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움 받을 용기로 스스로 만드는 인생(2)
[대화의 기록} 1편 _ 결혼
@ 결혼하면 좋은 며느리가 되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되잖아요. 순수한 마음.(웃음)
맞아요. 저도 그랬어요. 제가 홀어머니와 컸는데, 시댁에서 그걸 아무렇지 않게 생각해주셔서 되게 고마웠거든요. 지금은 홀어머니와 자란 게 뭐가 문제인가 싶기도 하고 요즘엔 그런 경우가 많잖아요. 그런데 10년 전 만해도, 저도 알게 모르게 그런 부분에 대해서 많이 조심스러워 했던 것 같고, 저희 엄마도 그걸 많이 생각하셨던 것 같아요. 자기 딸이 그걸로 안 좋은 이야기를 듣거나 좀 부족하게 여겨지면 안되겠다, 싶은 마음이요. 그래서 시어머니에 대한 고마운 마음이 컸고, 저도 잘해야겠다는 생각이 있어서 저 나름대로 하고 있었는데, 결국 알게 된 거죠. 제가 평생을 참기만 할 수 없는 사람이라는 걸. (웃음) 결혼 10년 차쯤 되면서 그런 나를 인정하게 되었어요.
@ 쌓여오던 것이 폭발했군요.
물론 남편 입장도 있겠지만, 제 생각에 연애 때부터 결혼 초반까지는 뭔가 아니다 싶은 일들도 제가 상대를 이해해서 넘어가는게 편했거든요. 그런데 그런 일들이 쌓이다 보니 결국 터지기 시작했던 것 같아요. 출산과 육아가 이어지고, 시댁과 거리도 가까워지면서 모든 게 버거워져서 참았다 터졌다를 반복했던 거죠. 다른 부부들도 많이 비슷하지 않을까요? 결혼 10년이면 좀 덜 싸운다고들 하는데, 싸울거리가 줄어든 게 아니라 어떤 부분이 상대의 심기를 건들이는지 너무 잘 알아서 그런 것을 서로 미리 피하는 것 같아요. 싸우는 주기는 비슷하지만 타격이 덜한 싸움이랄까요. 아이러니하게도 싸움을 어떻게 지혜롭게 하느냐가 요즘 우리 부부의 화두에요. 서로 포기할 부분을 인정하고 내려놓는 과정이 여전히 어렵지만 노력 중이에요.
@ 남편이 역지사지로 부인의 입장을 헤아려보는 일은 참 쉽지 않지요.
우리 부부와 자주 만나는 친한 부부가 있는데 제가 생각하는 이상적인 부부로서 롤모델이기도 해요. 그쪽 남편이 신랑의 베스트 프렌드고, 그 와이프도 저와 성격이 비슷하고 잘 맞아 저희도 베스트 프렌드가 되었거든요. 그 부부는 이야기가 참 잘 통하고 서로 잘 받아주어서 보기가 좋은데, 그 부부가 저희 남편에게 납득할 수 있는 많은 이야기를 해준 게 남편에게 설득이 좀 됐던 것 같아요.
또 남편도 자기 부모님을 좀 잘못 바라봤던 것 같아요. 본인은 피해본 게 없었기 때문에, “우리 부모님이 그 정도의 분들은 아니셔”라고 생각해왔던 것 같은데, ‘우리 둘 사이에 문제가 없어도 부모님 때문에 싸우고 우리가 못 살 수도 있겠구나’ 하는 생각을 잠깐 했던 것 같아요. 너무 자주 보고 그런데도 시부모님들이 만족하시지 못하고 무언가를 더 요구하셨으니까.
저와 동갑인 아가씨가 있어요. 비혼주의자신데, 저를 보면서 자신의 인생을 즐겁게 살면 되는데 왜 결혼을 해서 희생을 하고 남의 부모에게 잘해줘야 하는지 모르겠다고 해요. 그럼 저는 “아가씨, 그럼 나는 뭐가 돼?”(웃음) 그러죠. 아가씨가 그런 이야기를 하면서도, 자기 부모님 같이 좋은 시부모님 없다, 나 같은 시누이 없다고 하더라고요. (웃음)
그런데 남편하고 며칠 전에 <며느라기> 웹드라마를 보다가 시누이 대사 중에 “시어머니가 우리 엄마 정도만 했으면 좋겠다”는 대사가 나오는데, “어디서 많이 들어본 얘기 아니냐, 시누이가 매번 하는 이야기 아니냐” 그랬어요. (웃음) 어머님도 “이런 시누이만 있으면 참 좋지” 그러시는데, 그 이야기도 딱 나오고. (웃음)
외며느리,맏며느리로서 준비하는 명절. 육체노동보다 힘든 건 감정노동 ⓒ 카스테라@ 결혼은 둘의 결합인데, 둘 이외의 상황들로 결혼이 힘들어질 때가 많은 것 같아요.
정말요. 저희는 그 큰 산을 이제 조금 넘은 느낌이긴 해요, 아직도 노력하고 있지만. 저희는 대화도 많이 없었거든요. 둘이 너무 다른 사람이라 말이 잘 통하지 않는달까. 싸우기도 엄청 싸웠고요. 남편이 골프를 워낙 좋아해서 아이가 어릴 때도 치러 나갔는데, 토요일 아침 일찍 나가서 늦게 들어오면 피곤하니까 자고, 그런 사이클이 주말마다 되풀이 되는 거에요. 그럼 또 싸우고. 어느 때는 이혼서류를 차에 두고 다닌 적도 있어요. 싸우다가 무슨 이야기 끝에 “그래, 이혼하자!” 했는데 막상 알아보니 준비해야 할 게 많더라고요. 이혼서류를 차에 붙여 놓고 다니다가 뗀 게 불과 얼마 전이었어요. (웃음)
그래서 대화를 하려고 많이 노력해요, 하루에 10분이라도. 얼마 전에 서점에 갔는데 ‘어떻게 분노를 다스릴 것인가’라는 책이 있더라고요. ‘아! 이거다! 하고 사서 신랑에게 줬어요. (웃음) 남편이 다 읽고 나서 저한테 주더라고요, 저도 읽으라고. (웃음) 또 ‘결혼고사’라고, 수능 문제집처럼 나온 게 있었어요. 자녀교육영역, 취향영역, 식성영역, 이런 식으로. 그걸 각자 풀고 서로 쓴 답을 보면서 대화를 했어요. 문제가 웃기기도 했고, “이걸 통해서라도 이런 대화를 하니까 재밌네” 그랬죠.
@ 요즘 가장 많이 생각하는 건 어떤 것일까요?
‘어떻게 하면 나의 마음을 남편에게 이해시킬 수 있을까’, 하는 거요. 내가 무슨 말을 하면 일단 남편은 이해가 안 간다는 표정이라. 남편과 제가 처한 상황도 다르고 둘이 살아온 환경도, 성격도 다르니까 이해가 쉽진 않겠다 싶으면서도, 나를 이해해주길 바라는 마음이 여전히 있어요. 그런데 답은 못 찾겠고. 그래서 적당히 포기하고 기대하지 말고 실망도 덜하자, 그렇게 생각해요. 예전 같으면 내가 힘들 때까지 노력하고 그걸 남편이 이해해주길 바랐는데, 지금은 그렇지 않아요. 내가 힘들면 적당히 요령도 피우면서, 스스로 덜 힘들어지자고 생각하고 있어요. 그게 좋은 방법인지 아닌지는 모르겠는데, 일단 제가 찾은 방법이에요.
또 경제적인 독립이 꼭 필요하구나, 이걸 되게 느껴요. 남편이 눈치를 주지 않아도 내가 친정에 해줄 게 있거나 내가 하고 싶은 게 있을 때, 내가 경제적인 독립이 안 되니까 나 혼자 눈치가 보이죠. 그래서 일을 하고 경제적으로 독립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더더욱 들어요. 얼마를 벌든 집에만 있는 것과 밖에서 일하는 거는 다르니까요. 그런데 집에만 있다 보니 밖에 나가서 모르는 사람을 상대하는 게 좀 무서워지기도 하더라고요, 막상 하면 별거 아닌데. 그래서 점점 갇히게 되는 것 같기도 해요.
파티쉐가 되어 30대 후반에 카페에서 일하면서는, 정말 말도 안 되는 급여를 받으면서도 밖에서 일을 한다는 것 하나 때문에 버티기도 했어요. 그런데 사장님도 저보다 어리고, 어느 자리에 가도 다들 저보다 나이가 어리더라고요. 정말 카페의 모든 일을 다 하고 있었는데 어쩔 때는 르 꼬르동 블루 나와서 이 정도의 돈을 받고 일하는 사람은 없을 텐데, 같이 공부한 사람들에게 미안하기도 했고, 좀 부끄럽기도 했고. 그래서 일한다고 이야기 안 한 적도 있어요. 되게 속상한 건, 결혼하고 아이를 키우면서 내가 일을 선택해서 하는 게 아니라, 내게 주어진 이 한정된 시간 동안 할 수 있는 일이기에 한다는 게, 좀 그렇더라고요. 그래서 가게를 차려야겠다는 생각을 한 거에요.
반복되는 일상에 활력이 되어 주는 베이킹 ⓒ 카스테라@ 맞아요, 그 과정을 겪으면서 자존감이 한 없이 떨어지더라고요. 한때 어깨 펴고 다니던 나의 모습이 아득해지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결혼 11년 차로 깨달은 결혼의 미덕은 무엇일까요?
결혼을 안했더라면, 제 생각이 깨지 않았을 것 같아요. 생각해보면, 제가 평범하지 않은 가정에서 자랐기 때문에 평범한 가정의 평범한 아내, 평범한 엄마가 꿈이었거든요. 생각해보면 그 꿈이 이뤄진 거잖아요. 그것에 감사하며 지내야 하는데, 막상 지금의 내가 되어보니 좀 더 여기서 안정적이었으면, 좀 더 내가 삶을 리드할 수 있었으면, 하는 욕심이 조금씩 생기는 거죠. 예전으로 돌아가서 결혼을 선택할 수 있다 해도 결혼을 했을 것 같아요. 저는 안정적인 가정이 중요한 사람이기 때문에. 앞으로 50년 이상을 남편과 같이 살아야 하는데, 서로 어떻게 하면 잘 통하는 대화를 할 수 있을까, 질리지 않고 잘 살 수 있을까, 그게 지금부터의 숙제인 것 같아요. 지금 제일의 관심사고요.
@ 나에게 결혼이란
결혼 전에는 엄마가 키웠던 방식대로 살았다면 결혼하고 나서 조금씩 내 성격도 나타나고, 그 성격대로 결혼생활도 한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남편은 속았다고 해요. 이런 모습인 줄 몰랐다고. (웃음) 엄마가 저를 혼자 키우다 보니 겁도 많게 키우고, 위험한 건 아예 하지 못하게 하면서 곱게 키우셨는데, 그렇게 해서는 결혼해서 잘 살아갈 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고, 그래서 이것도 해보고 저것도 해보고 남편과 싸워도 보고, 그렇게 부딪히면서 이게 진짜 내 인생이라고 생각해요. 스스로 만들어야 하는 인생이라 잘 해보고 싶은 욕심이 있고, 내가 그리는 대로 남편이 따라와줬으면 좋겠고, 그게 안되면 싸우기도 하는 거죠. 이제는 남에게 보이는 것보다 내가 중요한 사람이 되었고, 예쁘지 않아도 예쁘지 않은 그대로 잘 꾸려가도 되는 게 결혼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예전에는 결혼식도 예쁘게 해야 하고 집도 예쁘게 꾸며야 하고 그랬는데, 지금은 좀 더 나에게 집중하게 되는 것 같아요.
- 미움 받을 용기도, 기꺼이 부딛힐 용기도 내며
자신의 인생을 만드는 '어떻게'를 찾아가는, 결혼 11년차 카스테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