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동안 매일 글을 썼더니
브런치북 이름처럼 1년 동안 매일 글을 썼더니, 책이 나왔습니다.
나는 30년 간 지독한 사랑결핍에 시달렸다. 사랑받고 싶은 욕구가 내 삶을 쥐고 흔들었다. 내 삶에 사랑이 없다고 느끼며 살았는데, 오히려 그런 덕분에 내 삶의 핵심테마는 '사랑'이 되었다. 사랑을 갈구하던 어린아이가 사랑 품은 글을 쓰게 되기까지의 이야기를 첫 에세이 '사랑이 이긴다'에 담았다.
봄에 시작한 원고작업은 여름에 마무리될 예정이었지만, 예기치 않게 미루어지고 또 미루어져 겨울이 되어서야 끝이 났다. 지금 돌아보면 오히려 잘 된 일이었다. 덕분에 충분한 시간을 두고 원고작업을 하며 과거의 기억을 샅샅이 뒤적거렸고, 케케묵은 감정을 적나라하게 끄집어낼 수 있었다. 내가 쓴 글을 100번도 넘게 소리 내어 읽어보며 최종, 최최종, 최종(11월), 최종(12월) 인쇄용 최종.... 그 이후에도 또 다른 이름의 '최종'을 거쳤다. 단순히 글과 문장을 바로 잡는 게 아니라 내 삶을 왜곡 없이 쓰고 싶었다. 글 앞에 앉을 때마다 눈을 크게 뜨고 가슴을 활짝 열어야 했다.
에세이를 쓰며 많이도 울었다. 눈물과 콧물이 범벅된 얼굴을 몇 번이나 찬물로 씻어냈는지. 자기가 쓴 글을 읽으며 청승맞게 울고 또 울었다. 이미 알고 있는 이야기인데도 왜 그리 눈물이 나는지, 그런 나를 보며 웃음이 났다. 남편은 퉁퉁 부은 내 얼굴을 보며 뒷걸음쳤다. "여보, 나는 책이 나와도 못 읽겠다. 생각만 해도 슬퍼."
남편의 우려와 달리 슬픔으로 범벅된 글은 아니다. 발라드 가수가 슬픈 노래를 할 때 관중은 눈물을 흘리지만, 가수는 감정을 듬뿍 실으면서도 흔들림 없이 노래한다. 내 글의 첫 번째 독자인 나는 눈물을 쏟았지만, 글 쓰는 나는 한 걸음 뒤로 빠져나와 작가의 자리를 지키며 글을 썼다. 물론 지금 읽어봐도 아쉬운 부분이 없지 않다. 하지만 후련하다. 미련은 한 톨도 없다. 내가 쓴 글이 만족스러워서가 아니라 글을 쓰며 최선의 진솔함으로 나와 마주했기에, 나에게 진실되게 진실했기 때문이다.
상처를 글로 쓴다고 없던 일이 되진 않는다. 하지만 고여있던 상처를 글과 함께 흘려보낼 수는 있다. 상처를 글로 쓰는 건 '나 이런 고통도 견딘 사람이에요.'라며 으스대거나 '나 좀 봐주세요. 나 이렇게 힘들었어요.'라며 관심을 갈구하기 위함이 아니다. 나에게 상처 준 이들에게 죄책감을 심어주기 위함은 더더욱 아니다. 그저 자기 삶을 잘 살아내고 싶은 것뿐이다. 상처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지금 이 순간부터 다시 시작하겠다는 결심이 담겨있는 것이다.
사랑결핍에 시달렸던 내 과거는 여전히 그대로지만, 과거의 흔적은 더 이상 내 삶에 관여하지 못한다. 과거는 과거일 뿐, 아픔은 아픔일 뿐, 내게 상처 입은 과거가 있는 것일 뿐, 내 정체성이 상처이고 아픔이 될 수는 없다. 흘러가는 감정이나 생각과 마찬가지다. 우리는 가끔 화가 나지만, 말 그대로 잠깐 화가 난 것일 뿐, 우리의 정체성이 '화내는 사람'이 될 수는 없는 것과 똑같다.
'야 너도 할 수 있어.'라는 건방진 메시지를 담고 싶지 않았다. 어쭙잖은 위로와 충고는 반감만 산다는 걸 에세이를 사랑하는 독자로써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나의 경우 '이렇게까지 솔직할 수 있다고?' 싶을 만큼 자기 삶을 진솔하게 쓴 에세이를 애정한다. 작가의 진솔한 삶 그 자체가 읽는 이에게 위로가 된다는 믿음으로 오직 진솔함이라는 가치를 가슴에 품고 매 순간 떠올리며 글을 썼다.
우리에게는 모두 저마다의 삶이 있다. 삶의 모습도 방향도 속도도 시작도 끝도 다르다. 하지만 우리는 본질적으로 같은 한 사람이다. 사랑받고 싶고 행복하고 싶은 한 사람, 또 한 사람일 뿐이다. '사사로운 나의 이야기가 어떤 의미가 있을까?' 회의감이 들 때도 있었지만, 우리가 공유하고 있는 본질이 '사랑'이라는 믿음이 있기에 용기 내어 글을 썼고 끝까지 마무리할 수 있었다.
에세이를 쓰며 흘러나간 눈물의 양만큼 내 가슴에는 여유공간이 생겼다. 봄부터 겨울까지, 4계절을 지나오는 동안 글 한 편에 삶의 희로애락이 녹아내렸고 내 마음에도 다시 봄이 찾아왔다. 일 년 중 어둠이 가장 긴 '동지'와 가장 추운 '소한'도 지났다. 창 밖에는 하얀 눈이 쌓여있지만, 벌써 봄이 느껴지는 듯하다. 봄을 기다리며 이제는 상처의 아픔보다는 사랑의 기쁨을 글로 쓰고 싶다. 눈물을 닦고 새롭게 사랑의 글을 쓰고자 하는 지금 내 마음은 어느 때보다 가볍고 즐겁다.
공저 에세이 <누구나 처음 가는 길>에 ‘사랑이 이긴다’를 실었습니다. 1월 10일까지 텀블벅에서 펀딩을 통해 구매하실 수 있고, 책은 1월 31일부터 발송됩니다. 많은 응원과 사랑 부탁드립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