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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까보뽈로니오 Aug 02. 2017

두려움을 믿어보기까지

두번째 이야기. 주앙 페소아(João Pessoa) 

 

 이제는 휴양지를 떠날 때가 왔다. 나타우와 피파를 거치며 남미도 다 사람 사는데구나 싶어 한시름 놓았지만, 다음 여행지인 주앙 페소아를 네이버 검색창에서 찾아보고 움찔했다. 검색창에 나온 첫번째 뉴스 기사에서는 각국 도시의 치안에 대한 통계를 보여주었는데, 멕시코 시민위원회가 거주민 10만명 당 살인율을 통계내어 매긴 순위에서 주앙 페소아는 세계에서 4번째로 위험한 도시로 선정되었다. 한국의 10만 명당 살인율이 2.9명 정도라고 하니 단순 비교하자면 한국의 일상보다 끔찍한 일을 겪을 확률이 27배 가량 높다는 것이다. (79.41명) 세부만 갔다와서 필리핀을 알 수 없고 제주도만 갔다와서 한국을 알 수 없는 노릇이다. 애초에 좋은 것만 하려고 온건 아니었기에 브라질의 빛과 그림자를 있는 그대로 마주할 마음의 준비를 해야했다. 


 주앙 페소아로 떠나기 직전까지 니콜라스 삼촌을 완전히 믿지는 못했다. 낯선 이들에게 친절을 베푸는 사람들은 남미 여행의 가장 큰 매력이라고 했다. 피파의 한 호스텔에서 우연히 만난 니콜라스 삼촌은 영어도 잘 못하는 데다, 서로 말도 몇번 섞어보지 않은 상태임에도 아직 갈 곳을 못정했으면 숙박비를 나에게 주고 주앙 페소아의 우리집에 있어도 좋다고 했다. 믿을만한 친구라는 호스텔 주인의 보증도, 선한 니콜라스의 인상도 불안한 마음을 가시게 하는데 전혀 도움이 되지 못했다. 우습게도 니콜라스 삼촌의 집에 가도 좋겠다고 생각하게 만든 것은 브라질 어디에서도 본적 없던 반짝이는 은색 혼다 SUV. 마음이 작아지고 불안할때는 어쩔 수 없이 이런것이 눈에 들어왔다.


 주앙페소아로 가는 혼다 SUV안에서 해인은 뒷자석에 누워 잠에 빠졌고, 니콜라스와 나는 세시간 동안 암호 해독을 하듯 영어와 스페인어를 섞은 대화를 나눴다. 니콜라스는 자신이 아는 영어단어가 내 입에서 튀어나오는지 어린아이처럼 기다렸고 나는 니콜라스가 반복하는 스페인어와 비슷한 영어단어를 유추하기 위해 애썼다. 그렇게 우리는 세시간 내내 쉬지않고 한국과 브라질의 차이, 아르헨티나의 마떼차 문화, 서핑을 왜 좋아하는지, 브라질 하늘의 별은 왜 저런지에 대하여 더듬더듬 대화를 나누었다. 두려움이 믿음으로 바뀌는 데는 삼십분이면 충분했다. 수많은 차가 뒤엉켜 달리는 낯선 브라질의 고속도로에서 펼쳐지는 창밖 풍경을 눈에 담으며, 내가 무슨 인연으로 여기까지 밀려오게 되었는지, 내 팔자에 없던 주앙 페소아라는 도시는 나와 또 어떤 인연을 맺게 될지에 대해 생각하며 하릴 없이 고속도로를 달렸다. 서툰 대화 속에서 서로 의미가 통할때 나눈 웃음이, 니콜라스 삼촌을 움켜쥘 지푸라기 한포기로 만들어주었다.


주앙 페소아에 도착하자마자 배가 고파던 니콜라스 삼촌은 우리를 단골 피자집으로 데려갔다.


(일단은) 평화로운 주앙 페소아의 노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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