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아 너 E야? 냐?

상위 1% 고양이 모아나

by 스텔라윤


다음 날 아침,



"냐?"


이제 일어났어? 아침형 인간은 아닌가봐



또 다음 날 아침,


부담스러운 시선에 눈을 떴다.


나의 움직임을 감지했는지 목청 높여 부른다.


"냐~~~"


해가 중천이야, 이 사람들아.



눈 뜨자마자 고양이를 확인하는 것이 우리의 아침일과가 되었다.


"얘는 우리가 이사온 걸 어떻게 알고 온 걸까?"

"우리가 뭘 해주면 좋을까?"


우리는 고양이가 뭘 먹는지, 뭘 좋아하는지 아는 게 없었다.

문득 고양이가 박스를 좋아한다는 걸 기억해내고 박스를 꺼내어 주었더니 냉큼 올라 앉았다.

고양이 맞구나 너.


우리가 준 볼품없는 박스선물을 어찌나 좋아하는지.


이 작고 여린 존재가 온 후로 살벌한 칼바람 불던 오두막집에 온기가 돌았다.

나는 이 박스면 충분해요. 츄르도 있으면 더 좋고요.



어쩔 줄 몰라 어기적거리는 우리와 달리, 그는 거리낌없이 다가왔다.

내 발을 배고 낮잠을 자기도 하고 발을 만져도 싫은 티를 내지 않았다.

나 나쁜 고양이 아니야. 마음 놓아도 돼.
꼬질꼬질한 젤리


며칠 후에는 심지어 내 무릎에 폴짝 뛰어 올라왔다.

무릎에 앉긴 했는데 아직 서로 어색한 사이라 자세가 어정쩡하다.

조금 어색했던 너와 나






'냐. 좋아. 자연스러웠어.'


'고양아, 너.... E야?'








떨어질라 꼭 붙잡은 솜방망이



고양이를 향한 사랑 뚝뚝 묻은 내 시선을 시샘하는 이가 있었으니,


"여보는 고양이만 좋아해!"


남편은 처음에는 정을 주지 않으려는 듯 했다.


헝아 나 좀 봐봐.


하지만 남편도 이내 살갑게 다가오는 고양이의 사랑스러움에 녹아내렸고 태양과 비를 피할 수 있는 집까지 손수 지어주었다.


경계심 없고 모험심 강한 고양이는 우리가 마련해준 공간을 달갑게 받아주었다.

눈빛에 아련 열매가 그렁그렁



그리고 또, 단잠에 빠져들었다.

자는거지?



우리는 낯선 고양이를 '모아나'라 이름 지어 주었다.

제주에 와서 우연히 본 영화가 <모아나>였고, 영화의 주인공처럼 씩씩한 고양이로 살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았다.



이때까지만 해도 모아나와의 인연을 가볍게 생각했지만, 모아나는 제주살이 내내 나의 영혼의 친구(Soul Friend)가 되어주었다.



고양이에 대해 무지해서 처음에는 눈치채지 못했지만, 알고보니 모아나는 상위 1% 고양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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냐? 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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