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글쓰기 목표는 무엇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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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속 글을 쓰는 것입니다.
1년간 계속 쓸 수 있었던 단순한 이유는 1년간 내 글쓰기의 목표가 '계속 쓰는 것'이었기 때문이다.
공식적으로는 글쓰기에 대한 목표 여러 개를 늘어놓았다. 하지만 내 마음속 깊은 곳에 있는 가장 중요한 목표는 오직 계속 쓰는 것이었다.
같은 의미로 나의 글쓰기 여정에서 내가 가장 경계했던 실패는 '글쓰기를 그만두는 것'이었다.
그동안 여러 가지 일에서 실패했던 한 가지 이유를 꼽자면, 계속하지 않고 멈춰버리기 때문이었다. 재능이 부족해서, 시간이 없어서, 운이 안 좋아서 등등 이유를 댈 수 있겠지만, 나의 실패는 결국 꾸준히 계속하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걸 인정하고 받아들여야 했다.
그렇기에 글쓰기를 시작한 나에게 내가 바란 건 단 한 가지, 멈추지 않고 계속 쓰는 것이었다.
우리가 계속하지 못하는 이유는 뭘까? 빨리 결과를 얻고 싶은 마음 때문이다.
유튜브 영상을 10개쯤 올린 후에 왜 나는 구독자가 10만이 되지 않는지 실망하고 그만둔다. 그림을 그리기 시작해서 한 달쯤 후에 왜 나는 유명한 일러스트레이터가 되지 못하는지 실망하고 그만둔다. 글을 쓰기 시작하고 1년쯤 후 왜 나는 베스트셀러 작가가 되지 못하는지 실망하고 그만둔다.
물론 누군가는 영상 10개만으로도, 그림 몇 점만으로도, 글쓰기 1년 만에도, 대단해 보이는 결과를 성취하기도 한다. 하지만 일반적이진 않다. 지난 8년간 사람들을 지켜보고 연구한 결과, 한 사람이 존재감이 생기고 세상에서 두각을 나타낼 정도가 되려면 최소 3년, 평균 5년 정도의 시간이 필요했다.
현재 시점에서 우리가 '와, 저 사람 멋있다. 나도 저렇게 되고 싶다.'라고 부러워하는 사람들은 최소 3년, 5년 이상 계속 자신의 길을 걸어오며 그 과정을 기록한 사람들이다. 물론 사람마다 영향력에 차이는 있지만, 사라지지 않고 계속 하면서 자신의 삶을 기록한 사람들은 그 존재가 분명하게 점점 선명해졌다.
'계속 쓰기'라는 단순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도 전략이 필요했다.
01 블로그를 본진으로 활동했다. (2023.10~)
블로그에는 나를 응원해 주는 나의 소중한 이웃들이 있다. 처음에는 블로그 이웃으로 만났지만 지금은 글쓰기 도반을 넘어 인생 도반이 되어가는 느낌이다. 블로그 활동이 성가시게 느껴질 때도 있었다. '이웃들과 댓글로 대화할 시간이면 글 한편을 더 쓸 수 있을 텐데'라는 생각도 들었다. 하지만 1년 동안 멈추지 않고 블로그 활동을 해보니, 그들의 응원이 없었다면 '계속 쓰기'라는 나의 목표는 진작에 무너졌을 거란 걸 확신한다. 만난 적도 없는 나를 진심으로 응원해 주는 이웃들 덕분에 계속 쓸 수 있었다.
02 공저 에세이 프로젝트에 참여했다. (2024.05~)
에세이 프로젝트에 참여한 이유도 한 가지, 내가 계속 글을 쓸 수밖에 없도록 환경을 설정해 주기 위함이었다. 매일 블로그에 글을 쓰는 것도 좋지만, 글을 쓰다 보니 내가 글쓰기에 진심이라는 걸 알게 됐다. 나에게 조금 더 도전적인 경험을 만들어주고 싶었다. 공저 에세이이기에 내가 써야 하는 글은 겨우 A4용지 열 장 남짓이었지만, 에세이를 쓰면서 나의 인생 전체를 아우르는 본질을 발견했다. 자다가도 새벽에 벌떡 일어나 글을 썼고 글 쓰면서 수없이 눈물 콧물을 쏟았다. 올해가 가기 전 책이 나올 것이다. 설렌다.
03 브런치를 시작했다. (2024.06~)
브런치 작가가 되는 건 오래전부터 마음속에 품었던 꿈이었다. 하지만 시도조차 하지 않고 몇 년이 흘렀다. 에세이를 쓰기 시작하면서 글쓰기에 대한 마음이 더 깊어졌다. 브런치 작가에 신청했고 감사하게도 단번에 합격했다.
퇴사 후 8년 간의 여정을 엮은 브런치북 <나를 찾아줘>를 시작으로, 제주에서 만난 모아나 이야기 <나의 소울 고양이 모아나>, 4번의 발리여행을 엮은 <발리의 무시무시한 오라오라병>, 그리고 지금 쓰고 있는 브런치북 <1년 동안 매일 글을 썼더니>까지 계속 글을 쓰고 있다.
글 소재가 떠오를 때마다 브런치북을 생성해서 일관성 있게 하나의 주제에 대해 글을 쓸 수 있다는 점이 좋다. 브런치북은 진짜 책은 아니지만, 나의 글을 하나의 책처럼 엮는 과정에서 느끼는 뿌듯함이 있다. 또 만약 내가 책을 쓴다면 어떤 소재의 책을 어떤 방식으로 풀어낼 수 있을지 상상해 보는 과정도 즐겁다.
나의 목표는 작가가 되는 것이 아니었다. 계속 쓰는 것이었다. 오직 계속 쓰기 위해 궁리하는 과정에서 생각지도 않게 에세이를 쓰게 되었고 브런치 작가가 되었다. 앞으로도 나의 목표는 멈추지 않고 계속 쓰는 것이고, 그 과정에서 또 어떤 즐거운 일들이 생길지 궁금하다.
글쓰기를 좋아하고 곧잘 하는 편이고 글을 한 번 써보고는 싶은데 갈팡질팡하고 있다면, 일단 써보라고 말하고 싶다. 꼭 작가가 되겠다는 꿈을 꾸지 않아도 100일 동안 계속 쓰기, 1년 동안 계속 쓰기 등 '계속 쓰는 것' 그 자체를 목표로 삼아도 된다. 계속 쓰기를 목표로 멈추지 않고 계속 쓴다면, 매일 목표를 달성하는 삶을 살 수 있다.
너무 안일하게 사는 걸까? 작가소개에도 적어놓았듯이 나의 꿈은 사랑을 전하는 작가, 그것도 세계적인 작가가 되는 것이다. 꿈은 크게 꾸라고 해서 원대한 꿈을 적어두었다. (이건 글쓰기 여정에서의 목표일 뿐, 내 인생 목표는 아니다.) 사랑을 전하는 세계적인 작가라는 꿈을 이루기 위해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건 뭘까?
역시 계속 써보는 수밖에 없다.
지난 1년간 무엇을 했는가?
글을 썼습니다.
당신의 글쓰기 목표는 무엇인가?
계속 쓰는 것입니다.
목표를 이뤘는가?
네. 오늘도 계속 쓰고 있으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