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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인태 Feb 28. 2021

남극의 밴드

a.k.a. 장보고 밴드

 12월에 왔던 쇄빙선과 함께 각종 악기들이 도착했다. 피아노와 드럼. 통기타는 원래 있었던걸로 기억하는데 가물가물하네. 61키긴 해도 피아노가 생긴게 어디냐. 첫날엔 손가락 아파서 10분 치다가 그만뒀고, 그 뒤로도 한동안 자주 치지는 않았다. 너무 오랜만에 치는 피아노라 새로운 곡을 연습해도 효과가 없었고 그때까진 삶이 덜 무료했기에. 하지만 1월로 넘어가면서부터는 심심함과 무료함으로 슬슬 미쳐가기 시작했고 그 정신을 잡아준 것들 중 하나가 악기였다. 손이 풀리면서 새로운 곡들이 익숙해졌고, 치면서 즐거울 수준까지 올라왔다. 피아노가 지루해지면 드럼도 쳤다. 여러 악기를 다룰 줄 아는 분이 계셔서 레슨도 받고, 각종 정보를 찾아가며 야매에 가깝지만 재밌어서 쳤다. 나중엔 둘다 필요없고 그냥 남극을 탈출하고 싶었지만.. 그래도 다른 형님들하고 합주를 했던건 좋은 추억이다. 체르니 30까지 하면서 클래식 위주로만 치다 학원을 그만둬서 반주는 영 젬병이었지만 어떻게든 코드랑 박자만 맞춰서 했던 합주. 야외에서 영상을 찍자는 얘기도 나왔는데 너무 추워서인지 어느 순간 다들 악기에 흥미가 떨어져서인지 결국 못하고 나왔네.


 당시 내 별명은 장보고의 모차르트. 아마 K루트 팀의 피아노 잘 치는 의사분이 나가고 나서부터였을거다. 자칭인지 타칭인지 기억도 안나고, 체르니 30일 뿐이지만 그때는 음악을 저기서 제일 잘 하는 사람이었다. 피아노 손가락번호부터 드럼 음표 박자까지. 10년도 더된 피아노 학원의 기억을 끄집어내서 알려드렸다. 진짜 별거 없는 실력인걸 알기에 또 어리기에 무척 조심스러웠는데 다들 고마워해주셔서 오히려 고마웠던 기억.


 피아노는 세 곡쯤 연습을 했는데 한국에 와서 디지털피아노를 살 정도로 즐거웠다. 드럼도 재밌어서 귀국하면 배우려고 했지만.. 사실 드럼 자체가 재밌는것보다도 밴드에서 드럼이 가장 부족하다는 얘기에 귀가 솔깃했다. 한국에서 휴학기간동안 최대한 빠르게 배워서 아무 밴드나 들어가볼 요량이었다. 쩝. 미술도 배워야하고 드럼도 해야하고.. 포부도 참 컸네.


 출남극이 다가오면서 별로 쓸 얘기들이 없다고 생각했는데 다시보니 좀 남아있긴 하다. 게을러서 쓰지 않은게 많은 것 같구만.


음.. 뭐가 문제인지 모르겠지만 영상 첨부가 안 된다. 인스타그램에서 보시는것도 한 방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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