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은 무엇이 문제인지조차 모르겠지만 얘기는 시작해보고 싶다.
굉장히 오래전부터 얘기해보고 싶은 주제였는데 선뜻 쓰기가 어려운 주제이기도 했다.
요즘 사회에서 페미니즘이 메갈과 동일시되며 "여자"를 주제로 글을 쓰기만 하면 날 선 시선이 너무 많아서이기도 하고, 내가 그 여자의 카테고리에 있음으로 인해 주장하는 것들이 내 편견으로 치우쳐질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이젠 정말 싸우는 것이 싫다 ㅜ.ㅜ
2004년 개발자가 되었을 때만 해도 신입 개발자의 성비는 5:5, 6:4, 7:3 정도는 되었던 듯하다
그러나 10년이 지나고 나서 그들은 다 사라졌다. 실제 프로젝트에 투입되는 중급 이상의 여자 개발자의 수는 정말 희박하다.
그런 곳에서 나는 개발 리더직을 거쳐, 팀장까지 되었다.
사실 몇 년만 더 잘 참았으면 더 높은 직책을 맡을 수 있었을지에 대한 가능성은 반반이다.
그곳에서 나는 다른 구성원에 비해 가장 오래 일한 개발자였고, 리더였다.
그런데, 내가 원치 않고 위에서 원치 않게 개발자도 아닌 다른 직원이 나와 그 위의 자리를 놓고 경쟁을 시작했나 보다.(나는 그때는 몰랐다)
그런 지위 경쟁에 관심이 없었던 나는 , 그것이 정치란 걸 인지하지 못했다.
그래서 영리하게 굴지 못했고, 내 편이 되어줄 수도 있었던 상사에게 부당함을 토로했지만
그는 이문제의 원인이 무엇인지 알지 못했다. 왜냐면 내 경쟁자는 정치밖에 모르는 사람이었으니까..
이 문제에 대해 퇴사 후에도 오래 고민했다.
난 훌륭한 리더였을까..
정치를 하지 못하는 사람이 리더인게 올바른 일인가..
객관적으로 평가하면 반반인듯하다.
적어도 일에 대한 강도는 세게 줬지만, 그 이상을 해야 하는 이유에 대해 조직과 그 구성원의 입장에서 왜 그래야 하는지 동기부여는 충실히 하는 사람이었으니 이점은 훌륭한 자질인 듯하다.
못했던 것은 내가 여자 리더 이기 때문에 싸워야 했던 많은 편견들 때문에 우리 팀은 많은 걸 증명해야 했고, 그 결과가 의미 있었으나 평가면에서는 야박한 점수를 받았기 때문이다.
내가 여자 리더이기 때문에 싸웠던 편견들을 객관적인 근거로 들진 못했다가 읽은 책이 있다.
"우머노미스"
빌 클린턴 대통령 당선 때 최초의 여성 백악관 대변인. 그것도 31살의 젊은 여자의 고군분투 이야기.
아쉽게도 이 책은 빌 클린턴이 여성에게 중책을 맡겨야만 하는 정치적인 입장 때문에 그녀를 그 자리에 채용했다는 것이고, 그것을 저자인 마이어스도 잘 알고 있는 점이 좀 아쉽다.
결국 시작은 여자여서 채택되었던 것이 맞기 때문에 여자의 유리천장에 관한 이야기의 객관성에 대해서 나조차도 의문을 가지니까 말이다. 그런데 여자여서 채택되어 또한 한계를 가졌다고 한다.
아무튼 여기서 얘기하고 있는 많은 사례 중에 공감되는 게 있었다.
남자와 여자는 다른 존재이다. 잘 할수 있는게 다르고 관심사가 다르다.그 차이점을 인정해야 한다.
그렇다면 기존의 평가기준이 남자에 맞춰진 것은 아닐까? 생각해 볼수 있지 않을까?
그리고 남자가 여자를 대놓고 배제하지는 않는다. 그들은 누군가를 배제하는데 관심이 없다.
다만 끼어주는 것 자체를 잊고 있는 것이다.
많은 정보를 주고받는 것에서 자연스레 배제되고, 회의에서 발언권을 갖는 것조차 주목을 받는 일인 것이 동일한 출발선에서 출발했다고 할 수 있을까.
나는 그 시절, 책에서 서술한 예들을 겪었을 때 내 성격의 문제인 줄 알았다.
그들이 담배 피고 술 마시며 형 동생을 맺는 그런 과정을 보며 그들과 친해질 생각을 하지 않았던 성격의 문제
그들은 고객과도 형 동생이 되고 , 거기엔 군대, 지역, 학교 많은 것들이 그들을 묶어주는 계기가 되었으나
나와는 언제나 일 얘기만 했다. 근데 일 얘기만 하는게 올바른 일이라 생각되지 않나?
나는 그들과 오빠 동생이 되지 못했고, 돼야 하는 이유를 몰랐고, 왜 그렇게 비즈니스가 이루어지는지 사실 아직도 이해 못한다.이건 좀 바뀌어야 하지 않을까. 왜 그들은 본인들이 하는 밀실의 대화에서 중요한 결과를 도출하는 걸까..
다시 책에서 돌아와서 나는 언제나 내 존재가 리더가 되어도 마땅한 사람인지를 끊임없이 증명해야 했고, 같은 직급 내지 다른 팀장들보다 많은 업무를 할당받아야 했는지 이해 못하겠다. 물어보면 내 성향의 문제이지 성별의 문제는 아니라고 했다. 그렇다면 왜 적절한 직책과 보상이 뒤따르지 않았을까. 내 성격탓이라고 했다.
그런데 그 회사에 십여 년 세월 속에 여성 임원은 단 2명에 불과하고 그중 기술자인 사람은 한 명도 없었다.
정말 성격탓에 나는 높은 자리에 갈 자격이 없는 걸까?
그럼 그 자리에 있는 임원들의 성격이 나보다 더 좋은가?ㅎㅎㅎㅎ
이제부터 공정하게 출발한 사람들에게는 공정한 평가를 해줄 수 있는 사회가 되었으면 좋겠다.
그러려면 우리나라는 좀 특수하게 일단 군대 문제부터 해결해야 하는 것이 맞다.
모병제건, 여성도 참여하건, 군 가산점을 주건 남성들에게만 주어진 국방의 의무를 평등하게 해결해줘야 한다.
그리고 여성들도 힘든 일에서 빠지지 않아야 한다.
힘을 쓰는 일에서 빠지고, 숙직에서 빠지고, 출장 빠지고, 회식 빠지고, 부정한 생리휴가를 쓰고, 이런 행위들은 좀 근절되었으면 좋겠다.
그리고 고위직의 여자들을 언론에서 평가할때 옷이나 헤어스타일, 즉 외모에 대한 평가를 제외했으면 좋겠다.
또한 여성 연예인의 다이어트,성형에 주구장창 이슈를 만드는 일도 좀 사라졌으면 좋겠다.
여성은 외모를 기사화하고, 남성은 상황을 기사화 하는 이 언론들도 진짜 문제이다.
그래서 공정한 시각으로 논의를 할 수 있는 장이 펼쳐졌으면 좋겠다.
나조차도 어디서부터 문제인지 모르겠는 이 문제를, 입밖에 내면 싸움만 나서 성별로 갈라서지 않고,
객관적이고 이성적이게 서로 토론할 수 있는 장들이 좀 많아졌으면 하는 바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