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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garden Mar 23. 2024

이제부터 하게 될 이야기는,

prologue

말하자면 그런 것이다.

교과서가 아니라 실용서.

정사가 아니라 야사.

언이 아니라 경험담.

그저 멀기만 한 입바른 소리가 아니라 지금 여기 내 눈앞의 문제 해결에 관한.


다시 한번 정리하자면,

이제부터 하게 될 이야기는

“이런 사람과 결혼하세요.” 가 아니라

“이런 연놈과는 절대로 결혼하지 마세요”에 관한 것이다.


가장 원초적이지만서도 가장 고차원적인,

인간관계의 시작과 끝은 배우자,라고 나는 생각한다.

쉬워 보이지만 쉽지 않다는 얘기다. 보이는 것과 실제 사이에 차이가 왜 생기냐면 그건, 

서로의 믿음을 기반으로 각자 자유로워야 하지만 결혼의 속성은 본디 구속이라서다.

조건 없고 변하지 않는 사랑을 바라지만 실내 마음은 그렇지 않아서이고,

바람이라든가, 가산을 탕진한다든가, 하는 어떤 분야에서는 그 어떤 비즈니스보다도 타협이 불가능해서다.

마지막으로, 돌아서면 서로 남남인데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자식이라는 생명체를 공유하고 있어서다.


그래서 배우자와 나는 가장 편하지만 가장 예의를 갖추어야 하는 사이이고,

저주를 퍼붓는 한편으로 나보다 더 잘되기를 바라기도 하며,

면상은 꼴비기 싫어 죽겠는 밉상이지만 뒤통수는 짠하고 안쓰러운, 그런 복잡 미묘한 사이인 것이다.


그런 까닭으로 나는 14년, 햇수로는 15년째 결혼생활을 지속해 오면서 조금 더 어른이 될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타인과의 갈등이나 반목,

다른 사람의 생각과 내 생각을 맞추고 조율하고 공감하고 해결하고,

비로소 앞으로 한 단계 나아가고 옆으로 나란히 발맞추어 걷을 수 있는 사이가 되는 방법을,

배우자와의 그것들을 통해서 배울 수 있게 되었다.

그러니까 한마디로 끝판왕을 깨고나니 다른 잔챙이들은 일도 아니라는듯 쉽사리 깨부수는 게임왕의 마음이 되었달까.


다행스럽게도, 배우자는 내가 내 의지로 선택할 수 있는 유일한 가족이다.

물론, 선택하지 않아도 된다. 그러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배우자 잘못 만나서 팔자 망친 사람은 있어도 배우자를 안 만난서 팔자를 망쳤다는 사람의 이야기는 전에도 들어본 적이 없고, 아마 후에도 없을 것 같다.

하지만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 거고 거기서 머물고 만다.

결혼은 분명 나를 한 단계 깊고 넓게 만들어주는 풍요로운 결실이 될 수 도 있다.


그리하여,

지금 옆에 누군가가 있다면,

그이와 결혼을 그려보고 있다면,

꼭 읽어보았으면 좋을 이야기에 대해 써보고자 한다.


정답은 아닐 것이다.

나 역시 아직도 행복한 결혼이란 무엇인지, 좋은 배우자란 누구인지 알지 못한다.

아마도 영영 알지 못할 것이다. 알지 못할 거라는 사실만을 확실하게 안다.

그리고 분명 내가 알고있는 카테고리 밖의 배우자들, 일명 로또 아니면 유니콘같은, 그런 사람도 분명 존재할테고

거기에 맞추자면 내 글은 무용할뿐 아니라 수요없는 공급이 될 수도 있다.

그러니 나는 그저 어떤 것이 해답이 될 수 있는지, 내 우물안에서 답이 될 수 있는 가능성을 길어내는 그 과정 자체에 의미를 두고 하루하루 나아가는 걸지도 모르겠다.


그런 내가 느낀 결혼생활이란, 이벤트가 아니라 지난하게 헤쳐나가는 일상의 연속이자 매일의 반복이었다.

행복한 결혼생활은 환상에 가까우며, 불행한 결혼생활이란 생각보다 가까이에 있다.

그런 이유로 ‘불행하지 않은’ 결혼생활이야말로 그걸 유지하게 해주는 최소조건이다.

좋은 배우자란 행복한 결혼생활의 필요조건이지만 충분조건은 아니다.

하나 나쁜 배우자란 불행한 결혼생활의 필요조건이자 충분조건이다.


행복을 꿈꾸기 전에 불행을 제거해 보자.

그것만으로도 우리는 행복에 성큼 다가선 것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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