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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텔라윤 Oct 27. 2024

달리기와 글쓰기의 평행이론

달리고 글 쓰며 배운 5가지


01 멈추지 않고 계속하는 게 제일 좋다


2024년 3월 달리기를 시작했다. 2km 달리기부터 시작했고, 두 달을 부지런히 달려서 7km를 쉬지 않고 뛸 수 있게 됐다. 하지만 사정이 생겨 한동안 달리기를 하지 못했다. 그리고 10월, 다시 달리기를 시작했다. 몸이 무겁고 숨이 가빠 2km밖에 달리지 못했다. 처음 달리기를 시작했던 3월처럼, 처음부터 다시 연습해야 했다. 멈추었다가 다시 시작하려면 나의 리듬감을 찾기까지 시간이 걸린다.


처음 글쓰기를 시작했을 땐 주말에는 쓰지 않고 쉬었다. 하지만 주말에 글쓰기를 쉬고 월요일에 다시 글을 쓰려고 하면 어김없이 버벅거렸다. 로딩시간이 오래 걸렸다. 주말에는 짧은 글을 쓰더라도 매일 쓰기로 했다. 그리고 1년 동안 매일 쓰고 있다. 매일 계속함으로써 오히려 에너지를 아낄 수 있었다.


02 혹시 멈추더라도 다시 시작할 수 있다


맨 처음 달리기를 시작했을 때는 2km 달리기를 여러 번 반복한 후에야 5km를 힘겹게 뛸 수 있었다면, 이번에는 한두 번 2km를 달리고 난 후 곧바로 5km를 뛸 수 있었다. 멈춘다고 그동안 해왔던 모든 게 한 순간에 사라지지 않는다.


글쓰기를 이어가지 못하는 상황이 있을 수 있다. 우리에게는 예기치 않은 일들이 종종 찾아온다. 혹시 멈추게 됐더라도 '에이. 난 이미 망했어.'라고 생각하지 말고 눈 질끈 감고 다시 시작하자. 물론 두 번째가 더 어렵다. 아무것도 모르는 상황에서는 오히려 쉽게 시작할 수 있다. 몰라서 용감하다. 하지만 냉정하게 생각해 보면, 달리기든 글쓰기든 아예 처음 시작하는 사람과 한 번이라도 경험해 본 사람 중 누가 더 빠르게 자기 페이스를 찾을 수 있을까? 그러니 그냥 다시 시작하면 된다.


03 초반 페이스 조절이 중요하다


욕심이 앞서 초반에 속도를 높이면 어김없이 금방 지쳐 끝까지 뛰지 못한다. 물론 잘 훈련된 러너는 다르겠지만, 나는 달리기 시작하고 초반 2km는 '걷는 거야? 뛰는 거야?' 싶을 만큼 천천히 뛴다. 몸이 풀리기 시작하면 알아서 속력이 붙는다. 특별히 애쓰지 않아도 내 몸이 알아서 달리기에 적응한다. 나는 그저 올바른 자세로 나의 호흡 리듬을 찾아가며 천천히 뛰는 것에 집중한다. 몸이 예열될 때까지 무리하지 않고 초반 페이스 조절을 잘하면 '완주'라는 결과는 자연스럽게 따라온다.  


글쓰기를 처음 시작하면 자기 자신의 허접한 글실력에 놀랄지도 모른다. 머릿속에서 떠오르는 생각은 수려한데 막상 내가 써내는 글은 단어도 문장도 문체도 흐름도 마치 신발 신은 강아지처럼 어색하다. 나의 뇌와 글이 자연스럽게 합주를 할 때까지 시간이 걸린다. 나의 자연스러운 말투가 문체로 드러나기까지 시간이 걸린다. 나의 뚝딱거림을 견디며 일단 써내는 시간이 필요하다. 계속 쓰다 보면 어느 순간 한 편의 글을 뚝딱 완성해 내는 나를 발견하고 또 한 번 놀랄 것이다.


04 자연스럽게 도약하는 시간이 찾아온다


5km 달리기를 이어가던 어느 날, '오늘은 조금만 더 뛰어볼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4km쯤 뛰었을 때 '어? 못 뛰겠는데? 5km만 뛰어야 하나?' 싶었지만, 어느새 5km를 지나고 있었다. 7km를 지났을 때쯤 또 한 번 '이제 그만 뛸까?' 싶었지만 조금만 더 뛰어보기로 했다. 결국 1시간을 완주했다. 뛰는 내내 페이스도 호흡도 안정적이었다. 처음부터 1시간 달리기에 도전했다면 힘들었을 수도 있지만, 반복된 연습으로 체력이 쌓인 후에 1시간을 달리는 건 생각만큼 어렵지 않았다.


'100일만 써볼까?' 시작한 글쓰기가 '100일만 더 써볼까? 100일만 더?' 하다가 1년을 넘었다. '블로그에 하루에 한 편만 써볼까? 두 편도 써볼까? 브런치에도 써볼까? 브런치에 일주일에 한 편을 써볼까?' 하다가 지금은 브런치에도 매일 쓰고 있다. 달리기든 글쓰기든 단계마다 용기와 노력이 조금씩은 더 필요하지만, 하루하루의 반복이 쌓이며 몸도 마음도 예열된 상태이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다음 단계로의 도약이 가능하다.


05 달리기와 글쓰기가 준 가장 귀한 가치


물론 외부적인 인정도 기분 좋다. 인정과 사랑은 우리를 계속 나아가게 하는 동력이 된다. 하지만 무엇보다 매일 달리기를 하고, 매일 글쓰기를 함으로써 나 스스로를 인정하는 마음이 생겨난다.


'나도 1년 동안 매일 쓸 수 있는 사람이네?'

'나도 1시간을 달릴 수 있는 사람이네?'


나를 믿어주는 마음, 나를 애정하는 마음, 나를 기특하게 여기는 마음, 내가 나를 인정해 주는 것, 그보다 값진 성취가 있을까? 매일 꾸준히 반복함으로써 스스로 얻은 성취감은 알게 모르게 나의 삶 전체에 퍼져나간다.


'나는 뭐든 할 수 있어.'

'일단 한번 해볼까?'


글쓰기와 달리기는 나에게 기꺼이 시작해 보는 용기, 꾸준히 계속해보는 끈기를 심어주었다. 글 쓰고 달리며 체력과 글력을 차곡차곡 쌓아가는 중이다.


오늘은 춘천마라톤을 뛰러 왔습니다. 화이팅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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