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 / 나에게 성공을 안겨준 글쓰기
사실 최고가 되려고 야심 차게 한 작업은 모두 시원찮은 결과를 가져왔고, 사랑에 푹 빠져 즐겁게 한 작업은 그보다 훨씬 좋은 결과를 가져왔다.
(......) 지금의 내가 생각하는 성공의 의미는 '사랑에 빠져 있음'이다. 그렇다면 난 이미 성공한 상태다.
_재수, <자기계발의 말들>, (유유, 2023)
1년 동안 매일 글을 써서 번 돈은 채 15만 원이 안된다. 네이버 애드포스트는 아직 한 번도 정산받지 못했다. (5만 원이 넘어야 현금으로 정산할 수 있다.) 브런치스토리에서 고마운 분들의 응원으로 다섯 권의 책 값 정도는 벌었다.
"망한 거 아니야?"
"재능 없는 거 아니야?"
그럴 리가. 글쓰기에 있어서 나는 지금 '매우 성공'한 상태다. 나는 글쓰기와 사랑에 빠져 있다.
성공이라 하면 자연스레 돈, 명예가 떠오른다. 물론 돈은 중요하다. 나도 돈을 좋아한다. 하지만 사랑이라는 가치는 아무리 돈이 많아도 한 톨도 살 수 없다는 것도 알고 있다.
그렇기에 글쓰기를 함으로써 내 삶에 얻어지는 게 '사랑'이라면, 나는 글쓰기로부터 받을 수 있는 가장 귀하고 값진 걸 얻고 있는 것이다. 글쓰기는 나의 삶에 사랑이라는 가치를 차고 넘치게 더해주고 있다.
우스갯소리이지만, 남편에 대한 아내의 사랑이 진짜인지 아닌지 확인하는 방법이 있다. 남편이 돈을 잘 벌지 못할 때 아내가 남편을 대하는 태도를 보면 된다. (참고로 남편에 대한 나의 사랑은 이미 '찐사랑'으로 검증되었다.)
글쓰기도 마찬가지다. 당장 돈으로 연결되지 않는 무언가를, 누가 시키지도 않았는데 계속한다면? 그것도 매일 꾸준하게, 게다가 기쁨을 느끼면서 계속한다면? 사랑이 아니고는 그 이유를 설명할 수 없다.
나의 시간과 고뇌와 감정과 경험을 인풋으로 넣으면 눈에 보이는 아웃풋은 오직 '글'이라는 형태로 전환된 시간과 고뇌와 감정과 경험뿐이다. 무명작가인 지금 나의 현실이다. 엉덩이를 붙이고 앉아 노트북을 노려보며 부지런히 손가락을 움직이는 내 모습을 보면 사람들은 말한다.
"도대체 뭘 하고 있는 거야?"
"그거 왜 하는 거야?"
"글 쓰면 돈이 돼?"
'나의 삶이 글이라는 형태로 창조되는 순간순간, 온몸과 마음 깊숙한 곳부터 차오르는 만족감을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고민하다가 '그냥.'이라며 얼버무린다. 사람들의 기대하는 결괏값과 다르게, 글을 쓰는 시간 그 자체가 이미 나에겐 기쁨이다. 글쓰기로 얻는 기쁨의 가치를 돈으로 환산하면 얼마쯤 될까.
그럼에도 냉정하게 글쓰기는 지금 나에게는 비효율적인 일이 분명하다. 이토록 비효율적인 글쓰기를 계속하는 이유는 뭘까? 여러 가지 이유가 있지만, 원래 사랑은 그런 게 아니던가. 재고 따지고 머리로 계산해서는 사랑이 되질 않는다.
사랑 앞에 잘 어울리는 말이 있다.
‘그럼에도’
사랑할 만해서 사랑하는 건 누구나 할 수 있다. 그럼에도 사랑하는 것, 나에겐 그게 찐사랑이다.
다시 한번 작가의 말을 빌려와 보자.
'지금의 내가 생각하는 성공의 의미는 '사랑에 빠져 있음'이다. 그렇다면 난 이미 성공한 상태다.'
지난 1년간 매일 나에게 성공을 안겨준 글쓰기. 무일푼이면서 나를 사랑에 빠지게 한 글쓰기라는 작자의 매력은 무엇인지, 차근차근 살펴보도록 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