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쓰기의 몰입과 쉼
매일 쓰다가 멈췄을 때 생긴 일
매일 쓰다가 멈췄을 때 생긴 일
매일 글을 썼던 1년 동안 내 머릿속은 오직 글쓰기로 가득 차있었다. 눈 뜨자마자 글쓰기, 양치하면서도 샤워하면서도 글쓰기, 밥 먹을 때도 산책할 때도 대화할 때도, 다시 잠드는 순간까지 오직 글쓰기 생각뿐이었다. 심지어 잠이 들었다가도 글감이 생각나서 다시 벌떡 일어나 핸드폰으로 메모를 하거나 노트북 앞에 앉곤 했다. 글감이 흘러나오는 속도를 손가락이 따라가지 못해 놓쳐버리기도 하고 블로그에는 미처 글로 쓰지 못하고 저장만 해둔 글감이 400개 가까이 된다.
뭐 그다지 특별하고 대단한 글은 아니었다. 책 읽다가 만난 문장에서 연결된 사색거리, 산책하다가 불현듯 떠오른 알아차림, 남편과 대화하다가 건진 '아하' 모먼트 등등.... 글을 쓰고자 마음먹은 후로 일상의 모든 것이 글감으로 다가왔다. 그동안은 속으로 삼키며 살던 말을 글로 뱉어내니 써도 써도 쓸 글이 생각났고 글감의 샘은 마르지 않았다. 스스로에게 '글감 수집가'라는 별명을 붙여주기도 했다. 글쓰기에 대한 몰입은 글쓰기를 향한 사랑으로 이어졌다.
그렇게 365일 24시간을 글쓰기로 가득 찬 일상을 보내다가 두 달간 글쓰기를 쉬며 보냈다. 신기하게도 글쓰기를 멈추니 1년 동안 쉼 없이 돌아가던 나의 글감 수집활동도 멈추었다. '멈춰야지.' 다짐한 적 없는데 저절로 작동을 멈추었다. '내가 글쓰기를 사랑한 게 맞던가?' 의심이 들만큼 나의 일상은 글쓰기 없이도 잘 돌아갔다. 심지어 텅 빈 고요함이 반가웠다.
글쓰기를 손에서 놓은 동안 대부분의 시간은 나의 오랜 반려활동, 목적 없는 독서를 하며 보냈다. 글을 쓸 때는 책을 읽다가도 계속 글감이 생각나서 진득하게 책을 읽기가 어려웠다. 글을 쓰기 위해 책을 읽는 것도 좋지만, 책에 파묻혀 무념무상인 시간을 즐기는 나에게는 내심 아쉬운 일이기도 했다. 모든 순간을 글감으로 바라봤던 세상에서 해방되어 그저 마음 가는 대로 책을 읽고 영화를 보고 전시를 보고 친구들과의 시간을 즐겼다.
그렇게 두어 달, 아웃풋 없는 인풋의 시간을 보내고 나니 또다시 글이 쓰고 싶어졌다. 다소 서먹해진 글쓰기에게 어색하게 인사를 건네며 은근슬쩍 다시 끄적거리기 시작했다. 불과 두 달 만에 글쓰기 기능은 퇴화되어 전처럼 글감이 잘 떠오르지도 않고 매일 쓰는 습관도 여전히 손에 익지 않고 있다. 하지만 글을 쓰기 시작하니 나의 글감 레이더가 다시 켜졌다. '이런 글을 써볼까?', '이런 것도 글이 될까?' 모든 순간이 글감으로 보이는 글쓰기의 마법이 시작됐다.
결국 몰입의 시간도 필요하고 텅 빈 쉼의 시간도 필요하다. 몰입과 쉼을 일상 속에서 적절히 섞으며 지낼 수 있으면 가장 좋겠다. 나의 경우 한 가지에 몰입하면 블랙홀처럼 빠져드는 성향이라 균형을 잡는 게 어렵게 느껴지지만, 연습하고 있으니 조금씩 더 조화로워지리라 믿는다.
예술가도 누군가는 작업을 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영감이 찾아온다고 하고, 또 누군가는 영감이 찾아올 때만 작업을 시작한다고 한다. 글쓰기에도 정답은 없다. 나의 경우 매일 썼을 때 매 순간 성찰이 찾아왔지만, 쉬는 동안에는 또 다른 깊은 성찰이 있었으니까.
무엇보다 중요한 건 내 마음을 내가 아는 것이다. 몰입이 필요한 시점인지, 쉼이 필요한 시기인지 내가 잘 알아차리며 살아야 한다. 나 아닌 누군가 대신 판단해줄 수 없는 일이기에. 내 영혼이 기뻐하는 방향으로 움직일 때 내 마음도 평안함을 느낀다. 그렇기에 '지금 내 마음이 평안한 지'를 살피며 살아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