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책을 불태우고 싶어졌다

불편하다는 건 성장의 증거이고 도약의 신호이다.

by 스텔라윤

글을 쓰다 보면 우습게도 때로는 내 글에 감탄하기도 하고, 당연하게도 때로는 내 글을 불태워버리고 싶어지기도 한다. 어제는 후자였다. 나의 첫 에세이를 다시 읽어보며 이불킥을 날렸다. 작가들이 인쇄 직전에 출판사에 전화해서 '출간을 안 하면 안 되냐고' 물어본다는데 그 마음을 알 것도 같았다.


분명 최선을 다했기에 나의 태도에 대해서는 후회가 없다. '글을 쓸 당시 나로서는' 분명 최선이었다. 더 이상 최선을 다할 수도, 더 이상 진실하게 쓸 수도 없었을 것이다.



심호흡하며 다소 울렁거리는 마음을 가라앉히고 다시 생각해 본다.


'그래. 이제 겨우 처음 시작이다. 첫 에세이다. 어떤 '대단한' 글을 나 스스로에게 바랐던 걸까? 평생 모르고 살았지만 알고 보니 '문학 천재'였다는 발견을 하고 싶었던 것인가? 고작 열 장 남짓한 글 한 편으로 '스타 작가'가 되고 싶었던 것인가?


나 홀로 쓴 에세이가 아니고 11명이 함께 한 공저 에세이다. 천만다행이지 않은가? 척척 한 권의 책을 내는 다른 작가들을 보며 내심 부러웠는데 이제와 보니 천운이라는 걸 깨닫는다. 혼자 쓴 책에 지금과 같은 아쉬움이 남았다면 이불킥 정도로 될까? 모든 걸 뒤로하고 한 달간의 묵언 명상 수행을 들어가고 싶은 심정일 것이다. 역시 삶은 내 편이다.'



다음 날 아침, 이불속에서 눈꺼풀을 들어 올리자마자 또다시 글쓰기가 떠올랐다. 그리고 내가 애정하는 류시화 작가의 책을 집어 들었다. 책에는 나를 위한 '바닷 가재' 이야기가 준비되어 있었다.


'우리가 랍스터라고 부르는 바닷가재는 딱딱한 껍질 안에서 사는 부드럽고 말랑말랑한 생명체이다.

그 딱딱한 껍질은 절대로 커지지 않는다. 바닷가재가 성장함에 따라 그 껍질이 몸을 점점 조여 오고, 당연히 바닷가재는 매우 불편한 상황에 높이게 된다.

그렇게 되면 바닷가재는 포식자의 위험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할 수 있는 안전한 바위 밑으로 들어간다. 그곳에서 자신의 껍질을 벗고 새로운 껍질을 만든다.

하지만 바닷가재는 계속 성장하기 때문에 얼마 지나지 않아 그 껍질마저 불편해진다 그러면 또다시 바위 밑에서 껍질을 벗고 새로운 껍질을 만든다.

이 과정을 스물일곱 번 반복한다.'

_류시화, <내가 생각한 인생이 아니야>, (수오서재, 2023)
(이미지 출처 : Unsplash)



나는 첫 에세이를 썼고, 내가 입고 있는 첫 번째 껍질이 불편하게 느껴졌다. 책에서 말하듯 "불편함과 갑갑함을 느끼는 시간들은 당신이 성장할 시기가 되었음을 알려 주는 신호이다."



나는 어젯밤 첫 번째 껍질을 벗어던졌다.


불편하다고 느껴진 건 성장했다는 증거이고, 도약해야 한다는 신호이다. 참 감사하다. 껍질을 벗고 내 몸에 맞는 새로운 껍질을 찾아 나설 수 있다는 삶의 비밀을 알아차리지 못했다면 나의 성장은 멈췄을 것이다. 나의 부족함을 알아차렸음에 감사하고, 새롭게 성장하고 도약할 수 있는 기회가 아직도 많이 남아있음에 감사하다.


글쓰기에 있어서 나는 이제 갓 한 걸음을 뗐을 뿐이다. 나아갈 길이 우주만큼 광활하다. 더 많은 글을 읽고 싶고 더 많은 글을 쓰고 싶다.


앞으로 몇 번의 껍질을 벗어야 할지 알 수 없다. 하지만 불편함을 느끼고 껍질을 벗을 때마다 나는 잠시 좌절하고 이내 환호할 것이다. 또 한 번의 도약을 축하하며.



자기 자신을 믿고 글을 써야 한다. 글을 쓰기 전부터 '내 글 너무 구린데'라고 생각한다면 자기 자신을 과대평가하는 것이다. 얼마나 잘 쓰기를 바랐던 것인가? 나를 믿고 일단 써야 한다.


쓰다 보면 때로는 자아도취되었다가 어느 순간 내 글이 똥글처럼 보이고 자기 자신에게 실망스러울 때가 올 것이다. 그런 순간이 오면 우리는 땅굴을 파고 들어갈 것이 아니라 도약을 준비해야 한다.


견고하게 나를 지탱하던 껍질을 내려놓고, 연약한 속살을 세상에 드러내고, 더 멋지고 튼튼한 껍질을 찾아야 한다. 나는 지금 잠시 연약한 속살이 드러난 채로 웅크리고 있다. 곧 새로운 껍질을 입고 계속 글을 쓸 것이다.



(이미지 출처 :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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