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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Insuk Kwak Feb 28. 2017

퇴사 전 고민해 볼 것들

회사 안이 전쟁터이면 밖은 지옥. 명언이다

얼마 전 나와 같은 개발팀장이고 한때 같은 파트였던 동료가 지치고 지쳐 퇴사를 하겠다고 몇 명에게만 선언했다.

그 순간 든 생각은... 말려야겠다..라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

이미 백수의 기간을 보낸 본 내가 왜 퇴사를 말렸을까..


사실 나의 퇴사는 사람들이 볼 때는 무척 단순했을 것이다.

조직에 대한 방향성이 맞지 않았고, 잦은 마찰을 겪다 욱하는 내가 뛰쳐나온 것이라고 보였다.

나도 그런 줄로만 알았다.

하지만 진정한 나의 퇴사의 이유는 7개월간의 백수기간 동안 나의 마음을 보고 또 보고 나서야  알 수 있었다.


그래서 그 직장동료에게 퇴사를 생각하기 전에 고려해보라고 말해 준 것이 몇 가지 있다.

왜냐면 퇴사야 뭐 한 달 전에 사직서 올리고 통보하면 그만인지라 정말 퇴사는 그냥 하면 그만인 것이다.

그렇지만 후회하면 돌이킬 수 없는 것 또한 퇴사이기도 하기 때문에 내가 느낀 것들을 고민해보고도 그러고 싶으면 퇴사를 하라고 했다. 그 동료는 나의 조언대로 6개월 휴직을 하기로 했다.



그 동료에게 처음으로 내가 한 질문은 정말 후회하지 않겠냐.. 였다.

보통 퇴사를 마음먹은 사람들이면 자신은 최선을 다했기에 미련이 없다고 하는데, 

조직에 대한 미련 말고도  자신이 보낸 시간과 노력 그리고 희생에 대한 미련을 정말 떨쳐낼 수 있냐는 물음이었다.

개발자 시간의 대부분은 프로젝트를 하며 보내는 지라, 개인 시간은 거의 없고 사실 대부분 인생이 프로젝트 즉 회사에 맞춰져 있다. 나의 퇴사 후는 , 갑작스럽게 늘어난 시간에 당장 갈 곳이 없고 만날 사람이 없는 상황이 굉장히 낯설었고, 사회에서 만난 인간관계는 한계가 있기에 마음 편히 속내를 털어놓을 사람이 없다는 사실이 예상보다 더 굉장히 낯설고 쓸쓸하고 외로운 시간들이었다. 그 시간을 겪으며 무엇을 위해 나는 일만 하고 살았나, 누구를 위해 일만 하고 살았나, 그래서 무엇이 남았나 생각이 들었다. 누구도 강요하지 않은 조직의 충성을 바치고 후회하는 내 모습이 불쌍했고, 왜 나는 이렇게 조직에 희생을 했는데 조직은 나한테 무엇을 해줬는지 분노가 들던 시간을 겪었다.

그래서 동료에게  희생만 하고 나가지 말고, 나가기 전에 챙길 수 있는 여러 부분을 생각해 보고도 흔들리지 않으려면 퇴사를 하라고 했다.

내가 적어도 퇴사를 하는 사람에게 권하는 건, 휴직이다. 휴직을 한 후 조직과 나를 분리하고 돌아가야 할 곳인지 아닌지 객관적이고 이성적인 생각이 가능할 때 판단을 내릴 수 있기 때문이다.


만약 사람이 문제라면 어딜 가나 겪을 수 있는 문제이니 다시 생각해봐라

사실 나의 퇴사 발단은 사람이다. 

사람에 대한 평가 부분에서 조직장과 팀장인 내 의견이 달라서였다.

일을 못하더라도 열정이 있거나 발전 가능성이 있는 사람들이라면 몰라도

윗사람에게만 잘 보이고 무능한 사람들이 빅마우스가 되어 소문을 퍼트리고 정치하는 그런 사람을 없애달라는 게 나의 의견이었다. 근데 조직장 앞에서는 워낙 일 잘한다고 본인 스스로 떠벌리고 조직장에게 입안의 사탕처럼 구니 본인은 나의 의견과 달랐다.. 그래서 그냥 눈감고 참아도 봤지만 그 사람과 일로 부딪치면 쪼르르 조직장에게 이르고 나는 또 불친절한 사람으로 몰려 인성 훈계를 듣고 있자니 무척 화가 나서.. 대판 싸우고 때려치웠다.

물론 그런 썩은 사과 같은 사람은 어느 조직에나 다 존재한다. 만약 그런 사람 때문에 나가게 되면 낯선 곳에서 적응하며 그런 좀비를 또 겪는 것보다는 익숙한 환경에서 그런 좀비에 대한 스트레스를 없애는 방법을 강구하는 게 낫다. 난 갑을병정 문화의 끝판왕인 한국 IT 바닥이 신물 났고, 다른 회사에 개발자로 취업할 생각은 없었으므로 멋지게 때려치웠지만(ㅜㅜ) 권하고 싶지는 않다. ㅎㅎㅎ


만약 조직의 문제라면 한국의 조직문화에 대한 고찰과 회사의 발전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결정해라

한국의 조직문화는 아직도 갈 길이 멀다. 여자들의 편 가르기 만큼이나 남자들의 군대문화가 함께 섞여서 끔찍하기 이를 데 없다. 그러기에 그냥 조직의 문화가 잘못된 건지 한국 조직문화를 답습하고 있는 건지 잘 관찰해라.

나는 사실 퇴사나 팀을 옮길 때, 원칙이 하나 있었다. 내가 섬기는(?) 책임자를 존중할 수 있는가였다. 실력이건 인성이건 둘 중 하나라도 존중받을만한 책임자였을 때는 잘 섬겼으나, 내가 생각한 선을 넘어서게 되면 내 특유의 못된 근성이 나와서 은연중에 책임자를 무시하고 있는 나를 발견하게 된다. 그럴 때면 그냥 내가 조용히 절을 떠났다. 마지막 회사에서 조직장은, 일에 대한 방향에 대해서는 공감할 수 있었고, 실력도 출중했지만, 조직관리능력은 너무나 편파적이었기에 많은 실망을 했고, 기대한 만큼 충돌도 많았고, 결국엔 내가 절을 또 떠나왔다.

내가 몸담던 회사는 중소기업 중에서도 복지 부분에서 나름 유명한 곳이었다. 그래서 거길 나올 때 다른 중소기업은 갈 수가 없겠구나란 생각을 했다. 더 작은 회사들은 더 좋기 쉽지 않을 것을 알기 때문이었다.


사실 팀장 자리에 있으면서 팀원들한테도 욕먹고 조직장한테도 욕먹고 고객한테도 욕먹고

가족과 친구들 만날 시간은 줄어들어 힘겹고

정말 내 인생에 가장 정신적인 스트레스로 버겁던 날들이었다.


시간이 필요했고 거리가 필요했는데

끊임없이 그들은 무언가를 요구했고

그 요구에 부응하려다 다 내팽개친 것 같다


그렇게 멋지고 속 시원하게 나왔건만,, 현실은 막상 출근할 때는 일어나기 싫던 아침에 어찌나 눈이 잘 떠지고

불규칙하던 생활습관은 어찌나 규칙적으로 변하던지..

거기다.. 무언가를 해야 할지 모른 채 9-18시까지의 시간은 훅 가버리고

그렇게 하루가 한주가 되고 한주가 한 달이 되고 갑자기 나는 사회생활을 이대로 끝내고 살 수 있는 사람인가에 대해 고민이 시작되었다


마음의 상처는 아직 아물지 않았는데

갑자기 줄어드는 통장의 잔고들과 출근할 곳이 없으니 소용없어져 버린 옷과 구두들을 바라보며

늘어나는 나의 시간을 즐길 만한 마음의 준비도 없이 퇴사를 했구나란 생각이 뼈저리게 와 닿았다.


막상 직장 다닐 때는 여행도 다니고 운동도 하고 책도 많이 읽고 글도 써야지 하지만 그건 회사생활과 병행할 수 있는 것들이었는데란 후회도 되고, 돈이 충분치 않은 상황이 그 모든 걸 주저하게 만들게 되었다


허겁지겁 또 단기 일자리를 찾았고 합격했지만.. 마음의 준비가 되지 않아하지 않겠다고 한 일도 2건 정도 있었고, 진지하게 커리어를 바꾸려고 면접을 4차까지 가서 최종 탈락한 적도 있었다.


이런 뒤죽박죽 같은 백수생활을 7개월쯤 지속하니 떨어지는 자신감과 알 수 없는 불안함이 종종 밀려왔다.

나의 자존감을 찾지 못한 채 내가 도망쳐서 그런 거구나 라는 생각이 그때쯤 든 것 같다.

과감히 때려치운 내가 승리자가 아니고 패배자구나... 나는 그 행동으로 스스로에게 상처를 주었구나 싶었다

중간에 도망치는 건 나에게 해서는 안 되는 행동이었다.

정말 최선을 다해서 그걸 고쳐볼 노력을 다했는지에 대한 의문이 들었다.

이렇게 때려치울 거면 논개정신으로 그 좀비 하나 물고 죽을걸 하는 생각도 들었다.

아 그렇지만 난 퇴사를 후회하진 않는다. 왜냐하면 그 직장에서 개발을 처음 시작한 후 대기업으로 갔다 다시 되돌아갔는데 말도 많았고, 같이 오래 지내온 사람들이어서 나를 알기 때문이란 핑계로 나의 방식에 대한 존중이 없었다. 그리고 기대만 많아져갔고 잘해봐야 본전인 날들이었다. 그럴 땐 거리나 새로운 사람이 필요한 시점이다. 구관이 명관인 걸 알려면 어쩔 수 없지... 겪어보는 수밖에..


아무튼 퇴사라는 걸 고민해 보는 사람들은 퇴사의 본질과 얻고자 하는 바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해보길 바란다.

물론 더 좋은 환경과 조건으로의 이직은 찬성이다.

다만 자신이 머무르는 환경에 싫증이 나서인 사람들에 한해서 고민해 보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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