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쓰기와 잘 어울리는 8가지 특징
글쓰기를 시작하고 보니, '어떻게 그동안 글을 안 쓰고 살았지?' 싶을 만큼 나는 글쓰기에 잘 어울리는 성향과 기질을 갖고 있었다.
01 내향성
전형적인 INFJ. 사교적이지만 내향적이다. 내향인은 바깥세상보다 자기 내면의 세상에 관심이 더 많다. 사색과 성찰을 즐긴다. 일상적인 사색과 성찰은 자연스럽게 글이 된다.
02 독립성
혼자 있는 시간을 잘 견딘다. 견딘다는 표현이 어울리지 않을 만큼, 혼자 있는 시간을 즐긴다. 작가는 글 쓰는 대부분의 시간을 혼자 견뎌야 한다.
03 집중력
한번 자리에 앉으면 서너 시간은 훌쩍이다. 글쓰기는 보기보다 굉장히 높은 수준의 집중력을 요한다. 오랜 시간 집중하고 몰입할 수 있어야 한다. 글은 몰입의 결과물이다. 때로는 글을 쓰고 난 후에 뇌가 쫀득해진 느낌이 든다.
04 집요함
에세이를 쓰면서 글을 소리내어 읽고 또 읽었다. 바꿔 쓰고 또 바꿔 썼다. 적절한 표현을 찾지 못해 끝까지 붙들고 있던 문장은 꿈에도 쫓아왔다.
05 알아차림
알아차림은 명상을 통해 습득한 습관이다. 나의 감정, 생각, 행동을 객관적으로 잘 알아차린다. 자기 자신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 어떤 감정을 느끼는지, 어떻게 행동하는지를 빨리 알아차리면, 똑같은 상황을 겪어도 그 안에서 발견하고 배우고 깨닫는 것이 더 많을 수밖에 없다. 이 모든 알아차림이 글감이 된다. 명상이 글쓰기에 도움이 될 줄이야!
06 섬세함
자기 자신에 대한 것뿐만 아니라 다른 존재의 말과 행동, 감정, 눈빛도 흘려보내지 않고 주워 담는다. 사소한 것도 잘 눈치챈다. 이러한 섬세함은 일상과 관계 속에서 에너지가 빨리 닳는 원인이 되기도 한다. 하지만 글쓰기에 있어서는 유리한 성향이다. 섬세한 관찰력과 공감능력은 풍성한 글을 쓸 수 있게 해 준다.
07 호기심
궁금한 게 많다. 덩달아 질문도 많다. "왜?", "왜지?" 호기심은 탐구심으로도 연결된다. 자기에 대한 탐구, 세상에 대한 탐구, 그 모든 탐구의 결과가 글이 된다. 어디에 소속되지 않았을 뿐, 연구비가 없을 뿐, 자기 삶을 연구 대상으로 삼아 연구하고 논문을 쓰는 1인 연구원이나 다름없다.
08 상상력
상상과 망상, 그 아슬아슬한 선 위에서, 글쓰기 덕분에 망상에 빠지지 않고 상상하며 살아간다.
이런 특징 덕분인지 글쓰기와 나는 금방 가까워졌다. 서로가 소울메이트인 것처럼 자연스럽게 어우러졌다. 척하면 척이고, 티키타카가 잘 되는 편이다.
물론 글쓰기가 쉽다는 것과는 전혀 다른 말이다. 대충 해도 남보다 잘하는 재능이 있다는 말도 아니다. 다만 함께 있으면 마음이 편안하고 억지스럽지 않고 서로에게 몰입하고 시간 가는 줄 모르고 기쁨을 느낀다.
혹시 나와 비슷한 성향과 기질을 갖고 있다면? 그런데 아직도 글을 안 쓰고 있다면? 당장 글쓰기를 시작하기를 바란다. 당신은 글을 쓸 수밖에 없는 사람이고, 글 쓰는데 매우 유리한 특징을 지니고 있다.
"나의 천직은 글을 쓰는 것이다. 나는 이것을 오래전부터 알고 있었다. 오해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나는 내가 능력껏 쓸 수 있는 글의 가치에 대해선 아무것도 모르니까. 내가 아는 것은 그저 글쓰기가 나의 천직이라는 사실이다."
_나탈리아 긴츠부르그, <나의 천직>
/ 바버라 애버크롬비, <작가의 시작> 수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