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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garden Sep 29. 2024

이제부터 하게 될 이야기는,

prologue

말하자면 그런 것이다. 그저 멀기만 한 입바른 소리가 아니라 지금, 여기, 내앞의 문제에 관한 이야기이다. 그러니까 교과서가 아니라 실용서, 잠언이 아니라 경험담, 이론이 아니라 실전이랄까. 다시 한 번 정리하자면 이제부터 하게 될 이야기는 “이런 사람과 결혼하세요” 가 아니라 “이런 사람과는 절대로 결혼을 해서는 안돼요” 에 가깝다.


가장 원초적이면서 가장 고차원적인 인간관계를 배우자, 라고 나는 생각한다. 아무나 결혼을 할 순 있지만, 누구나 행복하고 성공적인 결혼생활을 하는 건 아니다. 결혼할 자격이란 건 따로 없지만 행복한 결혼생활을 하는 사람들을 들여다보면, 자격을 갖추고 있다는 걸 알게된다. 겉에서 보는 것과, 직접 해보면서 느끼는 결혼이 그렇게나 다른 이유는,

서로의 믿음을 기반으로 각자 자유로워야 하지만 결혼의 본디 속성은 구속이라서다. 조건없고 변하지 않는 한결같은 사랑을 바라지만 실로 내 마음은 그렇지 않아서이다. 넓은 아량과 끝없는 이해를 바탕으로 하지만 바람, 노름, 폭력과 같은 특정 분야에서는 그 어떤 비즈니스보다도 타협이 불가능해서이고, 결정적으로 돌아서면 남남인 사이인데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자식, 이라는 결실을 공유하고 있어서다. 그래서 배우자와 나는 가장 편하지만 한편 누구보다 예의를 갖추어야 하는 사이이고, 저주를 퍼붓는 한편에서는 나보다 더 잘되기를 바라야하며, 면상은 밉상이지만 뒤통수는 짠하고 안쓰러운, 그런 복잡미묘한 사이인 것이다.


결혼 후 15년째 결혼생활이란 걸 지속해오면서, 아무도 가르쳐주지 않은, 어디에도 적혀있지 않았던 결혼의 민낯과 나와 배우자의 밑바닥을 날 것 그대로 겪어내어 여기에 이르고보니, 조금은 더 어른이 되어있지 않나 싶다. 타인과의 갈등이나 반목, 다른사람의 생각과 내 생각을 맞추고 조율하며 해결책을 찾고, 옆사람과 나란히 발을 맞추어 비로소 앞으로 한 단계 나아가는 방법을, 배우자와의 그것을 통해서 배울 수 있었다. 그러니까 한마디로, 끝판왕을 깨고나니 다른 잔챙이들은 일도 아니라는 듯 쉽사리 깨부수는 게임왕의 마음이 되었다고나 할까.


다행스럽게도, 배우자는 내가 내 의지로 선태할 수 있는 유일한 가족이다. 물론 그래서 선택하지 않아도 된다. 그럼 아무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배우자 잘못 만나서 팔자를 망친 사람은 있어도, 배우자를 안 만나서 팔자를 망쳤다는 사람의 이야기는 들어본 적이 없고, 아마 앞으로도 없을 것 같다. 하지만 아무일도 일어나지 않는다는건, 기대할 것 역시 아무 것도 없다는 건데, 그렇기에 이세상에 존재하는 사랑이란, 인연이란, 또 그렇게 만들어진 가족이란, 나의 존재 이유가 될 수도 있을만큼 소중한 가치이기도 하다. 그 안에서 나와 내 우물이 깊어지고 넓어질 수 있다.


그리하여, 지금 옆에 누군가가 있다면, 그이와의 사랑과 결혼을 꿈꾸고 있다면 한번쯤은 읽어보았우면 좋을 이야기들에 대해 써보고자 한다. 한때 결혼을 했었거나, 여전히 결혼생활 중이거나, 미혼이거나, 비혼인 그녀들의 많은 이야기들이 날 것 그대로 들어있다. 정답일 수는 없을 것이다. 아직도 행복한 결혼생활이 무엇인지, 좋은 배우자란 누구일 것인지, 알지 못한다. 한 사람과 평생을 약속하고, 이 사람과만 살아가야 되는 이상 아마도 영영 알지 못할 것이다. 알지 못할 거란 사실만을 확실하게 안다. 그러나 당신이 알고 있는 그 사실에 하나 두 개 쯤은 보태어도 괜찮을 이야기, 이럴 수도 싶겠다 싶은 가정들을 말하는 그 과정에 이 이야기의 의미가 있는 게 아닐까 한다.


결혼생활이란 이벤트가 아니라 지난하게 이어나가고 헤쳐가는 일상의 연속이자 매일의 반복이다. 행복한 결혼생활은 환상에 가까우며  불행이란 생각보다 가까이에 있다. 그런 이유로 ‘불행하지 않은’ 결혼생활이야말로 그걸 유지하게 해주는 최소조건이다. 좋은 배우자란 결혼생활의 필요조건이지만 충분조건은 아니다. 그러나, 나쁜 배우자란 불행한 결혼생활의 필요조건이자 충분조건이다.


그러니까, 행복을 꿈꾸기 전에 불행을 제거해보자. 그것만으로도 우리는 행복에 성큼 다가선 것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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