 그 당시 쓰고 있던 기술들이 생긴 유래나 기업들 간의 기술을 사이에 둔 공방전, 저자의 시점에서 바라본 미래의 기술에 대한 이야기를 읽다 보니 나도 모르게 푹 빠져버린 기억이 있다. 그렇게 얻은 얄팍한 지식은 새로운 기술을 선택하거나 누군가에게 기술을 설명할 때나 심지어는 가끔 술자리에서도 안주삼아 거론되기도 하였다.

코드 한줄 없는 IT 이야기(성안당, 김국현 지음)


3년 전쯤 우연히 책 출간 저자 발표회에 참석하게 되었다. 책의 이름은 "거의 모든 인터넷의 역사"였고, 저자는 대학교 교수님이자 미래학자, 융합 지식인으로 불리는 정지훈 님이었다. 이 책은 그야말로 "인터넷"에 초점을 맞춰어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에 대한 이야기를 거침없이 풀어 나갔다. 이 책도 좋았지만, 같은 분이 쓰신 "거의 모든 IT의 역사"에서는 근대의 마이크로소프트, 애플, 구글의 삼국지와 같은 이야기를 풀어나갔는데, 이 또한 흥미롭게 읽었었다. 10여 년 전의 책과 3년 전의 책의 내용의 골자는 비슷했지만 급변하고 있는 시대의 흐름을 잘 이어놓고 있었고, 현재 가장 많이 사용하고 있는 기술에 대한 사상과 걸어온 길, 앞으로 필자가 관심을 가져야 할 영역에 대해 결정하는 데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었다.

거의 모든 인터넷의 역사(메디치, 정지훈 지음)


위에서 언급한 3권의 책 모두 IT 기술에 대한 역사와 통찰에 대해서 설명하고 있었지만, 아쉽게도 IT가 태동하기 전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지는 않았다. 어찌 보면 그러는 것도 쉽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가령, 세종대왕님으로부터 빅 데이터 활용법에 대한 통찰을 얻기 힘들지 않을까?


그런데, 그런 책을 보고야 말았다. 바로 "제 4의 물결, 답은 역사에 있다(한빛비즈, 고평석 지음)"다. 저자 고평석 님은 위의 저자들과 마찬가지로 '칼럼니스트'였으나, 디지털 교육 사업을 병행하며 인문학과 디지털의 연결 고리를 만드는 '인문 디지털 커넥터'로 본인을 소개하고 있었다. '인문 디지털 커넥터'라.. 필자에게는 무척 생소한 글자였다. 표지에 세종대왕과 테슬라의 엘론 머스크를 앞표지에 묘하게 배치해 놓은 것도 아리송했다.

<제4의 물결, 답은 역사에 있다> 앞 표지


하지만 책의 뒤표지에 실린 추천사들을 읽어보니, 무슨 뜻인지 감이 왔고 책의 내용이 무척 궁금해졌다.

<제4의 물결, 답은 역사에 있다> 뒤 표지


역사에 관심은 있으나 역사를 잘 모르고 인문서도 잘 읽지 않던 필자는 혹시나 조금이라도 지루하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 있었지만, 지루할 틈 없이 독특한 시각으로 바라본 역사와 현대의 디지털 트렌드와 연결이 흥미진진하게 진행이 된다. 책도 굉장히 쉽게 읽힌다. 이왕 세종대왕을 언급하였으니, 세종대왕에게 배우는 빅 데이터 활용법에 대한 이야기를 어떻게 했는지 살펴보자. 일부 내용을 발췌한다.


세종대왕은 토지 1 결당 일정하게 10두의 세금을 정한 공법을 시행했다. 이전에는 매년 개별 토지 수확량을 조사해서 돌아보며 수확량을 확인하는 과정에서 부정이 개입되어 그에 대한 보완책으로 나왔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세종대왕은 전국 백성들의 의견을 취합하고 데이터를 모았다. 1430년 3월부터 5개월간 전국에 걸쳐 찬반 의견을 모았다. 17만 명이 의견을 냈는데, 그중 9만 8천 명이 새로운 제도에 찬성 의사를 표했다. 그걸로도 부족하다고 느낀 세종대왕은 끊임없이 백성들의 의견을 모아 공법을 보완했고, 13년이 지나서야 본격적으로 공법을 시행했다.


필자는 이 내용을 빅 데이터의 핵심 요소 4가지인 규모(Volume), 다양성( Variety), 속도(Velocity), 진실성(Veracity)과 연계하여 설명하며, 빅 데이터 활용의 훌륭한 사례임을 강조한다. 방대한 양(규모)의 빅 데이터를 모아 필요한 것을 고르고, 글과 음성 등 다양한 형식(다양성)의 데이터가 한 가지 주제로 사용될 수 있도록 정리하였으며, 13년이라는 기간 동안 흘러가는(속도) 백성들의 의견을 모았고, 위정자의 입맛에 맞게 데이터가 조작되거나 결과 값이 부풀려지지 않았는지를 끝까지 확인(진실성)하였다는 것이다. 이를 통해 빅 데이터에 대한 어두운 면에 대해서 생각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며, 어떻게 활용하는 것이 올바른 방법인지 역사를 통해 방향을 제시한다.


약 600년 전에도 공법을 정하기 위해 방대하고 다양하고 투명한 데이터를 수집한 세종대왕의 이야기는 실은 놀랍기 그지없다. 그리고 이러한 내용을 현대에 디지털 문화에 익숙한 사람들에게 던지는 메시지도 무척 신선하게 다가온다.


이외에도 저자는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다양한 역사의 이야기를 소개한다. 우리나라의 삼국시대, 고려시대, 조선시대에 이어, 중국, 미국, 일본, 포르투갈, 에스토니아 등등 다양한 나라의 역사와 근래의 움직임에 대해서 설명하고 있고, 주제에 맞는 생각할 거리를 던져주는 식으로 책의 내용이 진행된다.


한 가지 아쉬운 점은 저자 입장에서 조금 더 명확한 답변을 제시해주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간혹 든다는 부분이다. 마치 열심히 설명해놓고 결론을 내리지 않는 듯한 챕터들로 인하여 집중력이 흩어질때가 있다. 하지만, 스스로 고민하여 답을 얻기 위해서 반드시 필요한 부분일 수도 있겠다.


이 책은 올해 봄에 출판이 되었기 때문에, 꽤 최근의 이야기도 다양하게 실려있다. 아마 당분간은 이렇게 훌륭하게 역사와 디지털 영역을 엮은 책은 나오기 힘들지 않을까 생각된다. 현대의 기술에 대한 이해를 역사와 함께 이해하고 미래의 모습을 상상해보고 싶은 분이라면 꼭 한번 읽어 보기 바란다. :)


http://www.hanbit.co.kr/store/books/look.php?p_code=B7827425491


* 본 책은 한빛리더스의 활동으로 작성이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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