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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텔라윤 Oct 30. 2024

그림과 글쓰기, 몰입과 창작의 기쁨

내 영혼이 기뻐하는 일


몰입의 마법


그림을 그리기 시작할 때는 완성된 모습을 알지 못한다. 그리고자 하는 대상은 있지만, 어떤 그림이 탄생할지는 그려봐야만 알 수 있다. 선 하나, 또 선 하나, 색 하나, 또 색 하나, 한 땀, 한 땀 그려나갈 뿐이다. 어느덧 시간이 흐르고.... 온전히 몰입하며 부지런히 손을 움직인 결과로 이 세상에 없었던 나만의 그림이 탄생한다.  

선을 그리고
색을 칠하고
한 땀 한 땀 무늬를 입히고 나면
나만의 그림이 탄생한다


글쓰기도 마찬가지다.


글의 주제는 첫 문장을 쓰기 전부터 이미 확실하지만, 어떤 단어와 어떤 문장으로 글을 써 내려갈지는 나조차도 예측할 수 없다. 첫 문장을 쓸 때는 생각지도 못했던 새로운 생각으로 연결되기도 한다. 그렇기에 '일단 써봐야 한다.'라고 말하는 것이다. 한 꼬집의 생각과 함께 글쓰기를 시작하면, 한 줌의 생각이 더해지며 풍성해지고, 한 덩어리의 글로 마무리된다.


그려봐야 알고 써봐야 안다. 내 안에 어떤 선과 색, 어떤 느낌이 있는지, 어떤 단어와 문장, 어떤 생각과 감정이 있는지, 손의 움직임을 거쳐야만 꺼내어지는 것이 있다.


글과 그림은 생각 이후에 가능한 활동이라고 여겨왔다. 이제는 아니다. 쓰고 그리는 과정이 곧 생각이자 생각의 기술임을 알게 됐다. 쓰는 동안 생각이 일어난다. 쓰는 게 곧 생각이다. (...) 글자를 뱉으며 오른쪽으로 이동하는 커서. 바로 그 '움직임'이 중요하다. 생각은 바로 그 움직임이 지속될 때 쏟아져 나온다. 그럴 때마다 나는 더욱 생생하게 살아 있다는 느낌을 받는다.

_재수, <자기계발의 말들>, (유유, 2023)



그림을 그리고 글을 씀으로써 얻는 것은 수없이 많지만, 그림을 그리고 글을 쓸 때의 몰입감, 그리고 내 몸과 마음을 거쳐 흘러나온 그림과 글을 바라보면서 느끼는 창작의 기쁨, 그 자체로도 이미 충분하다고 느낀다.


글을 쓸 때는 절대 생각이 다른 곳에 있을 수 없다. 글을 쓰면서 대화를 하거나 다른 행동을 할 수도 없다. 나의 경우 노래를 들으면서 글을 쓰는 것도 불가능하다. 오직 손가락을 움직이는 지금 여기에 집중해야만 하는 것이다. 자의적, 타의적인 몰입의 시간은 그 자체로 기쁨을 준다. 글쓰기에 몰입하는 기쁨은 명상하며 온전히 지금 내가 있는 여기에 존재할 때 느끼는 평안함, 충만함, 온전함과도 비슷하다.


밖에서 얻어지는 기쁨이 아니라, 내 안에서 솟아 나오는 진정한 기쁨이다. 나의 영혼이 기뻐하는 순간이다. 영혼을 담아 몰입하는 사람들에게서는 빛이 난다.


<Secret Choco Slow Bar> by. 스텔라윤, (Chiang Mai, 2023)


+) 당신의 영혼이 기뻐하는 일은 무엇인가요?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몰입하는 일, 누가 시키지도 않았는데 스스로 계속하는 일, 어릴 때부터 좋아했던 일에서 그 힌트를 찾을 수 있습니다.
나의 뮤즈. 초콜릿에 진심인 치앙마이 초콜릿 아저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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