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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인성교수 Nov 16. 2024

은퇴이야기 4 – 거제섬꽃축제

내가 한국을 떠난 지 20여 년 만에 돌아와 놀란 점 중 하나는 전국 곳곳에서 다양한 꽃 축제가 열린다는 사실이었다. 꽃 축제의 역사는 비교적 짧지만, 관광과 지역 이미지 개선, 그리고 경제 활성화에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었다. 꽃 축제는 봄의 벚꽃부터 여름의 수국, 가을의 국화, 겨울의 동백꽃 등 계절마다 다양한 꽃과 주제를 통해 방문객을 맞이한다.


젊은 시절에는 서울 여의도의 벚꽃 축제와 진해 군항제 외에는 떠오르는 꽃 축제가 없었고, 설령 있었더라도 아이들 때문에 여유롭게 즐기기 힘들었다. 하지만 이제 은퇴 후에는 관심을 가지고 여유롭게 즐길 수 있게 되었다. What a beautiful blessing!이라는 생각이 든다.


현재까지는 거제에서 열리는 저구마을 수국 축제 (사진 1), 장승포 해안 벚꽃 축제 (사진 2), 그리고 오늘 이야기의 주제인 거제섬꽃축제만 경험했지만, 가까운 미래에는 평생 한 번도 가보지 못한 역사적인 진해 군항제나 많은 사람들이 칭찬하는 순천만 국가정원 가을 축제, 그리고 최근 사랑하게 된 동백꽃을 마음껏 감상할 수 있는 제주도 동백 축제를 꼭 가보고자 한다. 

사진 1: 거제도 첫해 저구리 수국 꽃밭에서..
사진 2: 장승포 해안 벚꽃길에서 바라본 바다 모습 

2022년 거제로 이사 온 후 매년 찾는 거제섬꽃축제는 10월 말에서 11월 초에 약 일주일간 이어지는 가을꽃 축제다. 축제 장소는 우리 집에서 차로 10분 거리에 있는 거제 식물원이라 축제 기간뿐만 아니라 그 전후로도 두세 차례 더 방문한다. 거제 식물원은 집 앞 공원에서 멀리 내려다 보인다. 처음 이사 왔을 때 인구 24만 명이 안 되는 섬 도시에서 이렇게 멋진 식물원이 있다는 사실이 놀라워 수없이 사진을 찍었고, 일주일에 한두 번씩 산책하거나 식물원 카페에서 차를 마시러 방문했다. 여러 꽃들을 구경할 수 있는 야외 정원과 희귀 식물을 키우는 비닐하우스는 정성스럽게 꾸며져 있어 멋진 정원을 거니는 기분을 느끼게 한다. (사진 3, 사진 4) 정글돔 안에서는 다양한 지역에서 온 귀한 식물들을 비롯해 빛의 정원, 작은 폭포, 전망대, 사진 명소 등이 있어 해외 유명 식물원에 온 듯한 기분을 선사한다. (사진 5)

사진 3: 거제 식물원의 한 코너
사진 4: 작년 겨울, 거제 식물원 내 비닐하우스에서 아름다운 꽃을 즐기며
사진 5: 정글돔 내의 폭포 전경

거기서 열리는 섬꽃축제는 매년 주제가 바뀐다. 2022년은 "꽃愛 설렘! 섬愛 끌림!", 2023년은 "꽃으로 그린 섬", 2024년은 "꽃을 찾아 떠나는 치유여행"이라는 주제로 진행되었다. 주제에 따라 꽃 장식과 행사가 기획된다. 2022년에는 다양한 색상, 모양, 크기의 국화가 화려하게 전시되어 방문객들의 탄성을 자아냈던 기억이 있다. 올해는 좀 더 차분한 톤으로 국화, 메리골드, 백일홍, 코스모스, 갈대 등 어릴 적 기억이 떠오르는 꽃들이 심어져 있어 힐링되는 느낌이었다. (사진 6, 7, 8)

사진 6: 거제섬꽃축제에서 국화로 만든 파인애플. 처음 안 사실인데, 거제는 파인애플 생산지로 유명하다. 
사진 7: 거제섬꽃축제의 꽃 마당의 일부. 저 멀리 우리 아파트자락과 골프장 코스가 보인다. 

축제 기간 동안 전시된 여러 꽃들로 꾸며진 예술 작품과 정원들은 평소와는 다른 의미로 꽃의 매력을 느끼게 한다. 특히 국화로 덮인 조형물들이 인상 깊었다. 단순한 장식이 아닌 특별한 이야기가 담긴 듯한 이 작품들은 보는 이들의 눈길을 사로잡기에 충분했다. 꽃 장식 외에도 매일 다양한 프로그램과 이벤트가 마련되어 있어 방문객들이 즐길 거리가 많았다. 

사진 8: 작년 방문한 친구와 함께 거제섬꽃축제에서. 아파트 내 젊은 엄마들에게 이런 포즈를 배웠다. ㅎㅎ

내가 특히 좋아하는 곳은 허브 정원으로, 허브와 작은 꽃들이 가득한 이곳에서 특별 전시회가 열린다. 서양화와 동양화, 분재, 물과 돌을 활용한 작품, 사진 등 다양한 전시와 함께 예술가들이 작품에 대한 설명과 시연을 제공해 깊이 있는 대화를 나눌 수 있었다. (사진 9~11) 다만 많은 방문객들이 그냥 지나치는 모습이 아쉬웠다. 거제에 이렇게 많은 예술가와 사진작가, 분재 전문가들이 있다는 사실이 놀랍기도 했다. 아마도 아름다운 바다와 산, 섬들로 둘러싸여 있으니 그렇지 않을까 생각한다. 

사진 9: 축제기간 중 특별 분재 전시회장
사진 10: 허브정원 내의 애플민트밭
사진 11: 허브 정원 내의 꽃밭

축제에 더해 푸드코트, 카페, 농산물 가판대도 축제의 매력을 더했다. 현지 음식과 음료를 즐기며 꽃의 향기 속에서 여유로운 시간을 보내는 경험은 방문객들에게 큰 만족을 주었다. 모두가 행복해 보였다.


지난 3년간 거제섬꽃축제를 연속으로 방문하며 몇 가지 제안하고 싶은 점도 생겼다. 하나는 푸드코트 메뉴를 좀 더 다양하고 건강하게 구성하는 것이다. 현재는 주로 탄수화물 중심 (빈대떡, 국밥, 비빔밥, 국수 등)으로 성인들이 좋아할 만한 메뉴로 구성되어 있어 조금 아쉽다. 거제에서 생산되는 채소와 과일로 만든 컵 샐러드나 과일 샐러드, 조각 피자 등을 추가해 맛과 다양성을 높였으면 한다. 또 다른 하나는 방문객이 쉽게 참여할 수 있는 활동이 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큰 나무 블록으로 하는 젠가나 크로케 게임, 어린이를 위한 페이스 페인팅이나 동요 경연대회도 재미있을 듯하다. 꼭 상품은 준비하길... 어른이나 아이들이나 상품을 기대하는 심정은 같을 듯하다. 거제 특산물로 제공하는 상품이 포함된다면 더욱 의미 있을 듯.  내년에는 동백꽃 (사진 12) 축제 등 다른 지역의 꽃 축제를 방문하려고 계획 중이다. 가족 단위나 젊은 분들도 시간을 내어 즐기기에 충분히 값진 경험이 될 것이다. 

사진 12: 동백꽃 축제에 가고 싶은 마음으로... (pixabay의 무료 이미지 사용)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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