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이 순간

잘 지내니?

by Summer Song

배우 조승우를 무척 좋아했던 친한 친구를 따라 지킬 앤 하이드 공연을 보러 간적이 있다. 공연 처음부터 끝까지가 다 좋았지만, 그가 “지금 이 순간”이라는 곡을 부를때, 그야말로 폭발적인 열정 가운데 가슴이 내달리는 경험을 했더랬다. 오늘은 유독 그가 부른 그 곡이 생각났다. 찾아 들으며 그 친구는 잘 지내고 있을까, 문득 궁금해졌다. 지금 이 순간이라는 구절이 외쳐질 때마다, 한번 연락해볼까, 그런 생각도 들었다. 이러이러해서 생각이 나 연락했다고. 나는 그 친구의 반응에서 진심 어린 반가움을 느끼게 될지, 얜 쌩뚱맞게 연락을 다했네 하는 생각을 읽게 될지 전혀 감이 잡히지 않았다. 그래서 연락을 안하기로 했다.


그 친구와 하루를 멀다 하고 만나 집 근처 커피숍에서 세상 즐겁게 이야기를 나눈 기억이 무척이나 생생하다. 매장 문 닫을 시간까지 앉아 얘기를 나누고도,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내내 이어 이야기를 나누고도, 집앞에서 헤어지기 어려웠던 친구다. 말을 나누면 나눌수록 마음이 확장되듯 후련했던 친구. 꽤 심각한 이야기도 많이 나눴을텐데 그 친구를 생각하면 많이 웃었던 기억으로 기분이 좋고 감사하다. 농담을 나누며 놀리듯 하면 내 이름을 늘려 말하며 찌뿌리던 그 친구는 키가 크고 똑똑했고 아주 많이 귀여웠다. 그래서 가까이 하기가 편하고 좋았다.


다시 연락하고 나면 혹여나 왠지 민망해질까봐 두려워서, 그래서 그렇게 마음이 쫄아 연락하질 못한다. 좋았던 예전 기억에 다른 이유로 서글퍼지고 싶진 않으니까. 해서 그 친구와 다시 함께이고 싶은 마음을 추스리는건 지나간 기억 그대로가 좋아서, 그걸 지키고픈 마음에서가 크다. 내 당시 그 순간을 지키고 싶어서.

어쩌면 그 마음은 내 나름의, 서로에 대한 배려일수도 있겠다. 직장생활과 연애, 육아 가운데 우린 많이 변했을테니... 나누지 못한 이야기를 다 나눠야 예전처럼 지내게 되는 것이 아니라 할지라도 그 공백은, 왠지 많이 커 보인다.


옛 기억이라는게 이렇게 순결하다, 배려라는 장막이 먹먹히 지키고 있을 만큼.


모르긴 몰라도, 당시 그 순간들이... 함께 마음을 열어 이야기 나누며, 서로의 삶에 어떤 문양을 내던 그 순간들이 극중 박사의 절실한 마음 만큼이나 내게는 귀한 것이 아니었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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