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적없이 쓰여진 의식의 흐름.
이 기사를 보는 나는 만날천날 비범한 이를 경외하는 범인이나, 평생 모차르트를 질투했던 살리에르의 맘이 아닐 수 없다.
애주가로서, 술을 사랑해온 사람으로서 술에 약하다는 건, 아무리 공부를 해도 성적이 나오지 않는 학생이나, 피나게 훈련해도 뭇사람들의 시선을 사로잡는 데 실패한 아이돌 연습생과 같은 처지라고 하면 지나친가.
아무리 날고 기어도 결코 넘어지지 않는 한계,
가지고 태어난 것으로 평생을 산다는 그것, 바로 유전.
우리는 저마다 누군가가 이 세상에 살다간 흔적이다. 아니 어떤 것을 잘했고, 어떤 것을 못했는지에 관해 세상에 남겨진 기록, 이라는 게 적확한 표현이다.
습관처럼 술을 푸는 아이친구의 엄마가 피부에 수백을 쏟아붓는 이보다 피부가 좋은 이유, 평생이라고 해도 지나치지 않는 시간을 다이어트에 바치는 나보다 타고나길 예민하고 입이 짧은 내친구가 훨씬 날씬한 이유, 매일 밤 술을 마시느 건 난데, 매일 운동과 식단, 건강검진을 버무려가며 관리하는 남편이 고혈압에 당뇨인 이유. 불면에 좋다는 약, 생활습관, 음식 다 챙겨가며 수면에 공을 들이는 수면의 질이 바닥인 나보다 남편이 어느때고 어느 순간이고 베개에 머리만 대면 골아떨어지는 이유.
인간은 거기에 과학, 철학, 어떠한 이유든 갖다붙이며 반박도해보고 맞서보려하지만 늘 참패하는 쪽은 우리다. 그어떤 노력도 결국 그 노력을 하룻강아지의 객기쯤으로 만들어버리는 강력한 유전자 앞에서는 짜게 식을 뿐이다.
의사도 과학자도 아직은 풀지못한 미지의 영역, 유전의 신비앞에서 우리는 숙연해진다. 우리가 저마다의 콤플렉스를 극복하는 데 몰두하는 것도 이 유전이라는 강력한 섭리(?)에 대항하기 위한 최소한의 무기를 벼리는 것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