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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텔라윤 Oct 24. 2024

글쓰기를 돕는 빛나는 5가지 도구

혼돈이 빛이 되기까지

글 쓰고 있는 나를 누군가 바라보고 있다면 어떤 모습일까. 무표정한 얼굴, 앙 다문 입, 다소 퀭한 눈꺼풀, 좀처럼 기지개를 켜지 않아 구겨져있는 어깨와 허리, 키보드 위에 가만히 멈춰있다가 갑자기 움직이고, 또 가만히 멈춰서는 열개의 손가락....


한번 앉으면 몇 시간을 내리 엉덩이도 떼지 않고 처음 앉은 모습 그대로 글을 쓴다. 겉보기엔 정적으로 보이겠지만 글쓰기를 하고 있는 내면은 늘 카오스*다. 글 쓰는 대부분의 시간, 그 카오스를 홀로 견뎌야 한다.

*카오스 : 혼돈


지난 5월부터 9월까지, 난생처음 에세이라는 걸 썼다. 카오스, 대혼돈 그 자체였다. 나의 혼돈을 빛으로 변화시켜 글을 쓸 수 있도록 도와준 소중한 친구들을 소개하려고 한다.



걷기 / 빛나는 산책


매일 걷는다. 다이어트를 위한 파워워킹이나 1만 보 채우기가 아니라 어슬렁거리는 산책에 가깝다. 지난 5월 초고를 쓸 때는 평소보다 2배는 더 걸었다. 무작정 걸었다. 밑도 끝도 없이 걸었다. 글을 쓰기 전에도 걸었고 글을 쓰고 난 후에도 걸었다. 걸으며 글에 대한 아이디어가 떠오를 때도 있었고 아무 아이디어가 떠오르지 않더라도, 걷는 내내 마음에 위안을 얻었다. 누가 주는 위안인지 모르겠지만, 걷고 나면 작은 여유가 생겨났다. 하루 종일 한 문장도 쓰지 않은 날도 있었지만 지금 돌아보면 글을 쓰지 않는 순간에도 나는 글을 쓰고 있었다. 머리로, 다리로, 눈으로, 마음으로....


걷기는 도피가 아니라 글감이 선명해지기까지 견디는 시간이었다.




독서 / 숨 쉬듯 읽기


어릴 때부터 책을 유난히 좋아했다. 지난 10년간은 숨 쉬듯 책을 읽었다. 내 취미 중 하나는 도서관 산책 혹은 서점 산책이다. 읽은 책을 특별히 기록하진 않았다. 혼자 필사하고 소리 내어 읽으며 그저 책 읽는 시간을 온전히 만끽했다. 책을 읽으며 감탄하고, 생각하고, 상상하고, 성찰하고, 삶에 적용하면서 살았다. 책이 없었다면 그 모든 역경을 어떻게 이겨냈을까, 상상하기 어렵다. 책은 아낌없이 주고, 또 주고, 또 준다.  


글을 쓰기 시작하면서 그동안 읽었던 책들이 모두 내 안에 살아 숨 쉬고 있는 걸 발견했다. 읽은 책은 어디 가지 않는다. 읽는 삶을 살다보니 어느새 쓰는 삶을 살고 있다.



스승 / 따뜻한 그녀들


에세이를 쓸 때도 나를 가장 응원해 준 건 '책'이었다. 글쓰기 방법론에 대한 책은 읽지 않았다. 글 쓰는 방법에 대한 가르침이 불필요하다는 건 아니다. 지금 당장 글을 써야 하는 나에게는 방법론 보다 '써도 좋다'라는 무언의 확신이 필요했다. 나에게 간절히 필요한 건 '야, 너도 쓸 수 있어. 그냥 써. 일단 써. 써도 돼.'라는 북돋움이었다.


도서관에서 우연히 따뜻한 글쓰기 스승을 만났다. 그녀는 글 쓰는 내내 어깨를 두드려주었다. 옆에서 끊임없이 나를 안심시켜 주고 용기를 주었다.


"좋았어. 잘 쓰고 있어. 이게 맞나 싶지? 그게 맞아. 엉망인 것 같지? 정상이야. 너만 그런 게 아니야."


이번에 우연히 만난 그녀는 <작가의 시작>의 작가 바버라 애버크롬비이다. <뼛속까지 내려가서 써라>의 작가 나탈리 골드버그도 좋아한다. 그들에게서 느껴지는 따뜻함과 강인함, 엉뚱함, 무모함을 나는 좋아한다.



모닝페이지 / 셀프 치유 글쓰기


곪아 터지고 약 바르고 아물었다가 또 터져버리기도 했던 나의 오랜 상처를 에세이에 썼다. 개인적인 이야기를 글로 쓰는 건 조심스럽다. 그럼에도 에세이에 진솔하게 나의 이야기를 꺼내어 쓸 수 있었던 건 오랜 시간 혼자 하는 글쓰기를 해온 덕분이다. 모닝페이지에 나의 상처와 아픔들을 쏟아내고 치유해 왔기 때문이다.


물론 그럼에도 에세이를 쓰며 눈물과 콧물을 한 바가지씩 흘렸다. 내가 쓴 글을 읽으며 내가 울다니, 게다가 이미 내용을 알고 있는데도 또 읽으면 또 눈물이 나고, 또다시 읽으면 또다시 눈물이 줄줄 흘렀다. 에세이를 쓰면서 또 한 번 내 마음의 상처가 아물어가는 걸 느꼈다. 어쩌면 이번에는 말끔히 나은 것 같다고.... 그렇게 느꼈다.


'자신의 일기장에서는 자신의 어려운 이야기를 모두 들어주는 심리 치료사가 되어도 괜찮다. 하지만 책을 쓰려 한다면 이것은 위험할 수 있다.', '자리에 앉아 글을 쓰기 전에 고된 심리 치료를 완전히 끝내야 한다.'

_바버라 애버크롬비, <작가의 시작>



마감 / 글은 마감이 쓴다


글을 어디에서 쓰면 집중이 잘 될까 궁금했다. 어떤 날은 도서관에 가고, 다음 날은 카페 A에 가고, 또 다른 날은 카페 B에 갔다. 어느 곳에서도 집중이 잘되지 않았다. 글을 쓰기 위한 최적의 장소를 찾아 헤맸지만 결국 우리 집 식탁에서 대부분의 글을 썼다.


마감이 다가오자 글이 저절로 써졌다. 마감은 나를 쓸 수밖에 없도록 도와주었다. '도움'이라기보다는 '등 떠밀기'에 가깝지만.... '썼다'라는 표현보다는 '써내야만 했다'라는 표현이 더 어울리지 않을까.


'당신의 삶과 가족, 친구들, 본업, 글쓰기, 이것들을 어떻게 조율하고 있는가? 그것은 결코 끝나지 않는 문제이다. 마감은 이 모든 것을 단순하게 만들어 준다. 마감이 있으면 무조건 매진해야 하기 때문이다.'

_바버라 애버크롬비, <작가의 시작>



아, 그리고 커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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