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용우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까보뽈로니오 Jul 03. 2017

남미 여행은 처음인데요.

첫번째 이야기. 나타우(Natal)

1. 너무 위험한데, 또 막상 가면 할만하다.  

  


 남미에 갔다 온 사람들이 흔히 하는 형용모순 헛소리가 있다. "진짜 너무 위험한데, 또 막상 가면 할 만하다." 긴장하라는 건지, 편하게 생각하라는 건지, 도무지 감이 잡히지 않던 이 말의 뜻을 이해하는 데는 꽤나 오랜 시간이 걸렸다.   


 해인이는 남미에서의 행동요령을 수차례 강조했다. 공공장소에서는 휴대폰을 절대 꺼내면 안 되고 (아이폰이라면 번들 이어폰을 꺼내는 것조차 위험한 일), 택시를 타도 현금을 미리 꺼내보이지 말고, 거리에서는 주변 사람들을 항상 관찰해야 하며, 사람이 없는 곳으로만 안 다니면 남미 여행은 할만하다고 했다. 길거리 한번 나가는데 저렇게까지 해야 하는데 어떻게 남미 여행이 할만한 거지? 한번 더 의심을 했어야 했다.   


남미 여행의 첫 도시, 브라질 나타우의 밤을 보면서 나는 ‘내가 만약에 죽으면 여기서 죽겠구나.’라고 생각했다, 큰일 났다고 생각했다, 더 솔직히 말하면 좆됐다고 생각했다.  


 일단 고속도로의 포장상태가 눈에 띄었다. 파여있는 도로의 구덩이를 피해서 택시는 곡예운전을 하며 위태롭게 달렸다. 가로등의 간격이 너무 넓어서 가로등과 가로등 사이에는 택시의 전조등에 의지했다. 제일 무서운 건 도로변에 그냥 ‘가만히’ 있는 사람들이었다. 사람들은 허허벌판 도로에서 왜 있는지는 모를 곳에 그냥 앉아있었다. 차가 지나가면 천천히 응시하면서 그냥 앉아있었다. 가로등 하나를 지나서 다음 가로등이 나올 때까지의 빛이 부족한 구간에서, 헤드라이트가 훑고 지나가는 곳에 뜻밖의 머리통이 불쑥불쑥 출몰했다. 나는 이 도로를 따라서 사람들이 빽빽이 앉아 우리가 탄 택시를 쳐다보고 있을 거고 누군가는 갑자기 차를 세울 수도 있을 거라고 상상했다.


 나는 너무 쫄아서 해인이에게 의지하고 싶었다. 근데 해인이는 택시기사도 우릴 이상한 곳으로 데려갈 수도 있다고 정신 바짝 차리란다. 나보다 무서울 이유가 하나 더 있어서 더 쫄고 있는 해인이었다. 이럴 거면 여기 왜 왔지?



2.  고립감


 갑자기 마음에 변덕이 생겨 당장 서울이나 대구로 가고 싶다면 몇 시간이 걸릴까 생각해봤다. 직항도 없고, 족히 3일은 걸릴 것이라는 계산이 나오자 최악의 상황이 연달아 상상됐다.

 자고 일어났더니 스마트폰과 노트북이 없다, 그리고 가진 현찰과 신용카드, 여권을 거리에서 도둑맞고, 호스텔에서는 잔금 미지급에 담보도 없다는 이유로 체크아웃을 거부한다, 대사관에 연락을 취하려고 하는데도 비협조적이고, 슬슬 돈을 내라는 협박을 받는다. 나랑 해인이 둘 쯤이야, 섬노예나 아동 인신매매처럼 여기서 못 빠져나가게 하면 그만일 거다. 잘못하면 해인이와 나는 여기서 평생 갇힐 수도 있겠다는 상상을 했다. 

 끝도 없는 자유를 생각했는데 나와 연결된 것들로부터 너무나 멀리 와있다는 두려움이 스멀스멀 올라왔다. 마침내 나타우 헤푸블리카 호스텔에 도착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