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릎냥이 산책냥이 대답냥이 +@
집사*들 사이에는 상위 1%라 불리는 고양이가 있다.
*집사 : 고양이를 키우는 사람을 일컫는 말. 고양이를 키우는 사람들은 고양이의 주인이라기보다 도도한 고양이님을 보필하는 존재에 가깝다고 하여 '집사'라 부른다. 하지만 고양이를 키우는 사람들을 다 알고 있을 터. 표현하는 방식이 다를 뿐, 그들도 강아지 못지않게 집사를 사랑한다는 걸.
모아나가 상위 1% 고양이일 줄이야.
무릎 냥이
집사 무릎에 앉아있는 고양이를 '무릎 냥이'라 한다. 강아지가 주인 무릎 위에 앉아있는 건 당연한 일일 수도 있지만, 고양이가 집사 무릎 위에 앉아있는 건 상대적으로 드문 일이다.
게다가 길 고양이는 경계심이 많을 수밖에 없다.
하지만 어떻게 된 일인지 모아나는….
모아나는 내가 의자에 앉기만 하면 무릎 위로 올라와 숙면을 취했다. 우리가 살던 지역은 산간지역이라 날이 금방 어두워지고 쌀쌀해졌다. 곤히 자는 모아나를 깨울 수 없어서 버티다가 억지로 깨워서 내려보내는 날도 여러 날 있었다.
고양이는 예민한 존재다.
안 그래도 예민한 기질을 타고났는데 모아나처럼 야생이 삶의 터전인 고양이들은 한시도 긴장을 풀 수 없다. 모아나가 어디에서 태어나 어떻게 살아왔는지 알 길이 없지만, 하루라도 편히 잔 날이 있었을까.
모아나는 내 품을 안전기지로 여기는 듯했다.
온몸을 늘어뜨리고 흔들어 깨워도 눈을 뜨지 않을 정도로 단잠에 빠져들었다. 누군가가 내 품에서 세상의 고난을 잠시라도 잊고 평안함을 느낄 수 있다면, 기꺼이 품을 내어주지 않을 이유가 없지 않을까.
심지어 이토록 작고 말랑한 존재라면....
그리하지 않을 이유가 없는 것이다.
산책 냥이
고양이는 영역동물이다. 자기 영역이 아닌 곳으로는 가지 않는다. 집 고양이 산책에 대한 의견은 분분한데, 집 고양이는 집을 자기의 영역으로 여기기 때문에 낯선 장소의 산책이 오히려 스트레스가 될 수 있다고 한다. 또 집에서 자랐지만 야생 본능이 있기 때문에 만약 집사 손에서 벗어날 경우 되돌릴 수 없는 일이 생길 수도 있다고.
모아나와 나는 산책도 즐겼다.
모아나는 야생에서 자랐고, 우리 집 주변이 모아나의 터전이었기 때문에 산책이 가능했다.
조금만 자기 영역에서 벗어나도 긴장한 티가 팍팍 났지만, 그럼에도 나를 믿고 용감하게 따라와 주는 모아나가 기특하고 고마웠다.
굳이 밖으로 나가지 않아도 우리가 살던 집은 마당이 300평 정도 되었기에 모아나와 실컷 뛰어놀 수 있었다.
대답 냥이
고양이는 어린 시절 엄마 고양이와 소통할 때 '냐옹'하는 소리를 내지만, 독립하면서부터 점차 대답 능력을 상실한다. 한편 집 고양이는 집사와 끊임없이 소통하면서 그 능력이 더욱 발달하기도 한다.
모아나는 길 고양이인데도 대답을 참 잘했다.
하고 부르면
하고 음절까지 맞춰서 대답했다.
하고 경쾌하게 부르면
하고 짧게 대답했다.
+)
무릎 냥이, 산책 냥이, 대답 냥이인 것만으로도 상위 1% 고양이인 게 확실했는데 모아나에게는 또 다른 능력도 있었다.
모아나는 우리가 외출할 때면 집 앞에 나와 배웅하고, 우리가 집에 돌아오는 차 소리가 들리면 어디에선가 쏜살같이 뛰어오며 우리를 반겼다.
집사는 어떤 고양이보다 자기 고양이가 최고라고 생각한다.
나도 그랬다.
나의 고양이, 모아나.
완벽한 모아나.
한 생명체가 이토록 완벽할 수 있다니.
사람들은 모아나를 향한 내 사랑이 짝사랑이라 말했지만 나는 확실히 느꼈다.
모아나가 나를 얼마나 사랑하는지.
도도한 표정으로 숨기려 해도 사랑하는 마음은 티가 난다.
모아나도 그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