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짧은생각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garden Jun 28. 2024

옷에 관한 쓸데없는 발견

세상에 날씬해보이는 옷이란 없다.

둘째를 임한 당시 막달엔 살이 18kg 이나 쪘던 나는 그래도 옷은 포기할 수 없어서 이건 날씬해 보일 것 같다거나, 이건 들어갈 것 같다거나, 이건 살이 빠지고난 뒤에도 입을 수 있겠다거나, 여러가지 이유를 갖다 붙이며 이옷 저옷 사대기 시작했다. 내 체형에서 특히나 살이 집중되는 엉덩이 뒤쪽, 허벅지 안쪽과, 출산 후 산모에게 가장 감추고 싶은 부분인 아랫배를 가리기 위해 부단히도 사재꼈더랬다. 어두운 색 계열, 화려하고 큰 프린트가 있는 옷들, 세로 스트라이프, 허리가 들어가지 않고 일자로 떨어질 것, 발목까지 가려주는 긴 옷, 니트는 피할 것 등등 나름의 원칙을 세웠다. 날씬해보일 것 같은 옷들을 사서 입고, 거울속에 있는 나를 보며 느낀 건 세상에 원래 몸보다 더 뚱뚱해보이는 옷은 있어도, 결코 날씬해보이는 옷은 없다는 비극적인 사실이었다.



사도사도 입을 옷은 없는 현실

나는 예쁜 옷을 보면 즉흥적으로 사는 편이다. 남편은 돈이없지 옷이없냐, 라고 얘기하고 우리엄마는 내년되면 더 예쁜거 나온다,라고 하지만 그건 ‘이 옷’ 이 아니니까. 하지만 나도 인정하는게 ‘이 옷’ 을 사고나면 구색을 갖추기위해 추가로 소비를 하게 된다는 점이다. 구색소비라고나 할까. 그렇게 세트를 맞추면 하루는 입을 옷이 있는데, 또 그 다음날은 입을 것이 없는 아이러니. 이건 이래서 안되고, 저건 저래서 불편하고, 그건 어제 입었고,,,,,,이 버릇을 고치기 위해 나라고 노력을 안해봤을까. 있는 옷을 적극 활용해보자며 옷을 안사봤다. 놀라운 사실! 안사면 진짜로 입을 것이 없었다. ㄷㄷㄷ



옷은 돈주고 살 수 있어도 센스는 돈주고 못 산다

아무리 비싼 옷을 사면 뭘해, 좋은 옷을 입으면 뭘해. 센스가 꽝이면 보세를 입은 것만 못하더라. 비싼 옷, 좋은 옷을 보는 눈이 생기면서 알게 된 또 놀라운 사실 하나, 어떤 이가 주렁주렁 걸치고 있는 금은보화, 보석, 가방이 진짜 명품인지 명품카피인지, 그도 아닌 동대문 상품인지는 그 물건의 진/가 여부가 아니라 그 사람의 옷입은 센스, 매무새와 몸가짐에 달려 있다. 그러니까 결국은, 사람이 명품이어야 몸에 걸려있는 물건들도 명품으로 보인다는 이야기.



세상에서 제일 예쁜 옷을 우리는 아직 만나지 못했다

옷을 진짜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게 많이 사봤다. 비슷한 취미(?)를 가진 친구와 쇼핑 후에 진지하게 대화를 나눠보았다.

“니가 제일 아끼는 옷은 뭐야?”

“니가 가진 옷중에 제일 예쁜 건 뭐야?”

우리의 결론은 이거였다.

“오늘 산 옷”

사람이 얼마나 속물이고 간사한지, 세상에서 제일 예쁜 옷은 우리가 아직 못 본 옷이었던 것이다.



월요일을 행복하게 시작하는 최고의 방법은,

나는 옛날 사람이라, 토요일엔 <무한도전>을 보면서 너무 행복했고, 일요일엔 <개그콘서트> 를 보면서 너무 우울했다. 특히 일요일 오후부터 스멀스멀 내려앉는 내일에 대한 부담감과 우울함. 그건 피할 수 있는 우울이 아니었으므로 그걸 견뎌낼 내 나름의 루틴이 필요했다. 월요일 아침, 천근만근인 몸과 마음을 침대에서 일으켜 씻고 출근을 하는데, 그나마 나를 움직이게 하는 힘은 새옷이었다. 그렇다, 월요일에 새옷을 입고 출근하면 그래도 기분이 조금은 괜찮더라.



유행은 돌고 도는거라지만,

이제 패션계에서도 나올만한 디자인은 다 나왔고, 써먹을 만한 디자인은 다 써먹어서 더이상 새로울 게 있을까 싶다. 다 참고고 변형이고 복제일 것을.  그렇다면 사지 않아도 되는가. 옷장 저 깊은 안쪽에서 십수년 전에 입던 옷을 꺼내어 자신있게 입어도 될 것인가. 요즘 다시 Lee 나 마리떼 프랑소와 저버처럼 ‘라떼는~’ 을 떠올리는 Y2K 패션이 유행인가 본데, 나도 옷장안에 고이 보관해두었던 크롭티와 허벌바지를 꺼내어서 입어볼까, 했지만 묘하게 더짧아진 티셔츠와 더 넓어진 바지통을 보니 역시 유행이 아무리 돌고 돌아도 새옷은 필요하구나, 싶은데 실은 내 몸매가 달라진 건지, 옷이 달라진 건지는 모를일.



여름과 겨울의 무기

여름철에 옷순이들에게 가장 큰 무기는 몸매다. 뭘입어도 쭉뻗은 팔다리를 가릴 순 없고 얇디얇은 긴소매로 가려본들 오히려 강하게 자기주장을 하는게 여름철의 몸매다. 그렇다면 나처럼 팔다리 짧은 이들은 무기가 없느냐. 겨울에는 외투의 개수가 무기이고 비싼 외투일수록 강한 무기가 된다. 그래서 내가 겨울을 좋아한다는 조금은 슬픈 이야기.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