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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garden Oct 01. 2024

옷에 관한 쓸데없는 발견 2

https://brunch.co.kr/@inthegarden/72

첫번째 쓸데없는 발견은 여기.


돈은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흰 반팔티셔츠, 베이직한 검정슬랙스, 재킷안에 이너로 입을 기본셔츠. 그게 그거인 것 같은 아이템일수록 돈쓰기가 아깝지만 그만큼 돈값하는 아이템이 없다. 보통은 마음에 드는 핏좋은 흰셔츠를 비싼 브랜드에서 보고 합리적인 소비를 한답시고 비슷한 느낌의 저렴한 브랜드를 찾아보는데 찾기도 전에 그건 이미 실패다. 왜냐하면, 세상에 그런 건 없다. 가격이 몇 배 차이나는 대체재란 없다. 그건 그냥 다른옷이다. 기본 아이템일수록 1%의 디테일한 차이가 있고, 기본아이템일수록 그 미세한 차이가 핏의 완성을 만들더라.

 

행복한 지옥이거나, 불행한 천국.

옷순이들에게 사계절이 지독하게 뚜렷한 한국은 행복한 지옥이거나, 불행한 천국이거나. 사계절 모든 옷을 구비할 수 있다는 건 얼마나 즐거운 일인가. 특히 겨울-봄 간절기와 가을-겨울 간절기가 온도는 비슷할지언정, 옷의 재질이나 색상, 그 차이에서 오는 스타일이 전-혀 다르다는 사실. 그건 사계절이 뚜렷한 나라에 살면서 옷을 쇼핑하는 기쁨중의 기쁨이다. 계절의 변화는 나를 망치러온 나의 구원자 같은 느낌이랄까. 허나, 문제는 그 옷을 살 경제적 능력이 되는가, 샀다고 한들 보관할 장소가 확보되어 있는가, 보관을 했다면 세탁이나 관리가 가능한가, 모든 걸 따져봐야 한다는 점. 옷 때문에 스타일러와 제습기를 동시에 구비해야 하는 한반도 옷순이들! 설사 그 모든 관문을 다 통과했다 한들, 요즘같은 기후위기는 많은 옷순이들에게 재앙이 아닐 수 없다.


흔한 아이템? 기본아이템!

3초백, 5초잠바. 우리에게는 매우 익숙한 아이템들이다. 비싼 옷과 가방, 신발을 사는 사람들의 마음은 양가적이다. 나만 이걸 입고 걸쳐서 특별해지고 싶지만, 다른 모든 이들이 알아봐줬으면 좋겠는 마음. 그건 애초부터 불가능하다. 특별해진다는 건, 누군가 알아봐줘야 가능한 것. 그렇지만 모두들 특별해지고자 한다면 그건 이미 특별함이 아니다. 유명한 아이템은 늘 국민아이템과 흔한아이템 사이에서 공격받는다. 개나소나 다드는 흔한 물건인가, 그만큼 실용적이라서 다들 진가를 알아보는 것인가. 옷순이 짬 자그마치 43년. 내가 내린 결론은, 유명한 건 이유가 있지만, 그렇게까지 비쌀 이유 또한 없다는 것. 몽클00 점퍼를 입는 이유를 누구보다 이해하지만, 사실 그정도 가격이면 몸보다는 마음이 따뜻한 게 맞는듯.


게으르면 멈춰서는 옷순이의 시계

구색이 안맞는 걸 참을 수 없는 패셔니스타들은 자의가 아닌 타의적으로라도 부지런해야하는데, 그건 바로 한 시즌만 쉬어도 옷차림의 구색이 안맞기 때문! 그리고 그 빌어먹을 구색이라는 건, 늘 평범한 걸 입는 보통의 사람들은 역시나 평범한 옷 입어서 감출 수 있지만 구색이 안맞아 궁색한 건 오히려 옷이 절대적으로 많고 선택지도 다양한 옷순이들에게서 금세 탄로난다.  끊임없이 찾고, 사고, 입고, 세탁하고, 보관하고 또 사는 삶, 그것이 옷순이들의 삶이다.


옷을 사면서 가장 행복한 순간은.

새로 산 옷을 첫 데이트에서 입었을 때?

매장에서 옷을 입어봤는데 그 옷이 나에게 너무 잘 어울릴 때?

옷을 사서 커다란 쇼핑백을 메고 집으로 돌아올 때?

아니다, 모두 다 틀렸다. 가장 행복한 순간은, 고민을 할 때다. 어떤 색상을 살건지, 어떤 재질을 고를건지, 어디서 살건지, 어디에 입고 갈건지, 가지고 있는 어떤 옷과 매치할 때 가장 예쁠지, 고민하는 그 순간이 이미 옷값에 반영되어 있다고 나는 생각한다. 우리는 고민하는 그 순간의 행복에 이미 돈을 지불하고 있다. 그래서 옷값은 항상 우리가 예상하는 것보다 비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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