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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인성교수 Nov 01. 2024

은퇴이야기 2: 나만의 넘버원픽-거제숲소리공원

일상 속에서 휴가온 사람처럼...

거제는 많은 사람들이 휴가를 즐기러 찾는 곳이다. 휴가지로서 복잡할 수 있지만, 나는 다행히 관광객이 몰리지 않는 조용하고 아늑한 산 중턱의 아파트에 자리 잡았다. 그러면서도 차로 조금만 나가면 휴가지의 새로움과 즐거움을 쉽게 경험할 수 있다. 마치 일상의 루틴 속에서 살면서도 언제든 휴가 온 사람처럼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살아갈 수 있다는 것이다. 은퇴자로서의 특별한 호사가 아닐까 싶다.


거제시에 대하여

거제도는 제주도에 이어 우리나라에서 두 번째로 큰 섬이며, 공식 명칭은 거제시이다. 아래 지도(그림 1)처럼 아홉 개의 면과 아홉 개의 동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나는 거제면에 살고 있다. 거제면은 면사무소와 우체국이 있는 읍내와 여러 농어촌 마을들로 이루어져 있다. 예전에는 배로 육지와 오갔다고 하나, 지금은 장목면 쪽에 거가대교가 부산과 연결되어 있고, 둔덕/사등면 쪽에는 통영으로 가는 구 거제대교와 거제대교가 있다. 이 때문에 육지에서 떨어진 섬이라기보다는 한반도 남쪽 끝자락에 있는 해안 도시처럼 느껴진다.

그림 1: 거제시 행정구역 지도 (Adapted from https://namu.wiki/w/%EA%B1%B0%EC%A0%9C%EC%8B%9C/%ED%96%89%EC%A0%95)

거제면의 숲소리 공원

이사 후 먼저 거제의 유명 관광지들을 둘러보기 전에 내 주변의 거제면을 이곳저곳 탐방했다. 오늘 이야기할 곳은 숲소리 공원 (그림 2)이다. 관광객들에게 잘 알려지지 않아 주중에는 한적하고 주말에도 크게 붐비지 않는 편이다. 공원에는 아이들 놀이터, 양 떼 농장, 최근 조성된 어린이 교통 공원이 있어, 주중에는 근처 유치원생이나 초등학생, 그리고 거제에 있는 국제학교 (놀랍게도 거제에는 세 곳의 국제학교가 있다.) 학생들이 수업의 일환으로 방문하곤 한다.


숲소리 공원은 거제면에 위치한 약 5만 평의 넓은 공원이다. 이곳에 오면 거제면 마을과 앞바다를 바라보며 마치 따스한 햇살에 포근히 감싸이는 느낌이 든다. 아기자기한 시설이나 화려한 꽃동산은 없지만, 편안하고 즐거운 경험을 제공하도록 설계되어 나름대로 매력적인 아름다움으로 가득한 곳이다. 이 공원은 2018년에 조성되었고, 동물과 식물 요소를 결합하여 방문객들에게 치유의 환경을 제공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는 설명을 들었다. 우리 집에서 차로 10분 거리에 이런 곳이 있다는 사실이 올 때마다 감탄스럽다.

그림 2: 숲소리 공원 전경

공원에 도착하면 우선 넓은 주차장이 눈에 들어온다. 차량을 위한 넉넉한 공간과 고속 EV 충전기도 있어 우리와 같이 전기차를 운전하는 경우 충전소를 혼자 사용할 기회가 있다. 주차장 주변은 올리브나무 공원으로 조성되어 있고, 그림 3과 같이 올리브 모양의 의자들이 잘 배치되어 있어 거제면을 내려다볼 수 있다. 가끔 견학 온 아이들과 선생님들이 사진을 찍는 모습도 보이는데, 때로는 함께 그들과 이야기를 나누며 사진을 찍어주기도 한다.

그림 3: 숲소리 공원 초입에 설치된 올리브의자에서 본 거제면 풍경

공원 입구로 들어서면 그림 4와 같이 관리 사무소와 무인 커피숍, 화장실 등이 같은 건물에 있어 편리한 출발점이 된다. 지금은 모노레일 정류장이 이곳에 설치되고 있어서 조금 복잡해졌다. 트레일 존(Trail Zone)은 나무 그늘이 있고 경사가 별로 없는 긴 데크 길과 경사가 가파른 짧은 길로 나뉘어 있다. 그림 5를 보면 이 두 갈래 길을 선택하는 지점이 보인다. 어느 길을 택해도 아침 운동에 적당한 땀이 난다. 나는 나무가 둘러싼 데크 길을 좋아하는데, 이 길 옆으로는 나뭇잎이 살랑이고 아래로는 작은 개울이 흘러 물소리가 마치 자연의 노래처럼 들린다 (그림 6). 반면 경사진 길을 따라 올라가다 보면 작고 예쁜 꽃밭이 있어 걸으면서 마음이 다소 누그러진다 (그림 7). 이곳을 걸을 때면 거제로 와서 살고 있는 내가 참 행운아라는 생각이 든다.

그림 4: 숲소리 공원 입구의 관리 사무소와 무인 커피숍이 있는 깨끗한 건물. 여기에 모노레일 정류장이 세워지고 있다.
그림 5: 왼쪽으로 가면 데크 길, 오른쪽으로 가면 경사가 가파른 길이다.
그림 6: 데크 길옆으로 있는 작은 개천과 나무들
그림 7: 산책 길옆으로 보이는 작은 꽃밭

공원의 높은 부분에는 그림 8과 같이 무당벌레와 표고버섯이 자라는 구역도 있다. 이렇게 자연 속을 천천히 걸으면 상쾌한 기분과 함께 의욕이 솟는다. 트레일 끝인 산 중턱쯤에는 그림 9과 같이 넓은 놀이 구역이 있어 아이들이 자유롭게 뛰어놀고 즐길 수 있는 공간이 펼쳐진다. 나는 그중 시소를 즐겨 타면서 먼 산을 바라보곤 한다. 웃음이 절로 나오는 시간이다.

그림 8: 무당벌레와 버섯 기르는 구역 (아마 어린이들에게 보여주기 위한 곳인 듯.)
그림 9: 공원의 높은 곳에 자리한 어린이 놀이터 공간

숲소리 공원의 가장 큰 하이라이트는 꼭대기에 위치한 동물 체험 구역이다. 30마리가 넘는 양들과 20여 마리의 토끼가 있는 이곳은 양들이 초록 잔디 위에서 노니는 약 3,000평 규모의 초원이 펼쳐진다. 날씨가 좋을 때 양들은 초원에서 여유롭게 풀을 뜯고 (그림 10), 날씨가 나쁠 때에는 우리로 들어간다. 방문객들은 양들과 토끼들에게 먹이를 줄 수 있어 동물과의 교감을 좋아하는 아이들에게 좋은 추억이 된다. 나도 이 초원을 좋아하고 가끔 이들에게 먹이를 주며 즐거운 시간을 보낸다 (그림 11).

그림 10: 여유롭게 풀을 뜯는 양들
그림 11: 멀리 양들이 보이고 신나 하는 내가 보인다.

이렇게 일상과 가까운 곳에서 자연을 느끼며, 이 나이에도 별 신경 쓰지 않고 즐거이 놀이 기구도 타고 양들에게 먹이도 주면서 놀 수 있는 환경에 살 수 있다는 것이 기쁘다. 숲소리 공원은 거제에서의 하루하루를 작은 여행처럼 만들어 주는 나의 넘버 원 픽. 바람, 하늘, 나무, 개울 소리를 들으며 마음의 여유를 되찾을 수 있는 곳이며, 방문할 때마다 삶이 근사한 선물임을 깨닫게 해주는 곳이다 (그림 12). - 끝


                     

그림 12: 숲소리 공원의 끝자락에서... 금계국이 멋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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