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 1학년 때였다. 새벽 5시 40분, 우리 동네에 음악 소리가 울려 퍼졌다. 새벽 6시까지 학교 운동장으로 모이라는 신호였다. 초등학교 입학하자마자 제일 싫은 게 아침 국민체조였다. 넷째 오빠와 다섯째 오빠가 나를 번갈아 가며 깨웠다.
“막둥이, 일어나. 국민체조 가야지.”
“몰라. 그냥 오빠들만 가.”
나는 이불을 꼭 붙들고 일어나지 않았다. 다섯째 오빠가 이불을 걷어치우며 나를 일으켜 세웠다.
“국민체조 빠지면 등교 후 운동장 열 바퀴 돌아야 해. 얼른 가자.”
“왜 1학년이 국민체조를 하는 거냐고. 난 싫은데.”
하도 꾸물거리고 뭉그적거리자, 두 오빠한테 끌려가다시피 학교 운동장에 도착했다. 열서너 명이 운동장을 돌고 있었다. 숙직했던 선생님은 운동장 조회대에서 뒷짐을 진 채 왔다 갔다 하고 있었다. 선생님 눈치를 보면서 천천히 운동장을 돌았다. 국민체조를 하기 전에, 달리기를 못 하는 학생이거나 늦게 온 학생들은 운동장을 다섯 바퀴 정도 돌고, 달리기를 잘하는 학생이거나 일찍 나온 학생들은 열 바퀴 정도 돌았다.
국민체조를 마치고 집으로 가면서 말했다.
“오빠, 내일 비 오면 좋겠다. 국민체조 안 하게.”
오빠는 내 말을 듣는 둥 마는 둥 집에 빨리 가자고 재촉했다. 아침밥 먹고 다시 학교에 가야 하니까.
3개월 동안 등교하는 날 아침마다 국민체조를 했다. 전교생이 모인 자리에서 교장 선생님이 말했다.
“학생 여러분, 체력은 국력입니다. 여러분이 아침마다 국민체조를 하니까 체력이 좋아졌습니다.
앞으로도 국민체조를 꾸준히 해 주기 바랍니다.”
교장 선생님 말씀대로 우리들의 체력이 좋아진 것인지 아닌지는 알 수 없었다.
6월 중순이 되자 장마가 시작되었다. 새벽부터 내린 비는 그치질 않았다. 새벽 5시 50분에 눈이 떠졌다.
학교에서 음악방송이 나오지 않았다. 혹시나 하는 걱정에 마당을 살폈다. 마당이 온통 진흙탕이었다. 아주 편안한 마음으로 이불을 덮고 눈을 감았다.
“아~, 좋다~! 내일도, 모레도, 매일 아침 비가 오면 좋겠어!”
국민체조를 안 한다는 사실 하나만으로 저절로 웃음이 나왔다. 오빠들한테 안 일어난다고 잔소리 듣지 않아도 되고, 선생님 눈치 보면서 운동장을 돌지 않아도 되고. 투두둑 투두둑 들리는 빗소리가 자장가처럼 들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