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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텔라윤 Oct 29. 2024

글쓰기에서의 유일한 실패

쉬어 터진 글감


내 블로그에서는 때때로 쉰내가 난다. 발행되지 못하고 오래된 김장김치처럼 쉬어 터져 버린 글감 냄새다.


나에게 가장 후회되는 글은 생각만 하고 쓰지 않은 글이다. 그런 의미에서 내가 실패한 모든 글은 ‘미룬 글들’이며, 가장 실패하고 기억될 가치조차 없는 글은 ‘쓰지 않은 글’이다. 

_류시화, <내가 생각한 인생이 아니야>, (수오서재, 2023)


블로그 임시저장글에는 300개 넘는 글들이 발행되지 못하고 켜켜이 쌓여있다. 생각만 하고 '쓰지 않은 글'이다. 언젠가는 글로 발행할 수 있는 글감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냉정하게는 모두 쓰기를 '미룬 글'이며, 결국 쓰지 않고 '실패한 글'이다.


매일 글을 쓰면서도 쓰지 않은 글이 쌓여간다. 핑계는 가지각색이다.


‘이건 너무 개인적인 소재니까, 이건 내용이 좀 부실하니까, 이건 내가 썼던 다른 글이랑 결이 다르니까....’ 


신중함을 핑계로 글감을 검열하는 동안에 생생하게 살아있던 생각과 느낌들은 흘러가버린다. '다음에 써야지.' 하며 미뤄둔 글감을 일주일 후에 꺼내어보면, 이미 처음의 생생함은 사라지고 시들어버린 상태다. 지나간 글감을 심폐소생하는 데에는 많은 에너지가 필요하다.


물론 아직 생각이 설익어 글로 쓰지 못하는 글감도 있다. 하지만 너무 오래 묵혀두어서는 안 된다. 갓 담근 김치를 많이 먹으면 속이 쓰리지만, 쉬어 터져 흐물거리는 김치는 먹지도 못하고 버려야 한다. 글감은 생각보다 유통기한이 짧다. 


글감을 삭히지 말자. (출처 : Unsplash)


문득 어떤 생각이 들었다면, 일단 써봐야 한다. 처음에는 막막함을 안고 시작하지만, 쓰다 보면 첫 문장을 쓸 때는 생각지 못했던 흐름을 타고 새로운 생각으로 흘러들어 가기도 한다. 운이 좋으면 생각지도 못한 뾰족한 문장이 흘러나오기도 한다. 물론 처음부터 끝까지 버벅거리는 날도 있다. 


그럼에도 '미루기'보다는 '써버리기'가 백번 낫다.


미루겠다는 것은 쓰지 않겠다는 것이다. 

_테드 쿠저, 스티브 콕스 <작가의 시작> 수록 


지금 내 안에도 생각만 하고 쓰지 않은 글이 켜켜이 쌓여있다.


'이런 글 써보고 싶다.'

'이런 소재로 글 쓰면 재밌겠다.'


제목까지 정해놓고도 시작하지 못하는 글도 있다.


'시작은 하더라도 계속 이어갈 수 있을까?'

'아무 의미 없는 글이 되면 어떡하지?' 


여전히 글쓰기를 시작하기에 앞서 멈칫거리곤 한다. 하지만 글쓰기에 후회를 남기고 싶지 않다. 생각만 하고 쓰지 않은 글, 미뤄둔 글이 있다면, 더 이상 미루지 말고 써버리자. 


글쓰기에서의 실패는 '쓰지 않는 것'뿐이다. 


한 사람을 작가로 만드는 것은 오직 '글을 쓰는' 행위다. 의자에 앉아라, 매일매일, 어떤 핑계나 변명도 대지 말고. 

_리사 크론, <끌리는 이야기는 어떻게 쓰는가>, (웅진지식하우스,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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