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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분 명함 디자이너가 되다

뭐든지 셀프로 일단 해보는 프리랜서의 하루

by 캐롤

회사 다닐 때는 회사 일만 마치고 집에 돌아오면 쉴 자격이 있다고 생각했다. 꼭 해야 하는 일들이 아니면 일을 '벌이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집안일이나 아이 준비물은 챙기지만, 장기적인 프로젝트 같은 것은 구상해본 적이 없었다.

예를 들면 오래전부터 브런치 작가가 되고 싶다고 생각은 했었는데 막상 습작으로라도 써둔 글이 아예 없어서 5년 동안 지원을 못 했다. 지난 5년간 쓴 글이라곤 회사 서류 지원하려고 쓴 여러 버전의 자기소개서뿐이었다.


벼르기만 했던 많은 일들을 회사를 나오고 나서는 하나씩 도장 깨듯 해보고 있다.

브런치 작가도 승인받았다. 개인 명함이 필요해서 네이버에서 알아보다 정신을 차려보니 스스로 명함을 디자인해서 발주해버렸다. 스스로 디자인한 명함을 처음으로 클라이언트 측에 주었을 때 형언할 수 없는 뿌듯함을 느꼈다. 크몽, 숨고에 전문가 등록을 했고, 여러 회사에 지원해보기도 했다.

최근에 법인을 차리고 사업을 처음 시작하신 엄마가 내 명함을 보더니 나에게 명함 디자인을 부탁하셨다. 갑분 디자이너… 기꺼이 엄마 법인의 로고와 명함도 디자인해 드렸다.


회사에서의 하루는 사무실에 나타나서 주어진 일을 하다 보면 어느덧 흘러가 있었다. 프리랜서의 하루는 스스로 할 일을 찾고 완수해 나가며 흘러간다.

회사에서는 일이 있으면 시간이 금방 가기 때문에 좋아했지만, 프리랜서가 되니 시간이 너무 빨리 가는 것이 무섭기도 하다. 내가 아무것도 안 하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기 때문이다.

스스로 날마다 할 일을 찾고, 만들고, 해나가는 주체적인 삶에 아직 적응하고 있다. 전에는 하지 않았던 일들을 스스로 하며 성장하고는 있지만 때로는 이렇게 열심히 해도 결과가 시원찮을까 봐 불안해지기도 한다.

그렇지만 내가 오늘 하는 것들로 나의 인생을 하루하루 꾸민다고 생각하면 기분이 좋아진다. 명함을 스스로 디자인하고 느꼈던 뿌듯함처럼, 나의 삶에도 그런 뿌듯함과 자신감이 앞으로 더욱 축적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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