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스텔라윤 Oct 28. 2024

'진짜 작가'는 누구일까

글 쓸 자격


내가 글 쓸 자격이 있을까


작년 10월 글쓰기를 시작하고 100일 넘게 매일 글을 쓰면서도 '내가 글 쓸 자격이 있을까?' 의문을 품고 있었다. 매일 글 쓰는 게 즐겁다가도 어느 날 문득 '내가 언제까지 지금처럼 글을 쓸 수 있을까?' 불확실성에 대한 두려움이 밀려왔다. 글쓰기에 대한 애정이 깊어지면서 '어떻게 하면 내가 이토록 좋아하는 글쓰기를 계속 꾸준히 할 수 있을까?' 하는 불안함도 함께 자라났다.


올해 5월, 에세이 쓰기에 도전한 것도 글쓰기에 대한 나의 진심을 시험하고 싶은 의도를 품고 있었다.

'네가 에세이까지 써낸다면 내가 인정해 줄게.'

 

에세이 쓰기는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수없이 머리를 쥐어뜯었고, 답답한 마음에 멈춤 버튼이 고장 난 사람처럼 하염없이 걷기도 했다. 오전에 자리에 앉은 후, 앉은자리 그대로 해가 지는 날도 여러 날 있었다. 온종일 글쓰기만 붙들고 있는 나를 보며 남편은 말했다.


"여보 진짜 작가 같다...."



'진짜 작가'는 어떻게 해야 될 수 있는 걸까?


매일 글을 읽고, 매일 글을 쓰고, 다음에는 어떤 글을 쓸까 고민하고, 일상의 매 순간에서 글감을 얻고, 자면서도 글 쓰는 꿈을 꾸고, 꿈에서 얻은 글감을 잃어버려 아쉬워하고, 에세이를 쓰겠다고 아침부터 저녁까지 책상에 앉아있고, 누가 시키지도 않은 글을 부지런히 써내는 사람, 이런 내가 작가가 아니라면 글 쓰는 나의 정체성을 뭐라고 정의해야 할까?


'글로 돈을 버는 사람'만을 진짜 작가로 칭한다면, 이 세상에는 생각보다 작가가 굉장히 적을지도 모른다.


"진짜 작가"는 그저 계속 글을 쓰는 사람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 '작가' 집단의 일원이 되는 데에는 딱 한 가지 조건이 있다. 바로 글을 써야 한다는 것이다. 그것을 중단하면 곧바로 퇴출이다.

_바버라 애버크롬비, <작가의 시작>, (한올엠앤씨, 2016)


작가이자 작가들이 사랑하는 글쓰기 멘토인 바버라 애버크롬비의 말처럼, 글 쓸 자격을 부여받기 위한 조건은 단 하나다. 계속 글을 쓰는 것뿐.



숨 쉬듯 글 쓰는 사람


어느 날 나의 블로그 이웃이 내 글에 비밀댓글을 남겨주셨다.


"글쓰기를 하는 이유는 저마다 다르겠지만, 저는 스텔라윤님께서 자격과 상관없이 계속 글쓰기를 하셨으면 합니다.

속에서 글이 넘쳐나는 사람들 있잖아요. 저는 스텔라윤님이 그런 사람들 중 한 분이라고 생각해요. 소위 글을 써야 하는 사람들이죠. 글을 쓰기 위해 태어났다고 해도 과장이 아닐 정도로요.

스스로에게 자격을 부여하지 말고 숨 쉬듯 글을 쓰면 좋겠어요. 누군가의 허락을 받고 숨 쉬는 게 아닌 것처럼요."


숨 쉬듯 글을 읽으며 살아왔다. 10년 넘게 읽다 보니 어느 날 문득 쓰고 싶어 졌고, 이제는 숨 쉬듯 글을 쓰고 있다. 나의 이웃의 말처럼 우리가 숨 쉬는 데는 누군가의 허락이 필요하지 않다. 책을 읽는 것도 글을 쓰는 것도 마찬가지다.


우리는 책을 낸 사람을 작가라 부른다. 하지만 책 한 권을 내고 글쓰기를 멈춘다면 그는 진짜 작가일까? - 물론 두 번째 책을 내기까지 시간은 걸릴 수 있겠지만 - 세상이 인정한 '진짜 작가'인지 아닌지와는 상관없이, 계속 글을 쓰는 사람은 이미 '진짜 작가'이다.


글을 쓰며 부담감이 올라올 때마다 나는 생각한다. '무언가 새로운 걸 만들어낼 필요는 없어. 그냥 흘러나오는 대로, 내 안에 있는 이야기를 받아 적기만 하면 돼.' 나의 이웃의 말처럼 내가 '글을 쓰기 위해 태어난 사람'이라고 확신할 수는 없다. 이제 겨우 1년을 썼을 뿐이기에. 스스로에게 주문을 읊듯이 늘 말해온 것처럼, 그저 계속 써는 수밖에.



작가로 머무르기


비결은 작가가 '되는' 것이 아니고 작가로 '머물러 있는' 것이다. 매일, 매주, 매달, 매년 말이다.
 
_할런 엘리슨 / <작가의 시작> 수록


물론 작가라면, 양심적으로 갖춰야 할 자질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예를 들어 작가는 스스로에게 진실해야 한다. 하지만 글 쓰는 데는 어떤 '자격'도 필요 없다. 학위나 자격증이 없어도 우리는 글을 쓸 수 있다.


글 쓰는 사람으로 살기 위해 해야 하는 가장 첫 번째 행동은 글을 쓰기 시작하는 것이다. 그다음 해야 할 일은 매일, 매주, 매달, 매년 글을 쓰며 작가로 머물러 있는 것이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