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정호수 근처 서늘한 산자락에 위치한 사과농장.
맛좋기로 유명해서 아무나 사지 못할 정도로 수확철이면 주문이 줄을 선다.
좋은 맛을 내기 위해, 수확량을 늘리기 위해 나무는 기형의 모습을 한다.
많은 과실의 무게를 이기지 못해 목발을 짚고 서 있다.
웃크지 못하게 가지는 잘리고 옆으로만 자란다.
봄이 다가오면 농장주는 화학비료를 뿌린다.
이런 관리를 통해 매년 좋은 열매를 맺는다.
김물길 작가가 이 풍경을 봤다면 어떤 그림을 그렸을까.
자연의 나무는 보통 3년에 한번 좋은 과실을 맺는다고 한다. 한 해 좋은 열매를 맺었으면 두 해 정도는 시원찮은 열매를 맺는다. 2년은 쉬는 것이다.
삼재. 인간도 자연의 일부이기에 매년 좋은 일만 있지 않는다. 그래서 조상님들은 삼재라는 말을 만들었으리라.
같은 방법으로 똑같이 닥친 일에 대처했을 때 같은 결과가 나오지 않는다.
이전에는 됐는데 이번엔 안된다.
인생은 같은 명령어를 입력해도 같은 답을 내놓지 않는다.
항상 행복하길 바라는 건 어쩌면 자연에 거스르는 것이다. 그렇기에 너무 입에만 즐거운 '농장의 사과'만 먹기보다 떫고 신 '자연의 사과'도 먹을 줄 알아야 이듬해 사과의 단맛을 알 수 있는 것이다.
이런 게 자연의 순리 아닐까.
입에 쓴 인생의 약이 몸에 결코 해롭지 않길.
기형적으로 안정적인 행복에 빠지길 않길.
넌 어렸을 때부터 네 인생은
절대 네가 좋아하는 걸 준 적이 없다고 했지
정말 좋아하게 됐을 때는
그것보다 더 아끼는 걸 버려야 했다고 했지
떠나야 했다고 했지
<가을방학의 '가을방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